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버거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햄버거 가격이 잇달아 인상되고 있다. ‘고물가’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면서다. 이에 따른 소비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1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프리미엄’ 햄버거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1000원도 채 하지 않는 ‘가성비’ 햄버거를 찾는 사람도 많다. 가격이 15배도 아닌 무려 150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다양하다. 이에 ‘프리미엄’과 ‘가성비’를 내세운 각각의 햄버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제공되는지 알아봤다.
◇14만원 햄버거, 도대체 뭐가 들어갔길래
햄버거는 저렴한 패스트푸드라는 인식을 깨고 최근 국내 버거 시장은 ‘프리미엄 전쟁’이 한창이다.
프리비엄 버거 열풍은 2016년 강남에 1호점을 연 ‘쉐이크쉑’(Shake Shack)이 시작했다. 이어 브루클린 더 버거조인트, 다운타우너 등 프리미엄 수제 버거 브랜드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관련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고든램지 버거’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서울 잠실에 매장을 열고 미국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Super Duper) 글로벌 1호점이 들어오는 등 해외 버거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이 이어졌다. 올해 6월에는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 가이즈’가 강남에 문을 연다.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가 판매하는 버거 메뉴 단품 가격은 보통 1만 원대 초중반이다. 프렌치프라이 등 사이드 메뉴와 음료를 곁들이면 가격은 2만 원대 중반 내외로 올라간다.
특히 ‘초고가 버거’로 이름을 알린 고든램지 버거의 경우 대표 메뉴인 ‘헬스키친 버거’는 단품 가격이 3만1000원, 한국에서만 판매되는 ‘1966 버거’는 무려 1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가성비 좋은 한끼로 꼽히던 햄버거가 이처럼 비싼 이유는 뭘까. 프리미엄 햄버거 시장은 고급 식재료와 맛을 강조한다. 단순히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좋은 재료와 맛을 즐길 수 있는 고급 외식 메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고든램지 버거의 ‘1966 버거’는 1++ 한우패티와 1++ 살치살이 들어있다. 이에 '햄버거'라기 보다 '스테이크'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는다. 고든램지 버거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송로버섯과 방사유정란, 트러플 페코리노 치즈, 12년산 발사믹 식초 등 각종 고급 식재료가 사용된다.
냉동육이 아닌 냉장육을 쓴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에 고든램지는 지난해 내한 당시 "냉동 재료를 써서 절반 가격으로 만들 수도 있었으나 버터, 브리오슈 번, 패티 등 재료를 최고급으로 사용해 경쟁력을 높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고든 램지 파인다이닝과 영국 고든 램지 헤롯 백화점 레스토랑 요리법을 기반으로 한다. 한국 시장에 맞게 재료를 사용했고, 정크푸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고자 고급화한 점이 특징이다.
슈퍼두퍼도 미국 현지 비프 패티 원료육을 그대로 사용하고 아우어 베이커리와의 협업으로 만드는 수제 번, 슈퍼소스, 큼직한 수제 피클, 캘리포니아산 체다치즈 등 대부분의 식재료를 현지와 동일한 규격 및 시스템 적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는 6월 문을 여는 파이브가이즈는 매장 주방에 냉동고, 타이머, 전자레인지가 없다. 신선한 재료로 주문에 맞춰 조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프리미엄 버거 이미지를 고수하려는 것이다.
이에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초기 비판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버거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쉐이크쉑은 2016년 1호점을 오픈한 이후 7년간 매년 20~25%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현재 국내에 25호점까지 선보였다. 고든램지 버거는 오픈 첫 달 단일 매장에서 월 매출 10억원을 넘겼으며 오픈 1년도 되지 않아 누적 방문객 20만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프리미엄 햄버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버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저렴한 한 끼가 아닌 건강한 재료로 고급스러운 식사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더 비싼 돈을 주고 서라도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건강한 햄버거를 원한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버거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성비와 고급화로 전략이 갈리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햄버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 따라 가격이 양극화되고 있다”며 “가성비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각각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찐 비프’버거, 780원에 판매할 수 있었던 이유
프리미엄 ‘수제버거’ 열풍이 부는 가운데 이에 못지않은 햄버거가 나타났다. 편의점 GS25의 ‘찐 비프버거’가 그 대상이다. ‘프리미엄’을 내세우지만 가격만큼은 착하다. 최근 파격적인 할인혜택까지 제공하면서 ‘찐 비프버거’ 시리즈는 종류별로 780원, 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찐 비프버거’의 정상가는 각각 3900원, 4000원으로 ▲행사 카드 결제 시 반값 할인 프로모션 ▲통신사 할인(KT, LG유플러스 통신사별로 정상가의 최대 10%~5% 할인) ▲GS25의 먹거리 구독서비스인 '우리동네GS클럽 한끼' 등을 적용하면 최대 8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맛과 품질, 소비트렌드가 잘 맞아떨어져 소비자들의 수요도 높다. 실제로 ‘찐 오리지널비프버거’는 출시 나흘 만에 햄버거 전체 상품 매출 1위에 등극했다. 지난달에 출시한 ‘찐 디럭스에그비프버거’ 역시 햄버거 매출 1위를 차지했다. GS25 관계자는 “최근 ‘찐 비프버거’ 시리즈의 발주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던 걸까. GS25 관계자는 “원재료 값이 워낙 비싸져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긴 쉽지 않았지만 사전계약이나 원재료 대량구매 등을 통해 원가를 절감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재료 값이 많이 올라 고민이 깊었지만 카드사와 협업을 통한 마케팅을 접목해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출시한 ‘찐 디럭스에그 비프버거’를 직접 구매해 봤다. 많은 편의점을 돌아다녔지만 쉽게 찾아볼 수 없어 그 인기를 실감했다. 겨우 하나 남아있는 비프버거를 구매하자 해당 편의점 직원은 “찐 비프버거 시리즈가 잘 팔린다”라며 “찾는 사람이 많아 들여다 놓으면 금방 나간다”라고 말했다.
‘찐 디럭스에그 비프버거’의 포장지를 뜯자마자 매콤한 소스와 함께 두께감 있는 소고기패티와 달걀패티가 눈에 띄었다. 수제버거 못지않은 비주얼로 슬라이스된 토마토와 할라피뇨, 양상추 등 재료도 풍성했다. 그동안 편의점에서 판매하던 햄버거보다 한층 진화된 모습이었다.
GS25에 따르면 ‘찐 비프버거’는 출시하는 데까지 6개월이란 기간이 걸렸다. ‘가성비’와 ‘품질’을 모두 다 잡기 위해서였다. 가공한 패티를 사용하는 기존 제조 공정 대신 소고기 원료육을 그대로 들여와 직접 패티를 만드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GS25관계자는 “다양한 원산지의 소고기 원료육을 비교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호주산 소고기를 최종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허브 ‘딜’로 맛을 낸 특제 소스와 생(生) 토마토, 양상추 등을 넣어 맛에 풍성함을 더했다.
GS25관계자는 “최근 ‘버거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가가 많이 올랐다”며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저렴한 가격에 혜택을 제공하게 됐다. 또 편의점의 햄버거도 품질향상이 많이 된 만큼 가격과 품질 면에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슬기, 홍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