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현대차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ST1을 처음 공개한 행사에서 차량 주요 특징을 살펴봤다.
ST1은 다목적차 스타리아를 기반으로 개발된 차량으로 보인다. 스타리아 특유의 '일자 눈썹'을 한 외장 디자인을 따왔고, 실내 운적석도 스타리아 판박이다. 뼈대(플랫폼)는 스타리아를 포함해 2019년 8세대 쏘나타 이후 현대차·기아 내연기관 승용차 표준인 N3 플랫폼이라고 현대차 관계자는 말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화물 적재함이다. 물건을 쉽게 싣고 내릴 수 있도록 지면에서 적재함까지 높이를 495mm까지 낮췄다. 편의성을 위해 설치된 하단 스텝까지 높이는 380mm에 불과하다. 780mm인 포터는 물론 550mm 수준인 수입 상용밴보다 낮다.
적재함 크기는 카고 기준 전장 2642mm, 전폭 1810mm, 실내고 1700mm다. 경쟁 모델 대비 내부폭(8.3m³)을 넓혔다. 사람이 적재함 안에 들어가도 허리를 많이 구부리지 않고 작업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이렇게 차량을 설계한 이유는 유통·물류업체의 요구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ST1 카고는 CJ대한통운, 롯데, 컬리 등 18개 업체에 짧게는 2주, 길게는 2달 가량 차량을 제공한 다음 피드백을 받아 개선해 나가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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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적재함에는 버튼을 누르면 열고 닫히는 파워 슬라이딩 도어와 후·측면 도어를 동시에 잠글 수 있는 전동식 락킹 시스템을 탑재했다. 차량에서 내리면 자동으로 적재함 문을 닫는 '스마트 워크 어웨이', 사람 탑승 유무에 따라 시동을 알아서 끄거나 켜는 '스마트 드라이브 레디' 등 전용 사양도 새롭게 개발해 넣었다. 주차에 용이한 후측방·서라운드뷰 모니터가 옵션으로 존재하는 것도 눈에 띈다.
여러 방면으로 '택배 기사님' 편의를 고려한 구성으로 판단된다.
'데이터 오픈 API'를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이 또 다른 특징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적용할 수 있다.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제공할 기능도 있지만, 유통기업이 필요한 앱을 직접 만들어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길 장려한다. 스마트폰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능이 ST1 카고 냉동 모델에 들어간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냉장차 운전자는 냉동식자재를 실어 나를 때 일정 온도를 유지하고 온도 정보를 정기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별도 단말기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현대차는 이를 차량의 10.25인치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에서 지원하도록 했다. 내비게이션에서는 냉동기 온도를 조정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배터리는 76.1kWh 대용량으로 채택했다. 1회 충전시 주행 가능거리는 카고가 317km, 냉동 모델이 298km로 환경부 인증 받았다. 20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360kW 초급속 충전 시스템을 지원한다.

판매 가격은 카고 5980만~6360만원, 카고 냉동이 6815만~7195만원이다. 포터EV와 비교해 2000만원 넘게 가격이 더 나간다.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올해 까다로워진 조건 아래에서도 100%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고 현대차는 자신했다.
정유석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은 "포터EV 단종 계획은 없다"면서 "ST1가 포터EV와 간섭 우려는 있지만 차별화한 고객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T1은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모델로 확장이 가능하게끔 개발된 플랫폼이라는 의미다. 현대차는 이날 ST1을 활용해 전기 바이크 충전차, 경찰 작전자, 응급 구조차, 캠핑카, 찾아가는 스마트팜과 펫 케어샵 등을 선보였다. 정 부사장은 "고객사가 직접 제작한 특장차들"이라며 "ST1은 비즈니스 측면을 고려한 고객들에게 선택받을 가치가 있다"고 자신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