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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서 수출’ ‘M&A 귀재’…SK맨 박정호 퇴장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4-12-16 00:00

하이닉스 인수 등 SK 사업구조 개편 역할
작년 2선 후퇴후 지분 정리 등 퇴임 수순
스퀘어 분할후 부진·세대교체 바람 속 퇴장

‘내수서 수출’ ‘M&A 귀재’…SK맨 박정호 퇴장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최태원 회장 오른팔’ ‘인수합병(M&A) 귀재’ 소리를 들었던 박정호닫기박정호기사 모아보기 SK그룹 부회장이 무대에서 내려온다. 정유·통신 등 내수 위주 SK그룹을 수출 중심형 사업구조로 개편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35년 SK맨’의 퇴장이다.

재계에 따르면 박정호 SK 부회장이 최근 진행된 2025년 정기 인사 이후 완전히 퇴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선경그룹(SK그룹 전신)에 입사한 이후 약 35년 만에 회사를 떠나는 것이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2선 후퇴가 결정됐고 올해 주요 계열사 지분 정리에 나서는 등 이미 퇴임을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올해 3월 SK하이닉스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보유하고 있던 SK하이닉스의 주식 2만2114주 전량을 처분했다. 또 지난 9월 22일에는 보유 중이던 SK 주식 280주도 모두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SK텔레콤과 SK스퀘어도 박정호 부회장이 보유했던 주식 각각 2만1530주, 3만6826주 모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SK그룹 주요 주식 보유자 명단에서 박정호 부회장 이름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박정호 부회장이 퇴임 수순을 밟는 것 아니겠느냐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1963년생 박정호 부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선경에 입사한 이후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 팀장, 사업개발실장(전무), 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사장 승진 이후에는 SK C&C,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SK그룹 ICT 계열사 대표이사를 지냈다.

2021년 부회장 승진 이후에는 SK텔레콤 대표 겸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2021년 말 SK텔레콤과 SK스퀘어 물적 분할 이후에는 SK스퀘어 첫 대표를 맡아 SK그룹 미래 사업 성장을 이끌었다.

박정호 부회장은 약 35년간 SK그룹에서만 몸담은 ‘SK맨’으로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회장 신임이 두터웠다. 특히 굵직한 M&A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섬유·석유화학 중심 SK그룹 경쟁력을 전자 정보통신 분야까지 확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표적으로 2011년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 시절 SK하이닉스 인수 실무 업무를 주도하며 2015년 인수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2017년 일본 도시바 낸드 메모리사업부(현 키옥시아) 인수전, 2020년 인텔 낸드플래시 인수(현 솔리다임) 등 대형 M&A를 총괄하며 반도체 사업 몸집을 성장시켰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 HBM 성과 등으로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 15조원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SK그룹이 올해 8월 선언한 ‘AI 중심 리밸런싱’ 전략에서 SK텔레콤 등과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박정호 부회장은 SK텔레콤 대표 시절인 2019년 지상파 방송과 협력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 출범, 2020년 11번가 커머스 사업 확대, ADT탭스와 SK인포섹 합병을 통한 ‘SK쉴더스’ 출범, 티맵모빌리티 독립 등 탈통신을 주도했다.

거침없던 박정호 부회장 행보는 그러나 부회장 승진 이듬해인 2021년말부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SK텔레콤-SK스퀘어 물적분할 이후부터다. SK스퀘어는 SK그룹 투자 중간지주사 회사로 그룹 미래 먹거리 사업에 투자와 밸류업을 담당한다. 물적분할 이후 박정호 부회장은 SK스퀘어 대표를 맡아 SK텔레콤 통신업을 제외한 SK하이닉스, 웨이브, 11번가, 원스토어, SK쉴더스 티맵모빌리티, 드림어스컴퍼니 등 포트폴리오 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IPO(기업공개) 기대주였던 11번가, SK쉴더스, 원스토어가 연달아 상장에 실패하며 박정호 부회장 계획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SK스퀘어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들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며 궤도를 찾지 못했다.

2021년 11월 출범한 SK스퀘어는 그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약 4198억원을 기록했지만 2022년 약 1628억원으로 급감했다. 급기야 반도체 불황 직격탄이 그를 덮쳤다. 2023년 핵심 포트폴리오인 SK하이닉스마저 연간 적자를 기록하며 연결기준 2조33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스퀘어 부진은 이후 SK그룹 유동성 위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될 정도였다.

결국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진행된 그룹 정기인사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SK그룹은 박정호 부회장을 비롯해 조대식 SK수펙스 의장, 장동현 SK 대표이사,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등 주요 계열사를 이끌던 부회장단을 모두 교체하고 50대 CEO(최고경영자)를 전면 배치하는 등 최대 규모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올들어 박정호 부회장은 그룹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SK 미등기 비상근 부회장과 SK하이닉스 미등기 상근 부회장직을 맡아왔지만, 정기 인사 후 그룹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데 업계 중론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요 임원의 퇴임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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