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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Q칼럼] 장기투자의 '장기(長期)'가 갖는 함의

황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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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1-17 00:00 최종수정 : 2022-01-17 11:21

518년 조선역사에 등장하는 27명의 왕과 황제에 대한 평균 수명이 47세(단종을 빼면 48세)라고 한다. 영조 83세 빼고는 팔십을 넘는 이가 없고, 양반들의 평균 수명도 60세가 안되었으니, 요즘에는 초대장 보기도 힘든 환갑 잔치가 주요한 큰 행사였다. 베이비붐 세대가 시작되는 1960년대 전후의 평균수명은 60대 내외였으나, 이후 거의 매년 0.5년씩 평균수명이 증대되어 지금은 80대 중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기승전결처럼 생로병사를 겪는 사람에게 있어 공식 역대 최장수 기록은 122년 164일(1875~1997)로 프랑스의 잔 루이즈 칼망(Jeanne Louise Calment) 할머니가 이루었다. 성경에서는 187세에 아들 라멕을 낳은 므두셀라의 수명이 969세였으니 거기에 비하면 물론 조족지혈이다. 아담 이후 노아까지의 평균수명(에녹 빼고)이 912세라는 통계가 나오니 같은 년(年) 단위라면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유엔 미래보고서 2045'에서는 평균수명이 130세를 넘을 것이고, 2044년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이 온다고 하였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인용된 캐나다의 한 대학 연구팀에서는 '인간의 기대 수명이 180세까지도 이를 수 있으며 2100년 안에 130세까지 사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2022.1.8자)

서설이 길어졌지만, 하루 이틀을 자기의 일생으로 아는 하루살이에게는 반 나절도 무시못할 장기에 해당된다. 그러한 연유에서 보면 지금의 고령화 추세 생애주기는 자산 축적과 인출을 계산할 때 많은 오차를 만들어 내게 된다. 특히 투자의 정석에서 가장 먼저, 많이, 자주 거론되는 장기투자의 기간에 대해 합리적인 추산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투자'의 기간에 앞서 그 효능을 먼저 살펴본다면,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의 말씀을 빌면 될 듯 하다. 즉, 가격 변동의 리스크를 의미하는 연 변동성이 18%인 투자를 10년간 유지하면 5% 수준으로 낮아 지고, 거기에 투자 수익률은 대략 연 1.5%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통계적 접근을 해도 비슷한 결과에 이른다.

삼성자산운용이 수 년 전 발간(2018. 3)한 보고서 ‘이기는 투자’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6년까지 어떤 시점에서든 코스피 시장에 하루만 투자했다면 손해를 볼 확률은 48.7%에 달한다. 하지만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손해를 볼 확률은 점점 줄어든다. 20년으로 확장되면 손실 확률은 0%가 됐다. (그 동안 오른 물가는 일단 접어둔다.) 1980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KOSPI지수에 매달 10만원 투자가정시 누적 투자 원금은 4,800만원이고 평가액은 3.4억(원금이 7.0배로 증가)이 된다. “시장은 등락을 반복하지만 장기 적립식 투자를 한다면 감정을 배제한 투자를 통해 위험을 감수한 만큼 그에 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는 얘기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주옥같은 종목군에서 야심차게 고르고 골라 금고에 넣어둔 종목이라 하더라도 부도가 나거나 불명예 상장폐지라는 치명적 타격을 투자자에게 끼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기실 장기투자를 80세 되신 은퇴 고령자에게 권할 것이냐, 갓 취업한 청춘에게 권할 것이냐 하는 관점만 떠올려도 장기투자는 결국 각자의 몫임을 알 수 있다. 두 가지 사례를 더 들어 보고자 한다.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린치가 운용한 마젤란펀드는 1977년 5월부터 1990년 5월까지 13년간 누적수익률 2703%, 연평균 수익률 29.2%이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1987년 블랙 먼데이 때에도 수익률을 플러스로 마감해 운용 기간 동안 단 한 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성적표로는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피하지 못했다고 한다. (상세한 내용은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의 "전설적 마젤란펀드 투자자들은 왜 손해 봤을까"/이코노미스트. 참조) 전설적인 펀드에 가입하고도 성과가 좋지 않았던 이유는 시세에 급급해 단기투자에 그쳤기 때문이다. 참고로 존 템플턴의 평균 주식보유기간은 5년, 피터린치는 보통 보유한지 3-4년인 기업에서 수익을 냈다고 한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나름 긴 기간동안 1800~2050pt에 갇혔던 박스피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투자금을 묻어두지 않고) 지금도 인기몰이를 하는 레버리지ETF와 속칭 곱버스(인버스2X)ETF로 왕복달리기를 하며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었던 PB들이 명성을 얻었었다. 또한 박스권을 벗어나 정신줄 놓을 정도로 변동하는 암호화폐나 부동산 시장을 느긋하게 지켜보면서 '나는 원래 장기투자자'라고 말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드러내지 못하고 끙끙대며 몸속 장기까지 아픈 속앓이나 화병을 겪을 수도 있다.

이 얘기 저 얘기를 돌고 돌아서 장기투자는 투자자의 성향, 목표와 기간이 다를 것이고, 현재 처한 소득과 투자 규모가 다를 것이기에 자신만의 관점에서 생각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갓 취업한 이의 소득에 대한 장기투자는 최장으로 볼 때 소득이 멈추는 시점이다. 조기은퇴를 꿈꾸지 않는다면 한 삼 십년 쯤 되지 않을까. 한국 코스피 시장에 대한 장기투자라면, 기본적으로 경기순환주기 단위로 끊어서 봐야 할 것이다. 하나의 주기는 얼추 2년 반의 상승과 1년 반의 하강으로 도합 4년쯤 되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투자자산을 현금화하거나 다른 투자자산을 찾기 전까지의 평균 보유기간 관점에서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투자자산 보유기간은 5년이다. 글로벌 투자자가 평균 2.6년, 한국 투자자는 그것의 3분의 2 수준인 1.7년이라고 한다. 국가별로는 일본과 미국, 캐나다 투자자들이 최소 4년간 투자 포지션을 보유한다. (참고 : 슈로더 사장인사이트, 글로벌 투자자 스터디 2019)

여기까지 글을 끌고 와 보니 장기투자는 투자자마다 기간이 다르고, 출발 시점이 다르고, 대상마다 다르다. 장기라는 말에 기대어 무턱대고 끝까지 간다면, 결국 케인즈가 쓴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표현을 필두로, 결국은 그치게 되는 장마비, 코끼리가 죽을 때까지 이쑤시개로 찌르기,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 올리기, 태풍 끝에 오는 평온한 바다 ... 등과 같이 논박이 불필요한 지점에 이르게 된다. 그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무엇을 할 것이며, 감내한 인고의 시간 뒤에도 생존함으로써 기대 결과물을 쟁취할 수 있을까 하는 지적질을 하게 된다. 일반 투자가의 입장에서 몇 번을 고쳐 읽어도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모르는 투자 정석 문구가 있다. '변동성은 장기투자로, 수익성은 상관관계로, 유동성은 인덱스와 평판을 기반으로 한 목표기반 투자를 하여야 한다'이다. '장기투자'에만 집중하여 결론을 내어 보자면, 각자의 생애주기, 직업과 근속기간, 투자대상의 순환주기(크게는 경기순환, 작게는 종목의 사이클) 등이 결합되고 접목된 최대치가 장기투자로서 설정하는 목표기간이 된다로 요약할 수 있겠다.


황인환 이에스플랜잇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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