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SNS에서 슬세권을 검색하면 나오는 말이다. 슬세권이란 슬리퍼와 세권의 합성어로 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이르는 신조어다. 슬세권을 넘어 ‘스세권(집 근처 생활권에 스타벅스가 있다는 말을 통칭)’, ‘맥세권(집 근처 생활권에 맥도날드가 있다는 말을 통칭)’ 등은 대학생이 자취방을 구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역세권’에서 유래했다.
이에 유통업계는 ‘쓱세권’, ‘쿠세권’ 등의 말을 새로이 만들며 소비자에게 스며들었다. 쓱세권은 쓱닷컴(SSG.COM)의 쓱배송이 닿는 구역, 쿠세권은 쿠팡의 당일 배송, 새벽 배송이 닿는 지역을 의미한다.
유통업계는 이제 쓱세권, 쿠세권을 넘어 소비자의 슬세권, 즉 ‘하이퍼로컬(hyper local)’인 동네 생활권을 공략하고 있다.
국립국어원과 새말모임은 ‘하이퍼로컬’을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동네 생활권’을 선정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 하이퍼로컬 노리는 유통업계’ 대신 ‘소비자 동네 생활권 노리는 유통업계’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물류업계의 라스트마일이 중요해지면서 유통업계의 동네 생활권 공략이 심화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DH)가 예측한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2030년 4480억유로, 한화 약 628조7411억원이다.
오픈서베이 ‘배달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배달 서비스 이용자 약 66%가 주 1회 배달 서비스를 사용한다. 특히 ‘집에서 먹는 일상적 식사’를 배달 서비스로 해결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고, ‘야식’을 위한 배달 서비스 이용은 감소하는 추세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배달은 치킨, 피자, 중식 정도만 됐다”며 “근데 이제는 배달 안 되는 것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B마트가 쏘아올린 동네 생활권 공략은 쿠팡이츠가 마트 배달을 시작하며 더욱 커졌다. 지난달 6일 ‘쿠팡이츠’는 서울 송파구를 시작으로 생활용품 배달을 시작했다.
전통적 유통업체도 소비자 동네 생활권 공략에 힘쓰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 식품관 ‘투홈’ 서비스를 론칭했다. 신세계그룹도 지난 7월 대전시, 청주시, 천안시, 세종시 등 충청권 주요 도시로 새벽 배송 지형을 넓히며 소비자의 동네 생활권을 공략을 본격화했다.
CJ올리브영도 지난 2018년 업계 최초 즉시 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을 선보였다. CJ올리브영은 전국 매장을 활용해 온라인 주문 상품을 인근 매장에서 발송해 소비자에게 닿는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CJ올리브영의 ‘빠름배송’의 올해 상반기 평균 배송 시간은 약 45분이다.
유통업계의 동네 생활권 공략은 이제 필수가 될 전망이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배달 서비스 이용 증가 첫 번째 이유는 코로나 등 외부 환경 요인으로 인해 외출이 꺼려지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배달 서비스 이용 의향은 57.1%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의 배달 서비스 향후 이용 의향이 약 70%를 웃돌았다. 유통업계의 동네 생활권 공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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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