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월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 대선후보들이 앞 다퉈 내놓고 있는 자본시장 공약들을 두고 하는 평가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대선후보들에게 ‘1000만 동학개미’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큰’ 유권자의 표심일 테니 말이다.
그런 탓일까. 증권부 기자로 올해 첫 증시 거래일에 여야 대선후보가 나란히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는 풍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방명록에 “자본시장 투명화, 신속한 산업 전환으로 주가지수 5000p(포인트)를 향해 나갑시다”라는 ‘장밋빛’ 메시지를 남겼다. 윤석열닫기윤석열광고보고 기사보기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큰 도약을 기원합니다”라는 메시지로 북돋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급증한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 잡기에 나선 대선후보들의 자본시장 공약들을 보면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구호를 넘어 상당히 ‘어려운’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열거돼 있는 게 눈에 띈다.
이재명 후보는 주가조작을 통한 불법이익을 효과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형사절차와 더불어 과징금을 통한 신속한 제재로 처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이 후보는 세계 각국이 운영 중인 자본시장 참여제한, 금융거래 제한, 상장회사 임원선임 제한 등 다양한 제재 방식 도입도 공약에 포함했다.
윤석열 후보는 주식양도세 도입 시점에 맞춰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 추진 등 개인투자자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 공약을 내걸었다.
또 윤 후보는 신사업 분할상장 때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 부여 등 투자자보호 강화 공약도 제시했다. 내부자의 무제한 지분매도 제한도 포함했다.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 검토 등 공매도 제도 개선을 비롯해 자본시장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 공약도 제시했다.
물론 대선후보 공약의 적절성과 실현가능성은 좀 더 세밀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말잔치’에 그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매도,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 등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았던 이슈에 대한 공약들을 두고 단순히 인기영합 측면만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목적과 배경이야 어떻든 간에 자본시장 공약이 공론화의 장(場)에 오르는 것은 여러모로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본다. 대선후보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 소액주주를 보호하겠다며 자본시장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핫이슈가 되고 있는 ‘쪼개기 상장’만 봐도 그렇다.
사실 그간 물적분할에 따른 자회사 상장이 기존 모회사 소액주주에게 ‘지나친’ 희생이 된다는 지적이 없던 게 아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해외사례 비교 등을 통해 심층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도외시된 측면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권이 ‘동학개미’에 귀 기울이고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지지부진했던 논의에도 물꼬가 터진 모양새다.
국회 토론회가 열리고 모자회사 동시 상장 문제의 핵심이 기업지배구조 이슈라는 점도 보다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또 기존 모회사 주주에 대한 실질적 보상책이 강구돼야 하며, 무엇보다도 소통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오기도 했다.
대선후보들의 ‘유례없는’ 관심은 정부 정책과 법과 제도적 변화를 이끌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2021년 자본시장은 ‘동학개미’, ‘서학개미’ 등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열기로 그야말로 기록적인 한 해를 보냈다. 투자 열기를 단편적인 유행이 아니라 기회로 삼아서 전체 자본시장 발전 차원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까.
국가 리더를 뽑는 대선이 코 앞에 다가왔다. 이번 대선 과정을 통과하면서 금융발전이 경제발전 동력이 되고, 투자자 수익으로 이어져서, 전반적인 후생이 증가하는, 자본시장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한 발짝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