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는 오는 21일 2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3년물(1300억원), 5년물(900억원), 10년물(300억원)로 구성됐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5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30bp~+30bp를 가산해 제시했다. 조달된 자금은 전액 채무상환에 쓰이며 대표주관업무는 KB증권이 단독으로 담당한다.
SK는 그룹 내 사업지주사이자 매년 공모채 시장을 찾는 단골 손님이다. 자회사(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스퀘어, SK에코플랜트 등)들이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주력 자회사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이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SK온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알짜 계열사인 SK E&S를 흡수합병하면서 재무완충력을 확보했지만 ‘통합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우려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SK텔레콤, 대규모 해킹에 그룹 신뢰도·재무건전성 ‘초긴장’
SK는 자회사를 거느리는 지주사인 만큼 자회사들의 실적과 재무건전성이 신용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 중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이어 SK텔레콤, SK네트워크 순으로 영향력이 크다.
SK이노베이션과 달리 SK텔레콤은 통신사업 특성상 안정적 현금흐름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민간기업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AAA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이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대규모 해킹 이슈가 발생했다. 정확한 해킹 경위와 피해 범위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역대 최악의 사고로 꼽힌다.
가입자들은 SK텔레콤을 떠나 여타 통신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달 초까지 26만명 가량이 이탈했으며 최근 순감 규모는 30만명을 넘어섰다. 해킹 사태 초기에 비해서는 이용자수 감소가 줄었지만 ‘탈 SK텔레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SK텔레콤 측은 최대 250만명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위약금 면제 시 500만명도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역시 이번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도 과거 정보유출 문제가 있었지만 위약금 면제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또 이용자 이탈이 신용도를 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국내 1위 사업자라는 점, 여타 해킹 사고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광범위하다는 점이 다르다. 그만큼 SK텔레콤이 직면할 수 있는 위기 수준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SK 회사채 발행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SK그룹 전반에 대한 투심을 결정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K 회사채 발행에 문제가 생기면 여타 자회사 전반에도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며 “SK텔레콤은 그룹 캐시카우이자 계열사들과 연계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SK그룹 전반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흔들린다면 조달비용 증가에 이은 수익성 악화가 반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