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진 한경협 회장,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제사절단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윌러드 호텔에서 열리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구자은 LS 회장, 김상현 롯데 부회장, 이재현 CJ회장, 허태수 GS 회장,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류진 한경협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사진=한국경제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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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오후 2시 기준 21만7000원이다. 전날 종가(21만8000원) 기준 약 0.46% 소폭 떨어졌다.
앞서 지난 6월 4일 네이버는 18만5500원이던 주가가 같은 달 23일 29만5000원까지 약 59% 올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소버린(주권형) AI’ 기대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줄곧 하락세를 걸으며 최근 22만원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거래 중이다.
증권가는 쇼핑 수수료 인상이 네이버 2분기 실적에 반영됐지만 이 외에 뚜렷한 실적 모멘텀이 없다고 분석한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핵심 사업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혁신적인 AI 서비스 없이는 주가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AI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최 대표는 지난 26일 미국 워싱턴DC 월러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했다. 정신아닫기

이곳에서 최 대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와 황 CEO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공개되진 않았지만, 업계는 양사 간 AI 협력 관련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말 최 대표는 엔비디아 제안으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함께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황 CEO와 회동한 바 있다. 두 기업은 모두 ‘AI 주권’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해 왔다.
최 대표는 지난달 19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네이버는 AI 인프라, 데이터,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통된 목표를 가진 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글로벌 소버린 AI 생태계를 함께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 CEO 역시 “모든 지역과 모든 국가가 AI 주권을 구축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네이버는 올 5월 소버린 AI 수출국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선택하고, 황 CEO와 함께 현지 기업들과 만났다. 당시 동남아 맞춤형 소버린 AI 구축 방안과 태국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 관광 특화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 협력을 논의했다.

지난 5월 네이버와 엔비디아 주요 경영진이 대만 엔비디아 오피스에서 별도 미팅 후 기념 촬영을 하고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제이 퓨리(Jay Puri) 엔비디아 총괄 부사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 사진=네이버클라우드
이미지 확대보기엔비디아는 현재 주력하고 있는 AI 칩 ‘블랙웰(B200)’의 개량형 ‘블랙웰 울트라(B300)’ 출시를 올 3분기로 예고했다. 현재 국내 기업이나 정부 차원에서는 B300 도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한 상태다.
이에 더해 업계는 네이버가 곧 진행될 정부 주도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3차 공모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정부가 국내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수도권에 AI 특화 초대형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총 사업 규모는 최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AI 사업에서는 GPU를 빠르고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네이버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최신 GPU를 확보한다면 네이버클라우드 경쟁력을 넘어 국가 AI 인프라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최 대표 이번 방문이 네이버 AI 사업 확장뿐만 아니라 국내 IT 업계 시장에 중요한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구글 등 미국 빅테크는 한국에 ‘디지털 무역장벽’ 관련 압박을 해왔다. 이달 20일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회원사로 둔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디지털·IT 관련 협회 5곳과 함께 미국 상무부 장관에 공동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한국 디지털 무역 장벽이 글로벌 기업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며 “정상회담에서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서한은 ▲고정밀 지도 반출 제한 ▲온라인 플랫폼법 ▲클라우드 보안인증제도(CSAP) 및 망분리 규정에 따른 외국 기업 차별 ▲유럽연합(EU)과 유사한 AI 법 추진 들을 주요 골자로 한다.
최 대표는 국내 IT 업계를 대표해 구글 등 미국 빅테크의 디지털 무역장벽 압박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디지털 무역장벽 관련 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이 특히 문제 삼은 대표적 사안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이다. 구글은 2007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보안과 데이터 주권을 이유로 거절했다. 정부는 평균 오차가 1.5m에 불과한 ‘5000대 1 지도’는 군사시설 좌표까지 노출될 수 있어 안보 위험이 크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플랫폼법 역시 주요 쟁점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법 등을 통해 기업들을 자의적으로 규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며 “한국 공정위가 미국 기업이나 이익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협정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노선 맥헤일 CCIA 부회장은 별도 자료를 통해 “무역장벽 완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이 문제를 다룰 유례없는 기회”라며 “우리는 양국 정부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한국이 개방적인 시장을 향해 나아가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