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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어느 건설사가 ‘사망 사고’를 용인할 수 있는가

권혁기 기자

khk0204@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8-22 06:00

중대재해 발생에 면허취소·공공입찰금지 언급은 ‘사후약방문’
포스코이앤씨, 근 5년간 사망자수 5명으로 삼성물산과 동일

[데스크칼럼] 어느 건설사가 ‘사망 사고’를 용인할 수 있는가
올해 건설업계는 심각한 위기 속에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고, 지방 미분양 아파트가 5만 가구에 육박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종사자는 193만9000여명으로 2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전년 대비 14만6000여명 감소한 수치로, ‘IMF 사태’인 1999년 상반기 27만4000여명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2025년이 심각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한몫을 했다. 지난 2019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 발생 보고가 된 코로나1920201월 중국을 넘어 아시아권으로 전파됐다.

한국에서는 2020120일 최초 감염자가 발생, 2021325일에는 누적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었다. 202225100만명을 돌파했고, 다음달 181000만명을 초과했다. 2023122일에는 3000만명이 넘는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20202월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건설현장 대응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현장에서 확진환자가 확인된 경우, 현장 소독 등을 위해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잠복기간을 고려해 공사가 추가 중지되는 조치도 내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사가 일시 중단된 것 외에 격리 조치로 인해 많은 근로자들이 현장에 나올 수 없게 되면서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에 공사 일정은 자연스럽게 지연됐다. 2020년 말 완공 예정이던 한 아파트는 2021년 중반으로 연기됐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나라가 국경 봉쇄에 들어가면서 건설 자재 공급망이 흔들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이동 제한 등으로 인해 현장 관리와 감독이 소홀해졌고, 이는 부실 시공으로 이어졌다. 한 건설 관계자는 2022~2023년 코로나19 시기 분양된 단지들이 작년과 올해 완공을 목표로 급하게 공사를 진행하다보니 사고가 늘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1126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 1년 뒤 시행됐다.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또는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재해법으로 처벌을 받게 됐다.

올해는 특히 건설업계에서 사망사고 소식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포스코이앤씨는 대통령이 직접 질타를 할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추락으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4월 경기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고, 경남 의령 함양울산고속도로 공사 천공기 끼임 사고 등 총 4명이 사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며 법률적으로 보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에서 감전 사고가 발생하자 이 대통령은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근로자가 일하는 현장이 생명이 위협을 받는 곳이 돼서는 안된다. 사망자의 유족들은 평생 아픔 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과연 어느 건설사가 사망 사고를 용인할 수 있을까?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이 원인이라면 100% 시공사 책임이나, 모든 사고를 원청사만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사고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해당 건설사에 대한 면허취소나 공공입찰금지를 운운하는 것은 사후약방문이자 과유불급이다.

특히 대통령이 콕 찍어 비난한 포스코이앤씨 경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근 5년간(2020~2024·10대 건설사 기준) 사망자수는 5명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동일한 최저 수준이다. 올해 사고가 연속되자 집중포화를 맞은 것이다.

물론 대통령 지적에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전 현장 작업 중단 후 안전대책 마련을 약속하고도 공사 재개 당일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 포스코이앤씨에 필요한 것은 면허취소나 공공입찰금지가 아닌 사망자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조치, 재발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방안 마련이다.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수주 단계서부터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는 건설사들이 관급공사나 민간공사 수주를 할 때 중요한 게 가격 경쟁이다. 가장 적은 공사비를 적어낸 건설사가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댐이나 발전소를 짓는데 시공계획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투찰가(投札價·희망 낙찰 가격)를 적게 써서 높은 종합점수로 낙찰을 받을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 미리 예상한 예가(預價·미리 정해 놓은 가격) 보다 적을수록 점수가 높다. 2000억원짜리 공사인데 1600억원을 투찰가로 낙찰을 받으면 1600억원에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민간공사는 조합원 투표로 결정되지만 관급공사와 마찬가지로 다른 건설사들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평당 공사비를 적게 내기도 한다. 결국 타이트한 공사비는 현장에서 큰 부담이 되고, 기간 단축을 위한 무리한 공사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저가 수주 ▲공사기간 지연 문제 ▲하청의 재하청 등 다단계 하청구조 ▲비정규직과 일용직 위주 고용 등 건설업계의 여러 구조적 문제를 민관(民官)이 함께 개선해야만 반복되는 사고를 끊어낼 수 있다.

권혁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khk02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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