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제40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2.03.31/사진=KT
이미지 확대보기구 대표는 8일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이사회도 구 대표를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우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심사를 진행키로 했다.
KT는 현직인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심사 대상자가 아닌 사내이사 1인(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과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됐다. 현직 대표가 우선 심사 대상이 되면 다른 후보군은 배제된 채 현 대표의 연임 여부만 심사한다.
KT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력·학위 ▲기업 경영 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과거 경영 실적, 경영 기간 등 ▲기타 최고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등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등에 따라 심사할 예정이다.
2020년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구 대표는 11년 만에 나온 KT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1987년부터 KT에서 34년간 근무하며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하면서 기업 단위 전략과 기획 업무를 맡았다. 임기는 2023년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만일 구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KT가 2002년 민영화 이후 연임에 성공한 세 번째 CEO가 된다. 그간 KT에서 연임에 성공한 대표로는 남중수 사장과 황창규 회장이 있다. 이들은 각각 1회 연임에 성공했다.
만일 위원회가 구 대표의 연임을 ‘부적격’으로 판정한다면, CEO 후보 인사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후보자 신청과 추천을 받고 선임 절차가 진행된다. 대표이사 임기 만료 3개월 이전인 12월에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구 대표의 연임 여부는 다음 달 중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우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만큼, 연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
구 대표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디지코(DIGICO, 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을 외치면서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대표이사를 지내는 동안 KT는 전통 사업인 유무선 통신 사업은 물론 콘텐츠, 클라우드, 금융 등 비통신 사업까지 매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KT의 비통신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또 KT를 지주형 회사로 만들겠다며 기업구조를 통신, 미디어, B2B, 디지털금융 등으로 재편하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 2020년 취임사에서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5G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혁신(DX)은 또 하나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빠르고 유연하게 제공하기 위해 스스로 바꿀 것은 바꾸자”라며 디지털 전환 의지를 드러낸 것과도 연결된다.
회사 시가총액도 지속 상승하고 있다. 구 대표 취임 전 약 6조9000억 원 수준에서 지난 4일 종가 기준 9조6000억 원까지 올랐다. 3년 만에 약 40% 가까이 성장시킨 것. 지난 8월에는 9년 만에 10조 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KT 연간 실적 추이 (단, 2022년도는 3분기 누적). 자료=KT
이미지 확대보기또 KT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8% 성장한 영업이익 452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 5386억 원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실적발표 직전 KT는 구 대표가 GSMA(세계이동통신협회) 이사회 멤버에 재선임됐다는 사실도 발표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연합체인 GSMA 이사회는 전 세계 800여 개 통신사의 CEO급 임원들로 구성된 이동통신업계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이로써 KT는 2024년까지 GSMA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게 됐다.
특히 KT는 이날에만 구 대표의 연임 도전 공식화와 함께 GSMA 이사회 재선임, 3분기 실적발표 등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해석한다.
KT가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오너가 없다 보니 매번 차기 대표 선임에 정치적 압박이 거셌다. 정권이 교체될 때면 현직 KT 대표들은 검찰 또는 경찰의 소환을 받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표가 교체되기도 했다. 구 대표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것도 이러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구 대표에겐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는다. 구 사장도 대표 임기 내내 해당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차기 대표 후보자들도 이를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다.
KT 정관 제 5장(이사) 제25조(대표이사의 선임 등) 6항. 사진=KT 홈페이지 갈무리
이미지 확대보기이미 구 대표는 지난 6월 정치적자금법 위반 관련 사안에서 벌금형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만큼, 사실상 사법리스크 족쇄는 푼 셈이다.
지난해 황창규 전 KT 회장과 구 대표 등 KT 고위급 임원 7명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비자금을 조성해 제19대, 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총 4억3790만원을 불법 후원(정치적자금법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일부는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명의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 구 대표는 벌금 1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재판을 받고 있다.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선택도 변수다. 지난해 3월 사내이사 재선임을 앞둔 박종욱 전 KT 각자대표도 국민연금이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자 자진사퇴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