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회장의 믿을맨인 이규복 대표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이규복 대표 취임 이후 현대글로비스는 실적은 물론 곳간까지 든든하게 채웠다. 올해 이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신사업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16일 현대글로비스 사업 정관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말 사업목적은 62개로 현대차(30개), 기아(34개), 현대모비스(13개)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실제 영위하고 있는 사업도 52개로 이 역시 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이는 기존 계열사 제품들의 해상 운송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신사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다. 실제 현대글로비스가 추진 중인 주요 신사업도 항공, 특수화물 운송부터 LNG(액화천연가스), 중고차, 이차전지 리사이클링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이규복 대표도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금이 영업을 확대하고 이익을 다변화할 수 있는 시기”라며 “비계열 확대에 따른 매출처 다변화, 미래 신성장 동력 구축 등의 노력을 통해 매출액 28조원~29조원, 영업이익 1조8000억~1조9000억원의 연간 실적 전망치 이상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비계열사 매출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규복 대표의 신사업 성과는 향후 정의선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형 구조다. 이 같은 형태는 계열사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외부 세력 공격을 받을 경우 지배구조 연결고리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 및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닫기

현재로서는 정의선 회장이 완전한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선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현대모비스 7.29%, 현대차 5.44%, 현대제철 11.81% 등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 0.32%, 현대차 2.67%, 기아 1.78%에 불과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이 지분 20.00%를 보유한 대표적인 자금원 계열사다. 이는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정의선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 자금 마련이 원활해 진다는 의미다.
정의선 회장의 핵심 인물인 이규복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차 재무관리실장, HMB(현대차 브라질 판매법인) 재경 담당, 현대차 미주유럽관리사업부장, 현대차 차세대 ERP혁신센터장 등을 거진 재무 전략가다.
이규복 대표는 2022년 11월 부사장 승진과 함께 2023년 1월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특히 부사장 승진 약 2년 만이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정도로 정의선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이규복 대표의 성과도 이를 증명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규복 대표가 취임 한 2023년 연결기준 매출 25조6832억원 영업이익 1조55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매출 28조4074억원 영업이익 1조7529으로 성장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1분기 매출 7조2234억원, 영업이익 5019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중국 완성차 운송 수주 확대 등 비계열사 매출 비중이 높아진 것이 주효했다.
이규복 대표 취임 당시 약 8만원 수준이던 주가도 현재 약 11만원까지 상승했다. 이규복 대표는 2023년 취임과 함께 3억2170만원 자사주 매입 및 배당 확대 정책을 발표하며 주가부양을 최우선으로 삼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규복 대표는 2030년까지 신사업 강화을 위해 약 9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현대글로비스의 곳간도 실적 성장으로 넉넉해졌다. 2023년 연결기준 2조2908억원이던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3조2765억원을 약 43% 증가해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도 2조806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