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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후약방문 중대재해법, 공사비·기한 현실화가 먼저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3-11 00:00

장호성 기자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지난 2월부터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른바 중대재해법이 전면 시행됐다. 건설협회 및 경제계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도 전면시행의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결국 유예안이 국회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각종 현장 안전사고에서 근로자들의 안전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기업의 경각심을 높여 사망에 준하는 중대한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모든 책임을 지고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막상 중대재해법 시행 뒤에도 건설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정책 효과 자체에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많아졌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 재해자 수는 지난 2020년 2만6799명에서 2022년 3만1245명으로 증가했다.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망의 경우 2022년 사망자는 2021년보다 5.7% 감소했지만,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오히려 3.2% 증가했다.

건설사들 역시 현장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다양한 스마트장비나 실시간모니터링, 작업중지권 보장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전국에 퍼져있는 수많은 현장을 하나하나 관리하기에는 애로사항이 꽃핀다는 것이다.

결국 중대재해법은 건설현장에 만연한 안전 및 사망사고에 있어 전혀 근본적인 대책이 되고있지 못한 채 그저 건설사 ‘겁주기식’ 정책으로 전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자는 중대재해법같은 사후약방문 정책보다는 빠듯하기 짝이 없는 공사기간과 공사비를 현실화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것이 재개발·재건축 현장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이 수주경쟁을 벌일 때는 가장 짧은 공사기간과 가장 저렴한 공사비를 부르지 않으면 조합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이렇게 만들어진 빡빡한 공기를 맞추기 위해 현장은 휴일도 거의 없는 무리한 공사를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현장 안전사고나 부실공사 등의 폐단이 일어난다.

익명을 희망한 건설현장 한 근로자는 “공사 기한을 맞추려면 한 달에 딱 이틀 정도 쉬고, 나머지는 하루 종일 작업을 해야할 정도로 빠듯한 경우가 많다”며, “요새는 어플리케이션이라던가 스마트 안전장치가 생기고 있다고는 하는데, 나이가 많은 근로자들은 그런 것들이 익숙지 않아서 그냥 하던 대로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귀띔했다.

이렇게 사람을 기계처럼 갈아 넣어 작업을 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요즘은 공사장 인부 같은 힘든 일을 하려는 젊은이들도 거의 사라졌고, 현장은 별다른 일을 찾기 힘든 외국인근로자나 50대 이상 고령층들만 즐비하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건설기술인 동향브리핑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건설기술인의 평균 연령은 50.8세로 나타났다. 특히 70대 이상이 4만9478명(5.1%)으로, 20대(3만6857명·3.8%)보다 많았고, 5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건설사들은 물론 조합들도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좋은 집을 지으려면 그만큼 충분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저 가장 싼값에 빨리빨리 지은 집이 튼튼하고 좋기만을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다.

물론 요즘은 처음에 싼 공사비를 불러놓고 나중에 공사비를 올리려다가 건설사와 조합이 갈등을 빚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처음 사업 준비과정에서 넉넉한 공사기간과 현실적인 공사비를 책정한다면 이런 문제도 최소화될 수 있지 않을까.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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