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20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0원 오른 1,1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락 하루 만에 반등이다.
19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달 FOMC 의사록은 자산시장 내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를 자극하며 뉴욕 금융시장뿐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에도 리스크오프 재료로 작용했다.
지난 4월 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이 향후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계획 논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제가 위원회 목표를 향해 빠른 진정을 계속하면 향후 회의의 어느 지점에서 자산매입 속도 조절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도 개장과 동시에 아래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뒤 장중 내내 하락세를 이어가며 달러/원 상승을 압박했다.
특히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의 순매도 규모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대됐고, 환시에서 역송금 수요도 따라 증가하며 서울환시 수급도 수요 우위로 기울었다.
오전 한때 고점 매도 성격의 네고 물량이 몰리면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 반전하기도 했지만, 달러/위안까지 반등흐름을 더하자 달러/원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오후 들어서는 장중 내내 상승 흐름을 지속했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4390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0.12% 떨어진 90.08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6천55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시장에서 98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 역송금 수요에 코로나19 악재도 가세
외국인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순매도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 재증가 소식도 달러/원 상승을 부추겼다.
한국과 미국 정상회담에서 백신 물량 확보 등 호재성 뉴스가 나올 경우 코로나19 관련 악재는 금융시장에서 다소 희석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지만, 시장은 아직 한미 정상회담 재료를 가격에는 반영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의 순매도 공세가 언제 멈출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오전에는 주춤했던 역내외 참가자들의 롱플레이가 오후 들어서는 살아나기 시작했다"면서 "여기에 미 주가지수선물 하락과 상하이지수 하락 등도 시장에 리스크오프 분위기를 강화하며 달러/원 상승을 자극했다"고 진단했다.
■ 21일 전망…미 경제지표 대기와 테이퍼링 이슈 주목
오는 21일 달러/원 환율은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발표와 이에 따른 테이퍼링 이슈 등이 제기되며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에 발표된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47만3천명을 기록해 팬데믹 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만일 이번 주 발표되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지난주 수준을 하회할 경우 시장은 다시 한 번 테이피렁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고, 이는 글로벌 주식시장 약세와 달러 강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한미 정상회담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국내 금융시장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미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 연준의 테이퍼링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며, 이는 단기적으로 자산시장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를 고조시킬 것이고, 달러/원 환율에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은 오는 21일 백악관에서 열리고, 결과는 22일 새벽께나 확인될 것으로 보여 이번 주 국내 금융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백신과 반도체 관련 호재성 뉴스가 나온다면 국내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