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보단 약 7000억 원 줄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말 현금성 자산으로 2조180억 원(현금 및 현금성자산 3679억 원, 단기금융상품 1조6500억 원)을 보유한 바 있다. 회사의 지갑이 다소 얇아진 건 재무 구조 개선 때문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약 8000억 원에 달하는 차입금 및 사채를 상환하며 부채비율을 59%까지 낮췄다.
실탄은 줄었지만 투자 의지는 오히려 늘었다. 작년엔 CDMO 공장 등 설비 투자에만 2조12억 원을 썼다. 전년 7822억 원보다 155.8% 증가한 금액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에도 18만 리터(ℓ) 규모의 5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생산능력을 78만4000ℓ까지 늘렸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력이다. 회사는 오는 2032년까지 총 7조5000억 원을 투자해 제2바이오캠퍼스(5~8공장)를 조성, 생산력를 총 132만4000ℓ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 신규 모달리티 전용 생산설비 구축도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회사의 투자 확대 기반엔 탄탄한 현금창출력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작년 한 해 동안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은 1조9604억 원이다. 같은 기간 단·장기 차입금과 사채 등 회사가 빚진 돈은 1조3398억 원으로 순부채가 412억 원이었으나, 영업이익 기반 현금창출력이 이를 압도한다.
현 국내 바이오업계 전반이 자금 경색에 시달리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벤처캐피털(VC) 분석업체 더브이씨에 의하면, 지난 3년간 국내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 투자 건수는 2021년 522건에서 지난해 225건으로 줄었다. 투자금은 3조7358억 원에서 1조93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른 바이오기업과 달리 꾸준한 매출 기반과 현금흐름이 확보된 상태”라며 “5공장 등 설비 투자 확대에 따른 감가상각(비용처리) 증가에도 버틸 체력이 있는 드문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눈에 띄는 건 순현금이다. 회사의 작년 차입금은 총 3833억 원으로, 부채를 차감한 실질 현금 보유액이 7748억 원에 이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바이오 기업 현금성자산 1위라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순현금으로 1위다. 회사는 주력 제품인 백신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현금을 축적한 바 있다. 2021년엔 기업공개(IPO)를 통해 1조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재무 여력이 충분한 만큼 사업 다각화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주 전략은 인수합병(M&A)이다.
지난해 6월 독일 CDMO 기업인 ‘IDT바이오로지카’를 3564억 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10월엔 미국 바이오 기업인 ‘피나 바이오솔루션스’ 경영권을 41억 원에 사들였다. 이외에도 미국 ‘선플라워’ 지분을 조건부 인수하는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유망한 글로벌 바이오기업에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향후에도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유망기업에 대한 투자 및 M&A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 글로벌 기업으로 본격적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