삼성SDS(대표이사 이준희)가 7조6000억 원에 달하는 재원을 확보하며 인공지능(AI)과 인수합병(M&A)을 축으로 한 체질 전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회사는 이미 6조4000억 원 안팎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상황에서 글로벌 사모펀드 KKR로부터 1조2000억 원을 추가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단순한 자금 확보를 넘어 미래 사업 구조를 다시 짜기 위한 승부수로 읽힌다.
우량하지만 둔화된 재무지표
삼성SDS는 외형상 현금이 넉넉한 우량 기업이지만, 회사를 둘러싼 시장 평가는 예전과 달라졌다.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고 수익성과 시장가치가 동시에 둔화하면서 ‘저평가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실제 수치에서도 위기 신호가 감지된다. 한국금융신문이 AI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통해 확인한 삼성SDS 알트만 Z-스코어는 2019년 6.95에서 지난해 5.28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전히 우량 범주에 속하지만 고점 대비 하향 압박이 뚜렷하다. 삼성SDS 연도별 Z-스코어는 ▲2020년 6.63 ▲2021년 5.32 ▲2022년 4.71 ▲2023년 5.06 ▲2024년 4.39 ▲2025년 5.28 순이다.
수익성도 같은 방향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9.24%에서 6.87%로 떨어졌다. 사업 규모는 유지되었지만 질적 효율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총부채 대비 시가총액 비율 역시 3.93에서 2.50으로 하락했다. 이는 시장이 회사 자산과 성장성을 예전만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재무제표상 문제는 없더라도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은 약해졌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삼성SDS의 기존 사업 구조가 지닌 한계와 맞닿아 있다. 회사는 삼성그룹 내부 IT 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 실적을 쌓아왔지만, 외부 시장에서 강한 성장 프리미엄을 인정받기에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삼성SDS 내부거래 규모는 지난해 약 11조3711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82%를 차지했다. 2023년 86.5%(11조4910억 원)였던 비중은 2024년 80.3%(11조1047억 원)로 낮아졌지만, 지난해 다시 소폭 상승했다. 최근 3년 연속 내부거래 비중이 80%를 웃돌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7.6조 실탄, 왜 지금인가
재무지표가 하향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삼성SDS가 선택한 돌파구는 외부 자본과의 결합이다. 삼성SDS는 최근 글로벌 투자사 KKR를 대상으로 약 1조2000억 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이번 딜의 핵심은 KKR가 수용한 조건에 담긴 전략적 의도다. 우선 전환가액은 주당 18만 원으로 설정됐는데, 이는 발행 결정 당시 시가 대비 약 18%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통상적인 CB 발행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발행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표면 및 만기 이자율을 모두 연 2.5%로 낮게 설정했다. KKR가 이자 수익보다 삼성SDS 미래 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에 집중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리픽싱(시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하향 조정)’ 조항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주가가 떨어져도 투자자를 보호해 주는 장치가 없다는 것은 향후 6년 내 삼성SDS 기업가치가 18만 원을 훨씬 상회할 것이라고 KKR가 확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6년간 양도 및 조기상환(풋옵션) 금지 조건까지 포함돼, KKR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장기적 밸류업 파트너로 들어왔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삼성SDS가 이미 6조4000억 원 안팎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CB 발행 핵심은 자금 조달 자체보다 KKR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수·합병(M&A) 실행력을 수혈받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KKR은 앞으로 6년 동안 삼성SDS M&A, 자본 활용, 글로벌 사업 기회 발굴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기로 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구조였다면 굳이 이처럼 긴 자문 기간을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 KKR은 일본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 후지소프트를 인수했고, 미국 하이브리드 IT 서비스 기업 에소노(Ensono), 독일 IT 솔루션 업체 데이터그룹(DATAGROUP)에도 투자했다. 이는 아시아·유럽·북미 IT 서비스 시장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온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삼성SDS 입장에서는 이 네트워크가 해외 M&A 타깃 발굴, 현지 실사, 사업 진입 장벽 완화 등에서 직·간접적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다.
AI·M&A로 체질 바꾸는 승부수
특히 삼성SDS가 이번에 선택한 해법은 AI와 M&A다. 기존 SI와 물류 중심 사업은 안정적이지만 성장 한계가 분명한 반면, AI와 클라우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시장에서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크다.삼성SDS는 이미 AI 인프라, 플랫폼, 솔루션 등 전 영역을 아우르는 AI 풀스택 역량을 키우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해남에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구미에 AI 데이터센터를 각각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사는 신규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 5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신사업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DBO) 사업은 현재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가 개발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의 개념설계를 수주해 진행 중이다.
여기에 M&A가 결합되면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삼성SDS는 현재 확보 중인 7조6000억 원 실탄을 바탕으로 전략적 M&A를 위해 오는 2031년까지 1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AX·AI 서비스와 AI 플랫폼·솔루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1조 원,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4조 원을 각각 투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는 “KKR 글로벌 네트워크와 M&A 전문성을 적극 활용해 성장 기회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지속적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사업 진출 거점 확보와 피지컬 AI·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과 M&A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트너십을 삼성SDS의 고질적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정공법으로 보고 있다. 물론 향후 6년간 이어질 KKR과의 전략적 동행이 실제 해외 M&A 성과와 수익 구조 다변화로 이어진다는 전제가 있긴 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삼성SDS 역시 삼성그룹 IT 지원 계열사에 머물지 않고 고성장 AI 테크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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