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은 LS그룹 회장
구자은 회장은 취임 당시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사업과 AI(인공지능)·빅데이터·IoT(사물 인터넷)을 아우르는 이른바 ‘양손잡이 경영’을 선포했다.
양손잡이 경영이라고 했지만 사실 여기에는 공통 분모가 있다. 바로 구리·전선이다. LS그룹은 동제련 사업회사 LS MnM을 필두로 LS전선, LS일렉트릭 등 구리·전선과 연관된 계열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양손잡이 경영에서 거론된 사업들 모두 전선이 필수적이다.
지난해 1월 구자은 회장은 무탄소에너지(CFE)와 이른바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사업을 육성해 자산 50조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비전 2030’을 제시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양손잡이 경영을 통해 현 사업을 단단하게 수성하고 더욱 발전시킬 것이며, 아직 개척되지 않은 미래 사업영역을 탐험하고 선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 회장이 제시한 미래 청사진 기반에는 LS그룹 구리 제련 및 전선 사업들이 깔려 있다. 신사업에 대한 그의 자신감도 여기에서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S그룹 지주사 LS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 컨센서스(추정치)로 매출은 24조9488억원, 영업이익은 9600억원대로 추산했다. 컨센서스가 맞다면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셈이다.
그룹 내 가장 큰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LS MnM은 전기동, 황산, 희소금속, 귀금속 제품 등을 주로 생산한다. LS그룹 구리 밸류체인 시작점이다. 주력 계열사인 LS전선과 LS일렉트릭 등은 LS MnM으로부터 공급받은 구리로 전선 및 전력기기를 생산한다. LS MnM은 지난해 매출액 10조1547억원, 영업이익 24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6.7%, 영업익은 52.7% 각각 감소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황산 가격하락과 금리인상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주력 자회사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익 3248억원으로 전년대비 73.2% 늘었다. 매출액은 4조2304억원으로 25.3% 늘면서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전력기기 및 북미 시장 노후 ‘배·전·반’ 교체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상승했다. 전력 인프라 부문에서도 미국 전력시장 시설 투자 확대로 4분기 매출이 20% 급등했다. 올해에는 북미, 중동, 유럽 시장에서 대규모 전력설비 사업 수주로 매출확대가 예상된다.
LS 손자회사 격인 LS전선 자회사 LS마린솔루션도 22년만에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은 131억원으로, 전년 영업손실 66억원대에서 흑자전환했다. 매출액은 708억원으로 65% 급증했다.
LS마린솔루션 모회사이자 LS그룹 대표 계열사인 LS전선은 지난해 해외 해상풍력시장에서 대규모 수주를 연이어 따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케이블 업체 LS전선은 해상풍력발전 핵심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LS전선은 세계에서 5~6개 뿐인 525kv HVDC케이블 생산 가능기업으로 꼽히며 지난해 수주 대박을 터트렸다.
LS전선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라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주잔고를 늘려나갔다. LS전선 수주 잔고는 2022년 말 3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4조3777억원으로 불어났다.
구자은 시장은 유럽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해 4월 구자은 회장은 유럽 전기차 생태계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9일간 일정으로 독일·폴란드·세르비아 등 3개국을 방문했다. 앞서 지난해 1월 LS 계열 미국 전선회사 SPSX는 유럽 전기차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무산소동(OFC, Oxygen Free Copper:산소 포함량이 0.001% 미만으로 전도율이 월등히 높은 고순도 구리) 유럽 최대 생산기업인 L&K를 인수하면서 유럽시장 공략 준비를 진행해 왔다.
구자은 회장은 지난해 LS MnM 출범식에서 “LS MnM은 그룹 전기·전력 인프라 사업 밸류 체인 최초 시작점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중요한 계열사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글로벌 종합 소재 기업으로 육성해 전 세계 인프라 시장에서 LS그룹 영향력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윤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ahyk815@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