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열린 한국-사우디의 모듈러 제작 관련 공동 투자 회의 / 사진=국토교통부
이미지 확대보기국내 건설사들이 특히 텃밭으로 삼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빈 살만 황태자가 팔레스타인의 편을 들면서, 기껏 찾아온 제 2의 ‘중동 붐’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정부는 해외건설 수주 과정에서 건설사 간의 경쟁이 아닌 민관협력 ‘원팀 코리아’를 구성해 방향을 제시해 국내 건설사들의 지원사격에 나선 바 있다. 원희룡닫기원희룡기사 모아보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단장을 맡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를 방문했고, 올해 6월에도 마찬가지로 원희룡 장관을 단장으로 한 원팀코리아가 다시 한 번 사우디를 찾았다.
올해 중동에서 가장 큰 수주고를 올린 곳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10월 19일 현재 중동지역에서 79억8510만달러 규모의 수주를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올해는 중동보다 북미 시장에서 수주 실적을 주로 올리고 있지만, 2년 전인 2021년 52억1064만달러 규모의 수주를 따내며 중동지역 1위를 차지했던 바 있다.
다행히 19일 기준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지역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거나 수주에 악영향이 간 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국지적인 형태로 끝난다면 중동 수주 영향이 최소화되겠지만, 혹여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확대될 경우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중동 쪽은 늘 기회의 땅이었던 만큼 위험도 큰 지역이고, 그에 따른 비상 매뉴얼도 치밀하게 짜여있는 편”이라며, “당장 현지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나 수주하기로 했던 프로젝트들의 지연 문제에서도 아직은 자유롭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또 다른 문제는 정부의 ‘해외건설 타당성 조사 지원 사업’의 실효성 논란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포항북구)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해외건설 타당성 조사 지원 사업’을 하겠다며 2017년부터 올해까지 620억 원의 예산을 받아 갔다. 이 사업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다. 해외 건설사업의 수익성과 관계 법률 등을 조사하고 입찰 제안서 작성을 돕는 게 핵심이다.
2017년 50억 원이었던 사업 예산은 올해 143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제 집행된 전체 금액은 지난 7월 기준 483억 원이다. 같은 기간 건설사가 지원받은 건수는 총 92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수주로 이어진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했다. 해외 시장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란 게 김정재 의원의 지적이다. 국토부는 “해외투자개발 사업은 타당성 조사 후 수주까지 통상 3~5년이 소요된다”고 해명했다.
김정재 의원은 “올해 상반기 중동에서 해외 수주의 낭보가 끊이지 않았던 국내 건설업계가 중동 전쟁이란 암초를 만난 상황”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해외 사업 수주가 가능한지 더욱 면밀히 살펴야 한다. 단순히 예산 늘리기에만 연연할 게 아니라 사업 방식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