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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통신사, 28㎓ 대역 줄다리기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기사입력 : 2023-05-02 00:00

▲ 정은경 기자

▲ 정은경 기자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5G 이동통신 상용화가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지난 2019년 당시 국내 이동통신 3사는 5G 도입으로 20배 빠른 LTE를 사용할 수 있다며 대대적 홍보를 해왔지만, 실상 사용자들이 체감하는 수준은 이에 못 미친다.

이통사들이 그토록 호들갑 떨었던 5G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엉터리 서비스인 걸까. 내용을 좀 살펴보자. 현재 5G 서비스용으로 할당된 주파수는 3.5㎓와 28㎓다. 3.5㎓ 대역이 현재 5G 서비스용으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주파수로, 기존 LTE보다 4배가량 빠르다.

20배 더 빠른 서비스가 가능한 주파수는 28㎓ 대역이다. 하지만 이 대역은 방치돼 있다. 이통 3사 모두 3.5㎓ 대역에만 집중적으로 기지국을 설치해 놓았다.

28㎓ 기지국을 구축하고 있는 통신사는 SK텔레콤 한 곳뿐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와 LG유플러스가 28㎓ 대역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며 주파수 할당을 아예 취소해버렸다.

하지만 SK텔레콤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5G 28㎓ 대역 기지국을 구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이통 3사 모두 28㎓ 대역 주파수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

이통사들이 주파수 경매를 통해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을 내고 할당받은 주파수를 왜 이렇게 방치해 놓고 있는 것일까.

28㎓ 대역은 3.5㎓ 대비 속도는 빠르지만 도달 범위가 짧고, 장애물 통과 시 손실이 커 커버리지가 좁다. 이 때문에 28㎓는 3.5㎓ 대역보다 촘촘하게, 약 6~7배 정도 더 많은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구축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이통사들이 28㎓ 대역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과 일본도 28㎓ 대역을 중심으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했지만, 효용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28㎓ 대역을 제대로 쓰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28㎓ 대역을 전국망이 아닌 수요가 있는 특정 공간에만 구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문제도 많다. 현재 28㎓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단말기도 없다. 최근 정부가 삼성전자에 해당 주파수 사용이 가능한 단말기 출시를 요청했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일단 이통사 수요가 있어야 하고, 초도 물량도 일정 수준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당장 출시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취소된 두 주파수 중 한 대역을 신규 사업자(제4 이동통신사)에 할당하기 위한 ‘5G 28㎓ 신규 사업자 진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주파수를 할당받겠다고 선뜻 나서는 신규 사업자는 찾기 힘들다. 기존 통신사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일을 신규 사업자가 수천억원 들여 투자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5G’ 서비스는 요원한 것일까.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수익이 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스마트 시티, UAM 상용화에 28㎓ 대역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실효성 있는 28㎓ 정책이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고 5G 시장 생태계를 고려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통 3사도 당초 계획한대로 투자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민간 사업자들에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KT와 LG유플러스 주파수 할당을 취소했다. 하나 남아 있는 SK텔레콤은 손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사업자들의 ‘BJR’이라고 비난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신규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듯 기존 사업자와도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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