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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女사외이사 적극 영입한 ‘이유’ 있었네 [주요 기업 이사회 분석]

곽호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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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5-09 00:00

시장 밝고 전문성 높은 교수 출신 많아
70년대생 대거 합류…더 젊어진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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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국내 10대 그룹이 올해 여성 사외이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시장 트렌드에 밝고 신사업 분야 전문성을 가진 교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과거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던 이사회가 최근 독립성을 보장하는 글로벌 추세에 따라 위상이 올라간 만큼 이들 여성 사외이사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신세계 등 10대 그룹 주요 상장사가 올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를 살펴봤더니 여성이 32명(퇴임자 포함)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선임된 여성 사외이사 가운데 20명(63%)은 교수였다. 나머지는 변호사 6명, 기업인 6명, 전국회의원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 가운데서는 법률(6명), 회계(1명) 분야 전문가가 선임됐다.

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잇따라 선임하는 이유는 오는 8월 개정되는 자본시장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은 이사회 구성원을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 하도록 한다. 남성으로만 이뤄진 이사회는 여성 이사를 필수적으로 1명 이상 선임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여성 사외이사 영입이 단순히 법대응을 위한 ‘머릿수 채우기’가 아닌 회사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도록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주력 사업과 관련해 자문을 줄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영입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LG화학은 이현닫기이현기사 모아보기주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이 교수는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연구 분야로는 바이오매스, 탄소중립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석유화학 중심에서 친환경으로 사업구조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LG화학에 필요한 인사다.

롯데쇼핑은 P&G 글로벌마케팅 디렉터와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실장(부사장)을 역임한 심수옥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롯데쇼핑이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인해 트렌드 대응에 미흡하다던 그간 평가를, 현장 경험이 풍부한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해 뒤집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GS그룹 지주사인 ㈜GS는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문 대표는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 교수와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부사장을 역임했다. IT 분야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트렌드 분석과 벤처회사 대표로서 전문성을 토대로 GS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CJ는 한애라 성균관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한 교수는 민사소송법, 중재, 인공지능(AI) 법률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또 SK하이닉스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기업과 소통 경험도 가지고 있다. CJ는 최근 계열사별로 분사한 AI 인프라와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인공지능센터를 설립했다. AI 법률 전문가인 한 교수가 관련 법률 조언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엿보인다.

기아는 신현정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MI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신 교수는 유체역학을 활용한 전기차 전장부품, 배터리, 실내공조 열관리 부품 모듈화와 생체공학을 토대로 한 로봇 사업에서 연구 성과를 냈다. 기아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 강화를 위한 영입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현대차가 이지윤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를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도 기아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 교수는 현대차 미래사업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 전문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경영 화두로 떠오르며 여성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넓어진 점도 특징이다.

삼성생명이 사외이사로 선임한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허 교수는 한국소비자원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는 삼성생명에서 소비자보호 강화에 힘 쓸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째 임금과 관련한 노사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현대일렉트릭은 노동 분야 여성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전태일 열사 동생인 전순옥 전 국회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전 전 의원은 참여성노동복지센터 대표를 역임하고 제19대 국회의원으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으로 활동했다. 노동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의견을 통해 회사 전체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사측 기대다.

여성 사외이사 확대로 40대·1970년대생이 이사회로 합류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존 이사회 구성원이 대부분 1950·60년대생인 것을 고려하면 젊은 층 참여로 이사회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LG생활건강 이우영 서울대 법학교수(1971년생), 현대글로비스의 윤윤진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부교수(1972년생), 기아의 신현정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1974년생), LG화학의 이현주 카이스트 생명공학과 교수(1976년생) 등이다.

여성 사외이사가 인력풀이 좁아 ‘구인난’이라지만 여성 이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기업들도 있다. 기아,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여성 사외이사를 2명 두고 있다.

10대그룹 이외에는 재계 22위 효성그룹이 눈에 띈다.

효성그룹의 지주사 ㈜효성은 작년 3월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는 사실상 국내 대기업 사상 최초로 여성 의장이 뽑힌 사례다. 여성 첫 의장은 지난 2006년 KT가 선임한 윤정로 카이스트 교수지만, KT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오너가(家)가 운영하는 다른 대기업과 사정이 다르다.

오너 리스크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효성 입장에서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뒤집기 위해 한 발 앞서 여성 의장을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은 2017년 조현준닫기조현준기사 모아보기 효성 회장이 취임한 뒤 4개의 사업회사를 아래로 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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