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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사태 잊었나… 국회에서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 논의 ‘또 불발’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기사입력 : 2023-03-09 19:09 최종수정 : 2023-03-22 05:24

10시부터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열렸지만
민주유공자 예우 법안 논의 길어지며 밀려
닮은꼴 ‘토큰 증권’ 규제안은 속도 내는데
법안 공백 3년… 연간 사기 피해액 4조 넘어

국회 정무위원회는 2023년 3월 9일 오전 10시 법안 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 17건을 안건으로 채택했지만, 민주유공자 예우 관련 법안 논의가 길어지면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사진=통로이미지 주식회사(대표이사 이철집)

국회 정무위원회는 2023년 3월 9일 오전 10시 법안 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 17건을 안건으로 채택했지만, 민주유공자 예우 관련 법안 논의가 길어지면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사진=통로이미지 주식회사(대표이사 이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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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국회에서 디지털 자산 기본법 마련을 위한 논의가 또 불발됐다.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게 골자인데, 3년째 제자리만 맴도는 중이다. 국회는 “말로만 투자자 보호를 외치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9일 오전 10시 법안 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 17건을 안건으로 채택했다. 총 78개 안건 가운데 디지털 자산 법안은 34번째 순번이었다. 국가보훈처(처장 박민식) 소관 법안이 앞 순번을 차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민주유공자 예우 관련 법안 논의가 길어지면서 디지털 자산 법안이 뒤로 밀렸다고 전해진다.

현재 안건에 올라온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 중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정을 추가 개정하는 안건은 7건이며, 새 법안은 10건이다. 이중엔 디지털 자산 정의 등을 규정하는 ‘기본법’ 성격의 법안과 지난해 겪은 루나(LUNA)·테라USD(UST)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 디지털 자산 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안 등이 있다.

디지털 자산 법안 논의가 또 무산되면서 업계는 한숨을 내쉰다. 이미 수차례 법안소위에 디지털 자산 법안을 냈지만, 계속 시작점조차 못 찾고 있어서다. 벌써 3년 넘게 방치된 법안도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법안소위에선 논의가 시작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 동의안을 위한 본 회의가 오후 일정에 잡히면서 결국 무산됐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율 규제는 공적 규제와 같이 가는 게 바람직한데 디지털 자산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낀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모두 대통령 후보 시절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하루빨리 관련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업계는 현재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 공동 협의체인 ‘DAXA’(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의장 두나무 대표 이석우닫기이석우기사 모아보기)를 중심으로 자율 규제 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공적 규제와 같이 가야 투자자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기에 하루빨리 법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하루아침에 시가총액 60조원가량을 날린 루나(LUNA)·테라USD(UST) 사태와 전 세계 3위 규모의 가상 자산 거래소 ‘FTX’(임시 대표 존 J. 레이 3세) 파산 여파 등은 투자자들이 디지털 자산 투자를 외면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전 세계 가상 자산 거래량은 급감했고, 투자자 보호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한 발짝 더 진척하지 못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과 달리 토큰 증권 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과 관련한 입법안은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올 상반기 중 전자 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려는 계획이다.

물론 토큰 증권의 경우 기본적으로 형태는 ‘탈 중앙화’(Decentralization) 기반의 디지털 자산 모습이지만, 속성은 주식이나 채권과 같기에 현재의 자본시장법으로도 규제를 가할 수 있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즉,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자산 기본법을 만드는 것보다는 입법화 과정에 있어 제약이 덜한 것이다.

토큰 증권 발행 입법안이 빠르게 추진되는 만큼 디지털 자산 기본법 마련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혁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6일 열린 ‘제6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民·黨·政) 간담회’에서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 교수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금융당국의 증권성 여부 판단이 최대한 신속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그런데 결국 증권성 여부 문제 지점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자 보호 미비에 기인하는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디지털 자산 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통해 사업자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자산 투자자 보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 공백 속 연간 사기 피해액만 4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Blockchain·분산원장) 기술 발전으로 범죄 수법도 고도화 추세다. 디지털 자산 제도와 규정이 미비한 탓에 소비자 피해 예방과 구제 등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블록체인 정보 제공 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대표 마이클 그로나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전 세계 디지털 자산 사기 피해 규모는 약 34조원이다. 지난해엔 약 4조6000억원이었다. 애초에 실현하기 어려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계획해 투자자를 현혹하거나 투자금을 모아 개발하는 도중에 중도 포기한 뒤 잠적하는 방식으로 범죄가 발생했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범죄 수법은 ‘러그 풀’(Rug pull)과 ‘돼지 도살’(Pig Butchering)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러그 풀은 가상 자산이나 대체 불가능 토큰(NFT·Non-Fungible Token) 개발사가 자금 모집, 투자 기회 제공 등 합법적으로 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중도에 이를 포기해 가치를 떨어뜨리는 수법이다. 전 세계 러그 풀 피해액은 연간 4조원이며, 국내 전체 사기 피해 중 30% 정도를 차지한다.

돼지 도살은 피해자에게 디지털 자산을 구입하게 한 뒤 초기에 돈을 불려주며 안심시키지만, 이후 투자 규모를 키운 다음 거액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마치 돼지를 살찌운 뒤 도살해 많은 고기를 얻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측면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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