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현태 기자
포스코이앤씨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치열한 수주 경쟁을 치루고 있다. 전면1구역은 재개발사업으로 지하 6층 지상 38층 총 12개동 규모로 조성된다. 공동주택 777가구와 오피스텔 894실, 상업 및 업무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구역 면적은 7만1900㎡로 좁은 편이나 건축 연면적은 32만9118㎡으로 예상 공사비는 9558억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서울 중심에 깃발을 꽂으면서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상징적인 가치도 크다. 여기에 특정 정비사업지에 먼저 수주한 만큼 다른 정비 사업지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포스코이앤씨는 송도 국제업무도시 조성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적용한 주거 단지를 조성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계적인 건축설계사와 협업해 미래지향적 도시경관 조성을 위한 맞춤형 특화 디자인도 함께 선보이겠다며 영상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치열한 수주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지난 11일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근 푸르지오 아파트 주민 2000여명이 대피했고, 광명 양지사거리에서 안양 호현삼거리까지 도로가 통제됐다. 특히 붕괴로 실종됐던 근로자가 사고 발생 5일 후에 숨진 채 발견됐다.
문제는 근로자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가 직접 홍보영상에 등장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 최고의 가치를 선하겠다’며 환한 미소로 카메라 앞에 섰다는 점이다. 이 영상이 공개된 시기는 사고 발생 4일 후 였다. 유가족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근로자 사망이 확인 된 이후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는 “소중한 직원을 잃은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게 사고 원인이 규명되고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자본을 위한 수주 경쟁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붕괴 사고로 사내 직원이 매몰된 가운데, 사고 수습보다 대표가 직접나서 대규모 재개발 수주전에 몰두한 점은 도덕적으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동안 포스코이앤씨 공사현장 근로자들이 외쳤던 '안전 최우선' 구호는 공허했다.
이번 사태는 포스코이앤씨 조직 문화 자체가 자본 논리에 갇혀 있다는 뼈아픈 증거로 남게 됐다. 단순한 현장 사고를 넘어, 회사의 판단 기준과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회사가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고민해봐야 할 시간이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