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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신고제 시행 초읽기…임차인 보호 ‘순기능’, 전세시장 자극은 우려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21-05-10 20:05

초고가 전세 들어가려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악재 될 수도

사진= 픽사베이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다음 달인 6월부터 임대차3법의 마지막 조각인 ‘주택 임대차 신고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전월세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임차인들은 전월세 지역별 시세와 계약 조건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임대차신고가 의무화됨에 따라 계약 후 확정일자를 자동으로 부여받는 등 권리보호와 편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앞서 통과된 두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전월세시장의 불안을 부추겼다는 점을 두고, 이번 신고제 역시 전월세 시장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최근 3년 사이 급증하기 시작한 20억 원 이상의 ‘초고가 전세’ 시장 역시 신고제 도입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초고가 전세를 임차하려는 고액 자산가들이 신변 노출을 원하지 않아도 의무적으로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 임차인 권리보호 강화 효과 기대…‘과세 위한 제도’ 비판에 정부는 단호히 “NO”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 계약 당사자가 임대기간, 임대료 등의 계약내용을 신고하도록 해 임대차 시장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다.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등에서 전세보증금 6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면 신규, 갱신계약 모두 임대차신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신고금액은 확정일자 없이도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임차보증금의 최소금액이 6천만 원인 점을 고려해 임대차 보증금 6천만 원을 초과하거나 또는 월차임 3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으로 규정됐다. 신규, 갱신계약 모두 신고해야 하며, 다만 계약금액의 변동이 없는 갱신계약은 신고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이번 임대차 신고를 통해 확정일자가 자동적으로 부여됨에 따라 임차인 보호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소액계약, 단기계약, 갱신계약 등 그간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경향이 있었던 계약에도 신고제를 통해 확정일자가 부여되어 임대차 보증금 보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토부는 지난달 19일 전월세신고제 도입을 알리며 대전과 세종, 용인 등 일부 지역에서 신고제를 시범운영한 결과 약 100여 건의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러한 ‘신고’가 임대소득 과세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의 투명성과 임차인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일 뿐, 임대소득 과세와는 무관하다”며, “과세당국도 이를 과세에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임대차법들이 그러했듯 시장이 자극돼 간신히 안정되던 전월세 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임대차신고제는 완성된 거래에 대한 제도이므로 앞선 제도들에 비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런가하면 전월세신고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시세 정보와 계약 내용, 건물 상태 등 구체적인 정보까지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토교통부가 입법 예고한 하위 법령은 임대차 분쟁과 보증금 사고 예방, 임대주택의 질적 향상이라는 목표에 부족하다"며, "신고 지역과 대상을 제한하지 말고 모든 유형의 전월세 거래를 신고하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세입자들은 전월세를 구할 때 신뢰할 공적 정보가 없어 임대인의 요구나 공인중개사의 소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전월세신고제가 안착하면 임차인에게도, 맞춤형 행정을 할 수 있는 정부·지자체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 임대차 계약신고서 서식 일부 / 자료=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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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두 임대차법은 시장 불안 부추겨…이번에도 전세시장 매물 잠김 우려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임대차법’의 앞선 두 정책은 역으로 전세가격 혼조세·전세 매물부족 및 월세시장 양극화 등 역효과를 낳으며 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말았다. 정부는 그 때마다 “정책 시행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애써 이를 외면했지만, 제도 시행 6개월이 지나도록 전월세 시장 안정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통과된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는 개정안은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추가로 2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2+2년'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 폭은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상한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집주인은 직계존속·비속이 주택에 실거주할 경우 계약 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는데도 세입자를 내보낸 뒤, 갱신으로 계약이 유지됐을 기간 내에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면 기존 세입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되자, 세를 놓은 집의 임대 만료가 임박한 임대인들은 제도 시행 전 급하게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내 기존 세입자를 몰아내려 하고, 세입자들은 어떻게든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등 임대-임차인간의 갈등이 곳곳에서 폭발하는 광경이 연출됐다. 부동산 커뮤니티 및 오픈 채팅방 등지에서는 정부의 무차별적 부동산 대책 난립을 비판하는 동시에, 임대인-임차인 간의 편가르기식 갈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실제 수치에서도 임대차법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4억6931만원에서 지난달 6억63만원으로 약 30% 상승했다. 서울 중위전세가격이 처음으로 6억 원을 넘었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 또한 지난해 11월 192.3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행히 올해 초 정부가 대규모 공급대책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전세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긴 했지만, 임대차법 시행 여부와는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전세시장의 안정은 정부의 지속적인 주택공급 시그널과 작년부터 나온 급등으로 시장이 피로감과 공포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초고가 전세’ 들어가려던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악재 될 수도

‘초고가 전세’를 노리던 고액 자산가들 역시 이번 대책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 분석에 따르면 20억 원 이상의 초고가 전세 매물은 현재 약 200여개이며, 10억 원 이상으로 분류하면 더욱 늘어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브르넨(BRUNNEN)청담' 전용면적 219.96㎡는 지난 2월 19일 보증금 71억원(5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며 최고가 기준을 다시 썼다.

이 같은 20억 원 이상의 초고가 전세에 들어가려는 수요자들은 주로 사업가·연예인 등 세간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이들로 한정된다. 임대차신고제가 시행되면 이들의 재산내역이 정부에 공개되면서 예기치 않게 가십에 오르거나, 차후 해당 내역이 과세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전월세신고제를 과세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긴 했으나, 당장은 아니더라도 단계적으로 서서히 과세에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대선 정국이 끼어있어서 당장 과세 지표로의 활용이 이뤄지진 않겠지만, 일단 시장에 제도가 안착하고 선거철이 끝난다면 언제든지 상황이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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