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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쿄·오사카 말고 국내여행 가고 싶습니다만…

손원태 기자

tellme@

기사입력 : 202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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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원태 기자

▲ 손원태 기자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여행은 직장인들에게 비타민 같은 쉼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가 어렵다지만, 비행기에 오르는 내국인들은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인기인데, 지난해에만 한국인 관광객 881만 명이 바로 옆 섬나라를 다녀갔다.

기자도 일본을 자주 찾는다. 지난 10년간 오사카 두 번, 후쿠오카 두 번, 도쿄 한 번, 삿포로 한 번, 나고야 한 번, 히로시마 한 번 등 여덟 차례 일본을 방문했다. 역사적 갈등과 독도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행태를 보면 선뜻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을 향하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고, 문화나 음식 면에서도 상당히 비슷하다. 또한, 외국인들이 여행하기에 교통이나 관광 인프라가 촘촘히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한국과는 다르게 길거리에 꽁초 하나 버려져 있지 않으며, 편의점을 가더라도 점원 표정은 서비스 정신으로 가득하다. 외국인들을 상대로 무턱대고 시비를 걸거나 인종차별을 벌이지 않는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대부분이 입을 열지 않으며, 운전기사는 손님이 다 앉은 뒤에야 시동을 건다. 갖은 혐오와 시위로 얼룩진 우리나라의 사회상과는 딴판이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외로 출국한 내국인 수는 2022년 655만 명에서 2023년 2272만 명, 2024년 2869만 명으로 2년 새 4배나 불었다. 역대 최다였던 2019년 2871만 명에 근접한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하늘길이 열리면서 너도나도 해외로 떠난 것이다.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단연 일본이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881만 명으로, 내국인 출국자 수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총 3686만 명이다. 이 중 23.9%가 한국인 관광객이다. 방일 국가별 방문객 중 한국이 단연 1위다. 이는 곧 한국인들의 지갑이 일본에서 많이 열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쓴 신용·체크카드 거래액은 사상 최대치인 217억2000만 달러(약 31조)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192억2200만 달러(약 27조4000억 원)에서 13.0% 뛴 수치다.

그러나 국내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서방에서의 전쟁과 대내외 경기 불황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다. 국내 정치 상황마저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해지면서 원화마저 약세를 그렸다.

소비자들은 고물가에 외식을 줄였고, 국내 자영업자 수는 지난 1월 기준 550만 명으로 기록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인 1997년(561만 명)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한국인들의 씀씀이가 해외에서는 커지는데, 국내에서는 정반대를 나타냈다.

기자도 이 같은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일본만 두 번 방문했는데, 이보다 네 배 더 많게 국내 구석구석을 찾았다. 부산, 강릉과 같은 관광도시보다는 포천, 청주, 나주 등의 소도시 위주로 택했다. 기왕 여행하는 김에 조금이라도 지방 경기에 보탬이 되려고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방문한 지방 곳곳의 현실은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우선 자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대중교통이 너무나도 불편했다. 가장 최근에 여행을 떠난 대전의 경우 유명 관광지를 버스로 다니기가 매우 어려웠다. 기자는 유성온천 부근에 숙소를 잡아 다음 날 테마파크인 오월드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유성온천역 버스 정류장에서 오월드로 가는 직통 시내버스는 ‘115번’ 한 대만 다녔고, 이마저도 10km 거리, 30개 정류장을 지나가야 해 약 1시간이 소요됐다. 택시로는 20분 안팎 걸리는 거리였다. 청주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별장으로 이용됐던 청남대로 가려 했지만, 다니는 버스가 없어 급하게 일정을 틀어야 했다.

더구나 코로나19 끝에 역대급 내수 침체가 찾아온 거리의 풍경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청주 서문시장 삼겹살거리로 향하던 버스 차창 너머에는 한 집 건너 한 집 식으로 폐업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평창의 유명 맛집으로 알려진 순두부 전문점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을 지경이라는 하소연만 들렸다. 국내 관광지가 지역 소도시보다는 부산이나 제주, 경주, 여수와 같은 유명 도시로 쏠린 탓이다.

그렇다고 이들 지역이 관광객에게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경주에서는 하루 숙박료만 20만 원을 넘기기가 부지기수였고, 부산은 김포발 여객편마저 시간대가 들쑥날쑥해 좀처럼 일정을 잡기 어려웠다. 왕복편만 보더라도 10만 원대 중반이 넘는다. 인천에서 일본으로 가는 국제선과 맞먹는 수준인 것이다. 태안과 안동의 한 식당에서는 혼자 왔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하거나 구석진 자리로 안내하는 곳도 있었다.

기자가 해외여행을 하면서 혼자 왔다는 이유로 이처럼 문전박대를 당한 경험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촬영지였던 태안 갈음이 해수욕장은 곳곳에 쌓인 쓰레기 더미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부는 올해에도 내수 진작을 위해 국내 여행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벚꽃이 피는 3월에는 ‘여행가는 봄’을, 4~5월에는 걷기와 바다를 주제로 둘레길과 해양 관광을 장려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역관광의 현실은 자차 없인 명소를 둘러보는 데 한계가 있다. 일본의 경우 소도시 히로시마만 하더라도 거리 곳곳에 트램이 다녀 도보로 여행하기에도 수월했다.

또한, 혼자 여행을 하더라도 한국어 메뉴판과 1인 메뉴를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잘돼 있어 달리 불편할 게 없었다. 숙박비 역시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는 드물었고, 설령 좀 비싸다 싶은 곳에선 손님이 보다 편안하게 묵고 갈 수 있도록 어디 불편한 점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곤 했다.

그럼에도, 기자는 숨은 국내 여행지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싶다. 나주에서는 전라남도산림연구원의 메타세쿼이아 나무숲을 보며 매우 놀랐고,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에서는 바닷바람을 쐬며 사막을 체험하는 뜻밖의 시간을 보냈다. 청송 주산지에서는 호수 위 나무의 모습에 한참이나 앉아 있었고, 동해 묵호항에서는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지를 거닐며 사색에 젖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곳곳에는 숨겨진 절경을 가진 명소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교통을 비롯한 관광 인프라와 서비스 제반 환경이 조금이라도 갖춰지길 하는 바람이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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