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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소비자물가 충격 후…'기저효과+공급부족' vs '전반적인 상승압력 강화'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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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5-13 11:12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비 4.2% 상승해 시장 전망인 3.6%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2008년 9월 이후 대략 12~1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전월비 상승률도 0.8%를 기록해 예상치인 0.2%를 대폭 웃돌았다.

대규모 경기부양과 경기 회복세, 이에 따른 구인난, 구리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속에 물가가 기대 이상으로 크게 오른 것이다.

최근 연준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거듭 2분기 물가 속등의 '일시성'을 강조해 왔으나 수치가 기대를 웃돌면서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었다. 나스닥은 2% 넘게 급락고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7% 수준으로 급반등했다.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보다 높아진 것으로 풀이하면서 크게 위축됐다. 향후 연준의 조기 긴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 연준 스탠스는 여전히 '일시적' 물가 급등세 용인

미국 소비자물가 발표 뒤 연준의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인플레 상승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지만 지속되면 연준은 주저하지 않고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CPI 결과에 대해 "내 예상을 훌쩍 웃돌았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CPI도 고용보고서처럼 하나의 지표라면서 과대평가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연준이 고용지표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여전히 물가 상승률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다.
클라리다는 특히 "장기 인플레 기대를 면밀히 봐야 한다. 많은 예상들을 보면 지금부터 근원 인플레가 2%를 밑도는 것을 우려한다. 경제 상황은 우리 목표와 거리가 먼 상황이며, 상당한 진전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는 일단 임금 상승세를 감안할 때 고용이 팬데믹 이전을 회복하는 시기는 내년 8월이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 기저효과 빼고도 물가 압력 상당...공급 부족 여파와 당분간 이어질 고물가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선 대부분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꽤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팬데믹 사태 이후 2분기의 물가 기저가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대를 크게 웃돌았으며, 코어 물가 역시 두드러진 오름세를 보였다.

핵심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3.0%, 전월비 0.9% 올랐다. 1990년 초반 이후 가장 속도가 빨랐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이번 물가 급등엔 '공급 부족'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가 전월대비 3.5%, 전년동월대비 7.3% 올라 물가 오름폭을 대폭 확대시켰다.

백신 보급에 따른 수요 회복, 재정·통화정책을 통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의 실물 분야 자극 등도 물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신흥국 생산 차질과 기업의 보수적 생산 활동에 따른 공급 쇼티지가 물가를 크게 자극했다는 평가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구재 급등 등 공급 쇼티지 여파가 컸다"면서 "비내구재는 지난 4개월 동안 전월대비 월평균 1%씩 상승에 따른 피로감에 5개월 만에 하락했으나 전년비로는 기저효과에 상승폭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하 연구원은 "백신 보급에 따른 서비스 수요가 회복하면서 서비스가 전월대비 0.6%, 전년동월대비 2.6% 올랐다"면서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역시 전월대비 1.0%, 전년비 3.2% 올라 단기 수요 집중이 야기한 물가 상방 압력이 컸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수요 회복이 이어지고 공급 부족 현상이 일거에 해결하기 어렵다면 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하 연구원은 "수요의 강한 회복은 경제 정상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차질은 연내까지는 지속될 것이며, 선진국의 투자 확대가 공급 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상존한 만큼 공급 부족으로 인한 물가 압력이 단기에 꺼지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 연준 관점과 공급부족 따른 물가 대응의 한계에 동의한다면...

4월 미국 CPI 서프라이즈 이후 금융시장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연준의 조기 긴축 전환' 여부다.

최근까지 여러 연준 인사들이 했던 발언에 신뢰를 부여한다면 연준이 조기 테이퍼링이나 금리인상에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조업 부문 병목현상에 따른 상품가격 급등이 4월 소비자물가 서프라이즈의 원인이며, 서비스 물가는 아직 온건한 수준"이라며 "상품물가 중심의 인플레 우려감이 이어질 수 있으나 연준이 태도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은 기본적으로 수요 압력에 따른 물가 상승세에 민감한 조직이다. 당분간 제조업 병목현상 등으로 인플레 우려가 이어지겠지만, 공급 요인에 따른 정책 대응은 한계도 있다.

박 연구원은 "연준은 물가지수 급등을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할 것이며, 공급측 요인에 따른 가격 상승을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역사적으로도 공급망 요인에 따른 제조업 부문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공급측 요인에 따른 상품가격 급등세는 고점을 지나고 있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감은 2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연준 관점에 동의하지 않고 고물가 지속성에 동의한다면...

하지만 연준이나 한은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말하는 '2분기 물가 급등의 일시성'을 곧이 곧대로 믿어주기 어렵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공급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세가 지속성에 한계를 보이지만, 지금은 전방위적 물가 압력 확대의 초입에 있을 수 있다는 관점도 제기되는 것이다.

최근 중국 생산자물가가 예상을 크게 웃도는 모습을 보이면서 글로벌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인식이 강화되기도 했다.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는 원자재 가격 강세로 전년비 6.8% 뛰었다.

중국은 오랜기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곳이며, 이 나라 생산자물가가 급등했다는 사실은 글로벌하게 소비자물가 상승률 확대 가능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또 미국 소비자물가의 예상밖 급등을 '공급 부족' 영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CPI엔 놀라운 점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월비가 대폭 상승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Core 물가가 더 많이 올랐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전월비는 작년 기저효과로 인한 환상을 제거하고 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코어 물가는 단순히 원자재 등의 공급 측면 뿐만 아니라 수요단의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비싸졌다는 점을 뜻하기 때문이다.

안 연구원은 "강력한 인플레 힘은 아직 공산품과 상품 물가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지만 대면, 서비스 경제 재개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쉽게 약화될 것 같지가 않다"면서 "6월에 발표될 5월 물가상승률은 낮게는 4.5%, 높게는 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는 5월 지수 기저효과의 극대화 후 피크 아웃(Peak-out)해서 상승률이 둔화되는 경로로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의 전개를 반드시 고물가의 일시성에만 초점을 맞출 수도 없다.

안 연구원은 "5월 급등 이후 상승률이 둔화될지언정 6월 말까지 미국 백신접종률 70%를 목표로 할 때 서비스 물가에 의해 둔화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시장은 일단 연준에 의구심 품었다...장기금리와 기술주의 문제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8.06bp 급등한 1.6979%로 올라왔다. 소비자물가 발표 전부터 경계감을 표현하면서 오르더니 4일만에 1.56%대에서 1.7%선으로 올라왔다.

뉴욕 주식시장도 인플레 공포에 급락했다. 물가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해 왔으나 소비자물가 발표 당일 다시 크게 떨어지면서 연준 스탠스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특히 나스닥은 357.74p(2.67%) 급락한 13,031.68에 장을 마쳐 3대 지수 가운데 가장 낙폭이 두드러졌다.

올해 2분기는 미국 경제가 연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가 될 수 있으며, 하반기엔 연준의 테이퍼링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 물가 데이터는 향후에도 금융시장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이런 가운데 특히 장기금리와 기술주가 더 주목받는 측면이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연준의 말처럼 2분기 물가 급등세가 일시적일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미국 성장률이 올해 7%를 넘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정책 정상화를 얼마나 늦출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대를 웃도는 경기회복세로 인플레 압력이 가중된다면, 안 그래도 수급 부담에 떨고 있는 장기금리가 추가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주식시장은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려다 인플레 우려에 직격탄을 맞았다. 전날엔 반도체 파운드리의 최강자 TSMC 주가가 폭락하는 등 대만 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국내 주식시장에 더욱 큰 긴장감이 조성됐다.

시장은 경기 회복과 함께 물가 상승 강도에 계속 주목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기술주들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 때문에 할인율, 즉 금리 상승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금리와 물가가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한 만큼 물가가 크게 오르는 일 그 자체가 미래 현금흐름에 의존하는 성장주의 현재가치를 좀먹는다.

최근 기술주들은 인플레 우려에 더해 반도체 공급 부족 노이즈에도 시달리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기술주가 변동성 장세를 이어나가는 동안 시장 주도주는 경기 민감주, 금융주 등으로 바뀌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빅테크 주식이 대체로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면서 "물가 압력을 반영하며 대부분 업종에서 차익실현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다만 "최근 기대 인플레 상승에도 실질금리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자산시장 과열 우려가 일부 나오고 있지만 주식시장 자금 이탈을 논하기에는 아직 멀다"고 진단했다.

그는 "12개월 선행 PER 기준 국내 주식시장은 12.0배 수준으로 연초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졌고, 선행 EPS도 3개월 전 대비 17% 상승해 이익 모멘텀도 양호하 개선 기대감도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CPI로 인해 주식 투자자들이 우려했던 '물가지표 예상치 상회→채권금리 레벨업→위험자산, 특히 성장주와 기술주 약세'라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었다. 아울러 물가, 금리발 충격파로 주가가 안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인식도 강해졌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이 변동성지수 VIX는 27%대로 올라갔다. 하지만 주식시장 추세의 반전까지 거론하기엔 이르다는 진단도 많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와 금리 상승압력이 예상과 달리 지속될 경우 펀더멘털 동력이 부정적일 수 밖에 없지만, 이러한 변화가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최근 기업들의 이익전망 상향조정 속도나 강도를 감안할 때 당분간 실적 개선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KOSPI 12개월 선행 PER은 12일 기준으로 11.6배로 레벨다운됐다"고 밝혔다.

그는 "코스피 3,150선 회복과정에서 기존 주도주들이 변화를 이끌어 간다면 KOSPI의 상승추세 복귀는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 반도체, 자동차, 인터넷, 2차 전지 등 기존 주도주 비중확대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가 조정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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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신한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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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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