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멈출 줄 모르는 원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인건비 급등이라는 삼중고(三重苦)가 건설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업계를 뒤흔든 부실시공 논란은 소비자들의 신뢰마저 앗아갔다. 이런 엄중한 상황 속에서 포스코이앤씨가 던진 ‘공급 규모 1위’라는 승부수는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물량으로 증명하는 ‘건설 종가의 자존심’올해 포스코이앤씨가 예고한 분양 물량은 전국 약 2만2000여 가구다. 이는 국내 10대 건설사 중 압도적인 수치다. 전통의 강자로 군림해온 현대건설(약 1.8만 가구)과 대우건설(약 1.6만 가구), GS건설(약 1.5만 가구)을 모두 따돌리고 공급량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이 수치는 단순히 ‘덩치를 키우겠다’는 계산보다는 불황일수록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포스코 특유의 DNA와, 위기 상황에서 우량 사업장을 선점해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린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수도권 정비사업 올인…‘양극화’의 파고를 넘다올해 분양 시장을 관통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양극화’다. 지방의 미분양 공포가 여전한 상황에서 포스코이앤씨는 철저하게 ‘수도권 집중’ 전략을 선택했다. 전체 공급 물량의 70% 이상을 서울과 수도권의 핵심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배치한 것이다.
경쟁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선별 수주와 공급 조절에 들어간 틈을 타, 포스코이앤씨는 입지가 검증된 수도권 정비사업지를 파고들었다. 대중적인 브랜드 ‘더샵’과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앞세워 강남권과 주요 거점 도시의 랜드마크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전문가는 “지방 분양 시장이 위축된 지금,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공급은 분양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압도적으로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포스코이앤씨가 리스크와 기회 사이에서 매우 공격적인 베팅을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안전’에 ‘AI’를 입히다… 신뢰 회복을 위한 기술적 결단하지만 물량보다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포스코이앤씨가 내세운 ‘안전’과 ‘AI’의 결합이다. 부실시공 논란 이후 소비자들은 이제 아파트의 이름보다 ‘어떻게 지었느냐’를 먼저 묻기 시작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첨단 기술에서 찾았다.
포스코그룹은 안전 전문 자회사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을 설립하고 그룹 차원의 전문 조직을 통해 안전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해답을 내놨다. 이 자회사는 현장 안전 관리 고도화와 재해 예방 시스템 구축을 맡는다.
이동호 안전담당 사장 보좌역을 안전기획 실장으로 보임한 후 '안전사고 무관용 원칙'을 모든 현장에 적용했다. 안전에 관한 한 단기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방침이다.
공사비 잔혹사 속 ‘수익성’이라는 난제하지만 2.2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이 수익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2.2만 가구는 자칫 건설사에 거대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올해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관문을 넘어야 한다.
첫째, 미분양 제로화의 실현이다. 수도권 입지라 할지라도 고분양가에 대한 저항선은 분명 존재한다.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둘째, 공사비 갈등의 현명한 조율이다. 정비사업 조합과의 공사비 증액 협상은 올해 실적의 최대 변수다. 이를 매끄럽게 해결하는 경영 능력이 필수적이다.
셋째, ‘오티에르’의 시장 안착이다. 하이엔드 브랜드가 강남권 등 주요 수주 시장에서 제값을 인정받아야만 매출 구조의 질적 개선이 가능하다.
올해는 포스코이앤씨가 명실상부한 업계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지, 아니면 대규모 물량의 리스크에 직면할지를 결정짓는 해가 될 전망이다.
분양 규모라는 외형적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품질과 안전 경영의 실질적인 구현이다. 신뢰와 안전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증명해낼 때 비로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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