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MBK파트너스는 “지난 10년간 투자 과정에서 저희의 부족한 판단과 경영관리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이라는 중대한 상황에 이르게 됐다”며 “단순한 재무적 실패가 아니라 국민 일상과 연결된 기업의 대주주로서 저희가 얼마나 무거운 책무를 온전히 다하지 못했음을 절실히 깨닫게 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이미 2조5000억 원 규모의 보통주 무상소각을 결정했고, 홈플러스에 3000억 원의 재정 지원을 집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인가 전 인수합병(M&A) 시 인수인의 자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장래 운영 수입을 재원으로 향후 최대 2000억 원을 홈플러스에 무상으로 추가 증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환전환우선주가 회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MBK파트너스의 공식 사과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돌입 한지 약 6개월 만에 나온 것으로, 다소 뒤늦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과가 MBK파트너스 자체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지난 19일 김병주닫기

일각에선 다음 달 예정된 국정감사를 의식한 행보로 보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여야 모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야 의원들이 홈플러스 사태에 이어 롯데카드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김병주 회장을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앉히는 데 뜻을 모았다는 것.
김 회장은 앞서 열린 청문회에 두 차례 불출석했다. 올해 3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홈플러스 사태 긴급현안질의에도 해외 출장을 이유로 나타나지 않은 데 이어 지난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T·롯데카드 대규모 해킹사고 청문회 출석도 거부했다. 그런 만큼 김 회장이 이번 국감에선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MBK파트너스가 내놓겠다고 한 지원금 역시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앞서 증여와 연대보증을 통해 홈플러스에 지원한 3000억 원에 더해 20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총 5000억 원에 이르는 거금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홈플러스를 정상화시키기엔 부족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의 자금 부담은 지속적으로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전기세까지 체납했다. 정상영업을 위해 납품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회생절차를 개시한 지난 3월 대금 미지급으로 협력업체들로부터 납품이 중단된 적이 있었던 만큼 같은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여기에 임대료 조정을 마친 점포에 미납 임대료를 지급하게 되면서 자금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홈플러스 회생의 베스트 시나리오인 M&A는 감감무소식이다. 홈플러스 측은 분리매각이 아니라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을 합친 통매각을 원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잘되는 사업과 안되는 사업 모두 통으로 매각하고 싶겠지만, 어떤 기업이 이를 통으로 떠안으려고 하겠냐”며 “통매각을 고집한다면 원매자는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매채널 온라인 전환으로 최근 3년간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며 “구매채널 온라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3년 홈플러스 매출은 2022년 6조6000억원, 2023년 6조9300억 원, 2024년 6조9900억 원으로 늘어났다. 홈플러스 측은 “2022년 2월 대형식품전문매장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을 론칭하고 현재까지 33호점을 오픈, 축소돼 가던 오프라인에 새로운 활로를 제시했다”며 “현 주주사가 경영권 인수 이후 홈플러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향후 MBK파트너스는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MBK 파트너스 사회적 책임위원회’ 구성키로 했다.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 외부 감시 기구 설치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