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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 깎으려다 약 사라진다 [기자수첩]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09 08:29

▲양현우 기자

▲양현우 기자

[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발표로 국내 제약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와 혁신 제약기업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약가 인하를 추진하지만, 업계로부터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며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28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약가 제도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제약업계에 타격을 준 내용은 제네릭(복제약)과 특허 만료 의약품 가격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0%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약가 인하로 연평균 약 2500억 원, 4년간 약 1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약가 인하로 인해 절감된 재정은 혁신 제약기업 육성과 필수의약품 안정공급에 재투자한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문제는 건보 재정을 아끼려다 정작 국민들이 필요한 의약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제약사들이 생산하는 약 중에는 원가율이 100%를 넘겨, 팔수록 손해를 보지만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생산하는 필수의약품들이 적지 않다. 해열제나 소아용 항생제 등이 대표적이다.

약가 인하가 이뤄지면 제약사들은 수익성이 없는 필수의약품들의 생산을 멈춘다. 이는 필수의약품 품절 대란으로 이어진다. 이는 일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코트라가 2024년 발간한 ‘일본 의약품 부족 사태’ 보고서에서는 제네릭 의약품 32.1%가 공급 부족 상태였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약가 인하를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매년 인하되는 정부 약가 개정으로 제약사 이윤이 줄어 적자가 이어지고 수익성 낮은 제품은 생산을 확대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써있다.

이는 국내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012년 국내에서 약가 인하가 이뤄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때 비급여 전문의약품 생산 비중 증가, 급여 내 미인하 전문의약품 비중 증가 등 수익이 증가했다. 다시 말하면 돈이 되는 의약품 생산은 늘고, 돈이 안되는 의약품 생산을 줄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약가 인하로 확보한 건보 재정을 혁신 신약 개발 기업에 투자한다고 했다. 이는 제약사의 신약 개발을 촉진시킨다는 의미인데, 수익성이 줄면 제약사의 신약 개발은 사실상 불가하다.

신약 개발에는 조 단위의 임상 비용이 필요하다. 이 같은 금액을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 제약 산업 구조상 제네릭 수익성이 무너지면 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줄도 말라버린다. 결국 국내 제약사들은 비용이 많이 들고 불확실한 신약에 투자하기를 꺼리며 신약 개발은 전보다 더욱 줄어들 수 있다.

물론 제약사들도 억울해할 수만은 없다. 과도한 제네릭 난립과 근절되지 않는 불법 리베이트 관행은 산업의 신뢰를 갉아먹는 고질병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획일적인 정책은 역풍을 맞기 마련이다. 현장과 업계와의 충분한 소통과 설계를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의 약값을 후려쳐 짜낸 재원이 신약 개발로 이어질지 고민해봐야 한다. 혁신은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쥐어짜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서류상 숫자에 매몰돼 당장 환자들의 생명줄인 필수의약품 공급망을 끊어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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