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함영주닫기함영주기사 모아보기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는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다.
금감원은 함 회장 등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DLF 판매 관련 제재 처분 취소소송 2심 판결과 관련해 외부 법률 자문 및 금융위원회 협의를 거쳐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상고장 제출 기한은 항소심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다. 금감원은 기한 마지막 날인 이날 상고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29일 서울고법 9-3부는 함 회장과 장경훈닫기장경훈기사 모아보기 전 하나카드 사장, 하나은행 등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함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와 장 전 사장에 대한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함 회장과 장 전 사장 등 원고 전부 패소로 판결한 1심 결과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금융당국이 함 회장 등에 적용한 4가지 징계 사유 중 ‘DLF 불완전판매’와 ‘부당한 재산이익 수령’은 1심과 마찬가지로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던 ‘금감원 검사업무 방해’도 “금감원의 검사 업무에 실질적인 지장을 줬다”며 세부 사유 중 일부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나머지 처분 사유는 명확성, 예견가능성 등 부족으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자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거나 (마련 의무 위반이 아니라)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으로 봐야 하는 사유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1심에서는 내부통제 기준 설정·운영기준을 위반해 해당 내부통제 기준이 실효성이 없게 되는 경우에도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세부 사유 10개 가운데 7개를 인정한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함 회장이 최종 감독자로서 책임을 부담하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1심과 달리 여러 징계 사유 중 일부만 인정돼 징계 수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정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고려해 징계 양정을 다시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2020년 함 회장에게 DLF 사태 관련 내부통제 의무 소홀과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DLF 판매 당시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이었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같은해 금융위는 하나은행이 DLF 상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보고 일부 업무정지와 과태료 167억원8000만원 부과를 의결했다.
금감원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함 회장과 같은 사안으로 징계를 받고 이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한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은 1심과 2심에 이어 2022년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현행 법령상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은 구별돼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했다”며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한 이상 그 내부통제기준을 일부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처분 사유로 볼 수 없다고 본 원심을 수긍했다”고 밝혔다.
현 지배구조법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의 형식적 의무만 부과하고,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규율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실효성 있는 통제기능의 작동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이 부재하고 책임 영역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배구조법은 내부통제와 관련해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 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를 사전에 명확히 구분하고, 각 임원이 금융사고 방지 등 내부통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에는 책무구조도 도입,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등 금융권의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대표이사에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 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기존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에 더해 관리의무가 추가되는 것이다. 개정안은 올해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함 회장에 대한 처분 사유는 타당했다는 입장이다. 함 회장 사건을 담당한 1심 재판부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의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을 위반해 해당 내부통제기준이 실효성을 잃게 되는 경우에도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었다.
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에서는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포함해야 하는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또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 1항의 별표2는 내부통제기준의 설정·운영기준을 16개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손 전 회장 소송 재판부도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을 내부통제기준의 실효성 판단 기준으로 인정했다. 1심에서는 별표2 규정이 ‘법정사항이 아니라 그 밖의 필요한 사항’이라며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고 봤지만, 최종적으로는 규범력을 인정받았다.
금감원은 손 전 회장 소송에서 패소한 후 “소송결과와 무관하게 대법원 판결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상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의 규범력이 인정됐다는 점에 상고의 실익이 있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상 내부통제기준의 설정·운영기준(제11조제1항 관련) 일부./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이미지 확대보기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