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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성의 BMW] “입구역이라며?!” 이름만 ‘입구’인 머나먼 지하철역 이유는?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22-02-25 12:12

1기 지하철 당시 이미 쓰인 역명들과 중복 피하기 위한 결정
‘부역명 유상판매’ 시작되며 다양한 기업·기관들 역명 병기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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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성의 BMW] “입구역이라며?!” 이름만 ‘입구’인 머나먼 지하철역 이유는?


[직주근접·생활인프라·학세권·숲세권…집을 구할 때 찾게 되는 수많은 조건의 공통점은 한 마디로 ‘생활권’, 결국 부동산의 꽃은 누가 뭐라 해도 ‘교통’입니다. 버스(Bus), 지하철(Metro), 도보(Walk), 국내 다양한 대중교통의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개발 이야기 등 이모저모를 직접 발로 뛰며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한성대입구역에서 한성대학교 중문까지 올라가는 길에 만날 수 있었던 가파른 계단

한성대입구역에서 한성대학교 중문까지 올라가는 길에 만날 수 있었던 가파른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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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빛은 많이 바랬지만, 어쨌거나 설레는 개학·개강 시즌이 돌아왔다. 어언 10년 전이 되어버린 먼 옛날, 기자의 대학교 신입생 시절. 기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날짜가 돼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 도착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나를 반겨준 것은 대학교 정문이 아닌, 마치 공항에 도착한 한류스타를 맞이하는 팬들처럼 과 점퍼를 입고 안내판을 들고 있는 선배들이었다. 어? 이 분들 반갑긴 한데 왜 여기부터 서있지? 그 의문이 짜증으로 바뀐 것은 5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한성대입구역’과 진짜 ‘한성대학교 정문’은 걸어서 20분은 족히 걸릴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까.

그 머나먼 여로에서 혹시나 신입생들이 헤매지 않을까, 길목마다 선배들이 서서 새내기들을 안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학교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안 가봤으니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시의 기자에게는 상당히 신선하고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한성대입구역에서 한성대학교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오르막길이 ‘죽음의 언덕’이라고 불린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됐다.

이 사례처럼 역명에 ‘OO입구역’이 포함돼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어느 출구로 나가도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역들은 많다. 이를테면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은 가장 가까운 9번 출구로 나와도 홍익대학교 정문까지는 약 5~10분가량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그나마 경의중앙선이나 공항철도 등을 타고 왔다면 더욱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학교 정문까지의 직선거리 / 자료=네이버 지도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학교 정문까지의 직선거리 / 자료=네이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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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학교 정문 안내소까지는 직선거리면 1.6km, 길을 따라 걸으면 2km가 넘는 거리를 20분 정도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다. 이 밖에도 단국대·순천향대·용인대역 등도 역명에 대학교 이름이 들어있는 것 치고는 실제 입구까지 상당히 먼 거리를 걸어가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각 학교에서 역까지를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운행되기도 한다.

1기 지하철계획 당시 이미 쓰인 역명과 중복 피하기 위해 시작…이후 다른 대학으로 확산
그렇다면 대체 왜, 이 역들은 진짜 입구에 있지도 않으면서 당당히 ‘입구역’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역마다 다른 어른의 사정이 존재한다.

1974년, 1기 지하철 계획이 진행 중이던 시절에는 모든 역명에 해당 지역 지명을 붙이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데 공사가 진행될수록, 같은 동과 지역을 통과하는 지하철역이 속속 등장하게 됐다. 동 경계에 위치한 역명을 짓기가 애매해지자, 정부는 역의 명칭에 해당 지역 랜드마크 이름을 붙이는 것을 허가했다.

이 때 탄생한 역이 바로 서울대입구역이다. 역이 위치한 관악·신림·봉천 등 모두가 이미 역명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70년대에는 서울대학교를 제외하면 주변에 이렇다 할 랜드마크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이런 역명이 쓰이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울대입구역이 탄생하자, 다른 대학교들이 반발을 해왔다. 홍보 효과를 위해 자신들의 대학명도 역명에 포함하고 싶다는 제스처였다. 개통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동교역’이었던 역은 홍익대의 요청으로 ‘홍대입구역’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개통됐다. 건국대학교 앞 ‘화양역’은 ‘건대입구역’이 됐다.

이처럼 역명이 아예 바뀐 곳이 있는가 하면, 기존 역명을 병기해 ‘부역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학교들도 많다. 기자가 사례로 든 한성대학교의 경우 원래 역명은 ‘삼선교역’이었다. 그러나 한성대학교의 지속된 요청으로 부역명 ‘한성대입구역’이 붙은 뒤, 지금은 기존 명칭보다는 ‘한성대입구역’이라는 명칭이 훨씬 널리 알려진 상태다. 마찬가지로 ‘돈암역’으로 출발했던 역은 오늘날 ‘성신여대입구역’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종각역에 병기된 'SC제일은행'

종각역에 병기된 'SC제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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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역명 유상판매 정책, 기업-기관과 교통공사 윈-윈 노린다
이런 ‘부역명 논쟁’은 비단 대학교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기업이나 기관 등도 역명을 병기해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다. 역명병기란 개별 지하철 역사의 주역명과 함께 괄호 안에 부역명을 추가로 써넣는 것을 말하며, 지난 2016년 유상 역명병기 사업으로 처음 시작됐다. 역명병기 입찰에 참여하려면 대상 역에서 500m 이내에 위치해야 하며 낙찰자는 3년간 원하는 기관명을 부역명으로 사용할 수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특성상, 역 이름에 대학명이나 기업명 등이 붙어서 발생하는 광고 효과는 이루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서울교통공사 등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운송원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운임을 보충하기 위해 역명을 광고판(?)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윈윈’을 노리는 셈이다.

최근 신한카드가 을지로3가역(2·3호선) 부역명을 8억7400만원에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인터넷을 달군 바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브랜드 사명 노출로 인한 홍보 효과와 을지로3가역에 신한카드 사옥이 위치해 있는 만큼 랜드마크로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입찰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는 이 밖에도 종각역(SC제일은행)·을지로입구역(IBK기업은행)·합정역(홀트아동복지회)·신용산역(아모레퍼시픽)·서대문역(강북삼성병원) 등 수많은 역들이 원래 역명에 부역명을 유상병기하고 있다. 서울만이 아니라 인천과 부산, 대구 등 지하철이 달리는 곳이라면 대부분 역명 병기 정책을 통해 부역명을 채용하고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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