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한국금융신문
아기들은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배우고, 투자자는 손실을 경험하면서 기회를 다시 포착하거나 만회하는 힘이 생긴다. 특히 투자의 성패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는 그 원금으로부터의 손익(률)이 얼마인가를 계산하게 되는데 간혹 착시를 일으켜 앞으로는 남고 뒤로는 모자라는 결과가 보일 때가 많다. 기간을 불문하고, 텐배거(1000%)를 이룬 종목이라 하더라도 90% 손실률이 발생하면 처음의 투자원금으로 되돌아 오게 된다. 세금과 수수료를 감안하면 그 아래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투자의 성패를 인식(계산)하는 데 있어서 첫 번 째가 원금 규모에 대비한 수익률이라면 두 번 째는 성과를 낸 기간일 것이다. 투자기간 동안에 원금 대비 얼마의 수익이 발생했는가를 묶어 계산하게 되고, 기간이 짧다 싶으면 비교하기 위해 연환산이라는 변환 작업을 하기도 한다. 한 달 기간동안 5% 수익인 경우, 매달 같은 크기로 12번 반복되면 즉 단리로 연환산하면 12배하여 60%가 될 것이고, 발생한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복리로 연환산하면 1.05^12로 계산해서 79.5%로 표현할 수 있다. 여하간에 이러한 기준과 계산이 대박 성공과 폭망 실패를 가늠하게 한다.
투자는 시도를 의미하므로, 의도한 궤도에서 벗어나 실수나 실패가 일어날 수 있다. '살면서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실수할까봐 끊임없이 두려워하는 것이다.' (엘버트 허버드)라고 했으니, 혹여 투자 원금이 반토막 났다고 해도 중독이 된것처럼 다음 투자를 시도하게 된다. 반토막을 연속 두 번 겪은 투자자가 이후에 원금을 회복하려면 몇 퍼센트의 수익률이 필요할까? 1000만원일 경우 그 반은 500만원이고, 다시 그것의 반은 250만원이므로 결국 수익률 300%인 750만원의 수익을 내야 원금으로 돌아온다. 홈런 즉 4 배거(사루타=네 배=400%)가 되어야 한다.
기간 개념을 전혀 동원하지 않아도 우리는 수익률과 손실률을 계산하는 셈법 만으로도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번에 얘기했던 종목말야. 따블나서 100프로 수익났을 때 팔았어야 했는데, 그때 가격에서 딱 50% 빠졌다네." 이 투자자의 원금 손익은 어느정도일까? 하나 더. "코스피 지수따라 두 배로 움직이는 레버리지ETF를 매수했는데... 장이 널뛰기를 하도 해서 코스피가 하루는 1.5% 오르고 담날은 1.5% 내리고를 세 번이나 겪었다네. 가만히 보고만 있었는데... 어? 근데 평가 원금이 줄어들었더군. 왜지?" 금방 답을 하는 분이라면 일단 중수 이상의 투자자이다.
위 두 사례는 약간 과하긴 해도 흔히 겪을 수 있는 사례일 수 있다. 첫 번째 얘기는 1만원에 산 종목이 따블(100% 수익)이 되었으니 2만원이 되었고, 거기서부터 다시 50% 반락하였으니 1만원이 되었다는 뜻이다. 100% 수익률를 낸 후 50% 손실률이 이루어 졌다면 원금은 원 위치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순서를 뒤집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딘가에 50% 수익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된다. 투자 원금이 고등어 반토막이 되거나, 갈치 네 토막이 되었다는 얘기보다는 그나마 나은 것이다.
두 번째 예시한 레버리지ETF는 매수시 가격이 1만원이고 참조하는 코스피 지수가 매수 이후 1.5% 상승과 하락이 번갈아 나타나면, 첫 날은 1만원*(1+0.03) 으로 지수보다 두 배 상승하고, 그 다음날은 {1만원*(1+0.03)} * (1-0.03)이 된다. 이것을 두 번 더 겪으면, 평가되는 잔액은 9,970원까지 내려간다. 오를 때는 낮은 기준가격에서 수익률이 계산되고, 내릴 때는 높은 가격에서 계산되기 때문이다. 기준점이 달라서 생기는 현상인 것이다. 어제 종가 1만원으로 산 주식이 오늘 상한가(+30%)로 마감하고 그 다음날 다시 하한가(-30%)로 곤두박질 치면, 가격은 13,000원이 되었다가 9,100원이 되어 900원 손실이 나게 되는 것이다.
[참고] 높은 가격에서 계산되는 손실률이나 하락률, 낮은 가격에서 계산되는 수익률이나 상승률은 동일한 폭을 오르내려도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경제지표에서는 너무 높거나 낮은 기준점때문에 착시가 일어나는 등락률에 기저효과(base effect)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손실로부터 투자 원금을 가급적 보전하려고 할 때 스톱로스(stop-loss) 매도를 하고, 매수가보다 높은 상태에서 이익을 확정하려고 할 때는 트레일링스톱(trailing-stop) 매도를 하게 된다. 손실에 대한 만회수익률 부담을 낮추고, 매도후 다음 기회를 노리기 위함이다. 일단 손실이 일단 났을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한 수익률은 더 높아야 한다. 100만원이 50% 손실이 났을 경우 만회수익률은 100%가 되어야 원 위치가 됨은 앞서 언급하였다. 이러한 경우 투자자는 심리적인 부담으로 조급해지거나 위축되기 때문에 수치상으로 하락률과 비슷한 상승률의 수치를 보게되면 처분을 하는 현상도 생긴다.
더하기 빼기를 해보면 분명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데도 머리속은 원금이 회복된 것으로 착각하거나, 손실난 계좌를 계속 들여다보는 아픔을 잊고자 손절(손실을 감수하고 매도함)을 감행하는 경향도 있다. 텐배거로 얘기를 시작한 오늘의 포인트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투자원금의 보존과 손실의 만회를 제대로 도모하기 위해서는 손절에 미적거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포장되거나 환산되어 발표되는 수익률에 착각하거나 현혹됨이 없이 꼼꼼하게 실질적인 수익률을 챙겨 계산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