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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석화 구조조정 안된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9-01 05:00

▲ 곽호룡 기자

▲ 곽호룡 기자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몰린 국내 석유화학업계 개편안이 최근 발표됐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에 합의하면, 정부와 금융권이 자금을 지원하는 ‘선 자구노력, 후 지원’ 방식이다.

우선 석유화학 10개사(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 한화솔루션, 대한유화,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에쓰오일)는 나프타분해시설(NCC)에서 만드는 에틸렌 생산량을 최대 370만톤 줄이기로 했다.

이는 국내 전체 생산량(에쓰오일 샤힌 신설비 포함)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 더해 각사별로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내놓은 지원책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업계 자구노력과 사업개편 타당성을 살펴본 다음 기업별 맞춤형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전까지는 기존에 빌려준 대출 회수를 자제하자고 논의했다.

이번 대책으로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화학은 글로벌 경기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 산업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호황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2018년 호황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타고 있으니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를 위기로 내모는 데 직접적 원인이 된 중국도 정부 차원 대규모 노후설비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OPEC+ 산유국들도 최근 원유 증산에 합의한 만큼, 원유를 사서 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 업체들 수익성도 숨통이 틜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국내 석유화학업계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 부진이 단지 공급 과잉에서 기인한 것으로만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된 원인은 뒤처지는 기술력이다. 미국은 풍부한 셰일가스에서 에틸렌을 뽑아내는 에탄분해설비(ECC)를 기반으로 석유화학 순수출국이 됐다.

중국에 이어 중동도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제품을 뽑아내는 정유·석유화학 통합공정(COTC)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 석유화학 제품을 구매하던 국가들과 이제는 수출 경쟁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호황이 오더라도 과거 같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자명하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할 자구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LG화학, SK지오센트릭 등 일부 업체들은 이미 2019~2020년 일부 NCC를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매각 등에 나섰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빅딜을 통한 NCC 통합운영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토로가 나온다.

이미 합작 운영하는 여천NCC의 경우 대주주인 한화와 DL 간 첨예한 갈등만 부각됐다.

NCC 업체끼리도 이런 데 업종이 다른 정유·석유화학 빅딜엔 회의적 시선이 더 크다.

석유화학 구조조정은 일본 사례를 참고하라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온다.

일본 석유화학 업체들은 1970년대 오일쇼크와 1990~2000년대 한국 기업과의 경쟁으로 위기를 겪은 이후 대대적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어 호황에 벌어들인 돈으로 IT·모빌리티용 정밀화학, 바이오 등 고부가 신사업에 진출했다. 여기에는 기업 간 합병이 용이하도록 정부가 선제적인 법개정을 통한 지원이 있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호황기에 추가 증설에 나선 게 패착임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국내 경제를 이끌었던 석유화학 기업들이 사실상 각자도생하라는 지원책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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