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케데헌 효과' 웃음꽃 핀 K푸드, '불친절 논란' 고개 숙인 K외식](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822081916088976febc6baa6125186174175.jpg&nmt=18)
배우 윤여정이 지난 2021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에 오르면서 한 말이다. 당시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온 한국인 이민자 가정의 삶을 담담하게 녹여냈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치여 잘 알려지지 않은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였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위상은 180도 달라졌다.
우선 K팝 열풍과 함께 K콘텐츠가 전 세계적 유행을 탔고, K푸드와 K뷰티를 열망하는 외국인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처럼 K컬처는 영화 속 대사와 같이 ‘어느 곳에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가 됐다. 과거의 한국인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지만, 현재의 세계인은 코리안 드림에 꿈틀거리고 있다. 어쩌면 K컬처는 세계인 마음 한편에서 미나리로 자라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현상이 넷플릭스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로 다시 한번 발현됐다. 극 중 K팝 걸그룹 헌트릭스는 음악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깨워 혼문(魂門)을 열고, 악귀를 퇴치한다. 여기서 나온 헌트릭스의 노래 ‘골든(Golden)‘이 미국 빌보드 차트와 영국 오피셜 차트 정상에 오르면서 K컬처에 불을 지폈다. 이를 기반으로 케데헌은 넷플릭스 공개 52일 만에 누적 조회 수 1억8460만 회를 달성, 2위를 기록하기에 이른다. 또한, 헌트릭스가 먹은 김밥과 라면은 K푸드 챌린지로 이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케데헌 속 호랑이 ‘더피’를 찾는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물론 케데헌 이전에도 K푸드는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라면에서는 농심 신라면과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 세계를 무대로 매운맛 전쟁을 펼친 지 오래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국민 디저트 반열에 올라섰고, 하이트진로는 참이슬로 베트남을 두드렸다. 미국에서는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가 현지인들의 입맛을 돋우었고,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K베이커리 일전을 벌이는 중이다. 롯데에서는 토종 브랜드인 빼빼로와 밀키스, 롯데리아 등이 해외로 뻗어 나갔다. K푸드 정수인 김치로는 대상 종가가 유럽의 식탁을 빨갛게 물들였다. 아울러 국내 치킨 3사인 bhc와 BBQ, 교촌은 서로 앞다퉈 해외 매장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바야흐로 K푸드 혼문이 열린,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이는 한식진흥원이 지난 2023년 해외 주요 18개 도시에서 진행한 외국인 한식 만족도 조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외국인의 한식 인지도가 지난 2019년 54.6%에서 매해 꾸준히 증가, 2023년엔 60.0%에 이른다. 한식 만족도 점수도 지난 5년 내내 90%를 넘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외국인이 한식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풍부한 맛’이 꼽힌다.
기자가 보기에도 한식은 다양한 맛을 담아내고 있다. 일명 비빔밥 경쟁력으로, 달콤하면서도 짠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식은 기존 ‘단짠’에다 매운맛과 감칠맛까지 아우른다. 또한, 한식의 묘미는 소스다. 삼겹살은 쌈장을, 채소는 고추장을, 부침개는 간장을 찍어 먹듯 제각기 짝꿍을 뒀다. 한국인은 한 가지 요리에서도 여러 맛을 추구한다. 어쩌면 이 점이 외국인을 매료시키는 K푸드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배우 윤여정의 수상 소감처럼 한식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늘 그래왔지만, 이제야 세상이 K푸드를 주목하고 있다.
웃음꽃이 만연한 K푸드와는 달리 K외식은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손님을 상대로 한 불친절 서비스가 꾸준히 논란이 되면서 공분을 산 것이다. 대부분 업주가 손님한테 식사를 재촉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나아가 일부 식당은 양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값을 받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기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겪었다.
인사동의 한 식당은 테이블당 식사 시간을 40분으로 정해두고, 시간이 지나면 식사를 마치지 못했음에도 나가라고 압박을 줬다. 평소 자주 찾던 노량진의 단골 식당은 직원의 신경질적인 응대에 먹던 숟가락을 내려놨다. 성수동의 한 식당은 손님이 들어왔는데도 아예 보는 체도 안 했다. 내국인한테도 이 정도인데, 외국인에겐 어땠을까.
기자가 경북 경주의 한 식당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서로 일면식이 있는 듯한 종업원과 손님이 혼자 온 외국인 손님의 외형에 대해 서로 속삭였고, 이를 본 외국인 손님이 크게 따져 물었다. 종업원은 외국인 손님에게 사과했지만, 외국인 손님은 결국 밖으로 나갔다. 이 외에도 기자는 서울 곳곳에서 외국인 손님을 거절하는 식당을 심심찮게 보았으며, 빈자리가 넉넉한데도 구석진 자리로 외국인 손님을 안내하는 곳도 몇 번이나 목격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637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750만 명)의 약 94%를 회복한 수준이다. 올해는 K푸드 열풍에다 케데헌 효과까지 맞물리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K푸드다. K푸드는 K외식과 함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제아무리 음식이 맛있다고 해도 불친절한 서비스가 덤이 되면 입맛마저 뚝 떨어뜨린다.
기자도 오랜 기간 누적됐던 K외식의 불친절 논란이 사그라들고, K푸드와 함께 다시 한번 타오르길 기대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가슴 한편에는 이미 K컬처가 미나리처럼 자라나지 않았는가.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