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체들은 멤버십 혜택 강화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앞세워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한 판촉 경쟁을 넘어, 이용자 데이터를 둘러싼 주도권과 플랫폼 충성도를 놓고 한층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이커머스업계의 변화하는 경쟁 지형과 각 사의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컬리는 이커머스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속에서 보기 힘든 실적 개선 기업이다.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이 적자를 면치 못한 가운데 컬리 홀로 지난해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이대로라면 창립 11년 만에 연간 흑자 달성도 유력하다. 가격과 속도 경쟁이 지배하는 이커머스판에서 컬리는 프리미엄과 수익성, 물류 경쟁력으로 패권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컬리는 그동안 이커머스업계에서 대표적인 ‘우려 기업’으로 꼽혀왔다. 창립 이후 10년간 적자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영향이 컸다. 동종업계 쿠팡이 약 8년 만에 ‘계획된 적자’의 고리를 끊어낸 사례가 있지만, 컬리의 실적 부진에는 그다지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 마침내 흑자 전환 ‘청신호’를 켜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증명해내고 있다.
업계 분위기도 달라졌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사옥을 이전하는 동안, 컬리는 인력을 충원하고 배송 서비스 권역을 확대하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흑자 전환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장기간 유지해온 전략이 이제야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10년 적자에서 ‘연간 흑자’ 눈앞
2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컬리는 2025년 1분기 영업이익 17억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이에 그치지 않고 2분기 31억 원에 이어 3분기 61억 원의 영업익을 내며, 분기별로 약 2배씩 성장세를 보였다. 단발성 실적 개선이 아닌 3개 분기 연속 흑자로, 수익 구조가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입증했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1조7381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2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으며 처음으로 분기 당기순이익도 냈다. 연간기준 첫 흑자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컬리의 체질 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주력 사업의 안정과 수익구조 다각화가 맞물린 결과다.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식품 카테고리의 견조한 성장에 럭셔리 및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뷰티 부문이 가세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네이버와 손잡고 선보인 ‘컬리N마트’ 역시 신규 고객 유입과 거래 확대에 기여했다.
특히 풀필먼트 서비스(FBK)와 판매자배송상품(3P)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포함한 3P 거래액은 전년 대비 45.7% 늘었다. 패션·주방용품·인테리어 등 비식품군 상품력 강화와 물류 서비스 경쟁력이 시너지를 낸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물류를 직접 안고 가는 모델 역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컬리가 추진 중인 샛별배송(새벽배송) 권역 확대도 실적 반등의 중요한 동력이다. 배송 가능 지역이 늘어나면서 신규 고객과 주문량이 함께 증가했다.
컬리는 2024년 2월 경주를 시작으로 포항, 여수, 순천, 광주 등 11개 지역으로 샛별배송을 확대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전주·완주·익산 등 전라북도 지역까지 서비스를 넓혔다.
‘프리미엄 전략’ 뒤늦게 빛 보다
컬리는 출범 초기부터 ‘프리미엄’과 ‘초신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수 이커머스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에 집중할 때, 컬리는 상품과 서비스 품질을 차별화 전략으로 삼았다. 온라인 환경에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산지 직송, 당일 수확 상품 배송 등 품질 관리에 집중한 것이다.이 전략은 구매력과 객단가가 높은 이른바 ‘강남맘’ 고객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고, 컬리는 점차 프리미엄 신선식품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체 물류센터 구축과 콜드체인 운영으로 단기 수익성은 희생됐지만, 10년간 일관된 전략을 유지한 결과, 컬리는 이제 이커머스업계에서 드물게 수익성을 개선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면 아래 강자, 패권 경쟁의 변수로
컬리의 위상도 달라졌다. 이커머스업계에서는 거래액 중심의 평가가 일반적이지만 최근 업황 악화로 거래액 공개를 꺼리는 기업이 늘면서 매출액 기준 비교가 의미를 갖게 됐다.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기준으로 1, 2위는 쿠팡과 네이버다. 각각 36조, 2조7103억 원을 기록했다. 뒤를 이은 건 컬리다. 1조7381억 원으로 3위다. 다음으로 SSG닷컴(1조260억 원), G마켓(5690억 원)이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월간활성사용자수(MAU)도 늘었다. 모바일인덱스가 추정한 12월 컬리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449만 명으로 1년 전보다 34% 증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달 대비 11% 늘어난 수치다.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컬리멤버스’의 12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컬리 전체 거래액의 70%가 ‘충성고객’인 멤버십 가입 고객에게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네이버와의 전략적 협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신선식품 물류에 약점을 가진 네이버가 컬리의 물류 인프라와 상품 경쟁력을 활용해 해당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컬리는 네이버의 방대한 이용자 기반을 통해 고객 접점을 넓히는 구조다. 실제 ‘컬리N마트’는 지난해 9월 오픈 이후 한 달 만에 거래액이 50% 이상 증가했다.
컬리의 성장세는 인력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다수 이커머스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선 것과 달리, 컬리는 새해 들어 뷰티·패션 MD와 마케팅 등 7개 직무에서 두 자릿수 규모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뷰티에 이어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은 패션 부문 강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2023년 하반기 본격화한 패션 카테고리에서 컬리는 2025년 상반기 여성 의류 매출이 140% 성장했다.
이처럼 컬리의 흑자 전환은 이커머스 경쟁 구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가격과 속도를 앞세운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 상품력과 물류, 고객 충성도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모델이 다시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이커머스는 누가 더 싸게, 더 빨리 파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어떤 고객을 얼마나 오래 붙잡을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며 “컬리의 흑자 전환은 쿠팡과 네이버 중심으로 굳어졌던 시장 구도에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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