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국회의 한은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 집어넣기 시도

장태민

기사입력 : 2020-10-26 14:42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자료: 한국은행 홈페이지

자료: 한국은행 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지난 금요일 국정감사에서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포함하는 법 개정안을 곧 발의한다고 밝히면서 향후 한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류 의원은 23일 "고용안정을 한은 목표 중 하나로 반영한 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고 있으며, 곧 발의한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으로 한국은행이 '과거의 역할'에서 과감하게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은이 '물가관리'라는 금과옥조에만 머물러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 기재차관 출신 야당 의원 주문에 한은 총재 '치열한 고민' 거론

류 의원이 던져준 과제에 대해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는 치열하게 한국은행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적지않은 변신을 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에게도 더 많은 일을 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은은 정부의 정책에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아울러 정부나 주변에선 이 기회를 이용해 한은 입장 때문에 망설였던 일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은은 과거 같으면 반발했을 단기 국채(2년 국채)에 대해서도 별다른 소리를 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제 한은 목표에 '고용'을 집어넣어라는 요구도 받게 됐다. 과거 여차하면 한은 목표에 고용을 삽입하는 문제가 거론돼 '그냥 하는 소리' 정도로 평가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적지 않게 달라졌으며, 이 문제는 과거보다 훨씬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다. 앞으로 한은이 '트리플 목표'를 갖게 될 가능성이 이전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까지 한은 목표에 고용을 추가하는 데에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또 한은 내·외부에선 '권한은 주지 않고' 숙제만 더 내주면 어떡하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물가, 금융안정에 고용까지 같이 신경 쓸 것을 주문하게 되면 정책 목표간 상충작용이 일어나 '죽도 밥도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 총재 역시 이런 점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국감장에서 류 의원이 법안 발의와 함께 강한 톤으로 한은 목표 재설정을 거론했으며, 이 총재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국감 당시 "경제 환경이 급변했고 지금의 환경이 오리라고는 얼마전만도 예상 못했다"면서 "한국은행이 종래의 물가안정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고, 다른 여러나라에서 통화정책 체계와 목적 같은 것을 재설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총재는 "한은 목적 조항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법안을 제출하면 그 안을 보고 한은의 목표 설정에 대해 본격적이고 심도있는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한은도 적극 참여해서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변신과 과감한 변화를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 과거보다 커진 '트리플 맨데이트' 가능성...한은 내부 평가도 제각각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이 문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긴장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그간 이주열 총재 등 한은 사람들은 현재의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듀얼 맨데이트를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껴왔다.

하지만 트리플 맨데이트의 현실화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의회 쪽에서도 한은의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 등 한은도 과거보다는 전향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고용안정 추가 문제가 간단하지는 않다. 한은 목표 확대에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아 실제 '트리플 맨데이트' 체계로 갈 수 있을지 '반반'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다만 정치권의 여야 모두 한은에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하고 있으며, 법안 발의가 이뤄지는 만큼 한은 정책목표는 변화의 기로에 섰다. 한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을 집어 넣는 문제에 대해 의견들이 다르다.

한국은행의 A 직원은 "한은 목표에 고용을 추가하기 위해선 어떤 식이든 권한도 함께 줘야할 것으로 본다"면서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다른 상황인데, 연준이 할 수 있는 권한 등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 조절에 '고용'이라는 요소를 집어넣는 게 실질적으로 한국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은의 B 직원은 "물가와 금융안정 외에 고용까지 집어 넣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면서 "목표간 충돌만 심화시킬 뿐이며 별다른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 한국경제의 구조는 미국과 달리 수출 위주인 데다 성장과 고용의 연계성도 떨어져 목표간 충돌의 위험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은의 C 직원은 "트리플 맨데이트여도 상관 없다고 본다"면서 "수단이 없는 게 문제지만, 수단이 없다고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더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고용안정' 들어와도 선언적 의미 정도로 보기도...역할 확대 시 이해관계 조율문제도

지금까지 한은 통화정책은 '모든 경제 상황'을 감안해 이뤄져왔다. 이에 따라 고용이 목표로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기존 틀이 바뀌지 않을 것이란 견해들도 적지 않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제는 경직적이라기 보다는 신축적이었다. 2010년대 이후 중기물가목표(2%)까지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한은의 D 베테랑 직원은 "그간 한은은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를 결정해 왔다"면서 "고용을 한은 목표에 집어넣는 게 선언적인 의미는 있을지로도 실효 측면에서 예전과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목표 변화가 통화정책의 실제 운영에 있어서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상당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사실 고용은 경제성장이나 물가 등과도 엮여 있어서 따로 노는 변수가 아니다. 과거에 비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물가가 오르고 고용도 좋아진다. 따라서 고용을 맨데이트의 한 축으로 삼는 게 반드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물론 고용지표의 어떤 측면을 중시할지도 틀을 잡아야 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재 고용지표에서 가장 관심이 높고 중요한 헤드라인인 '취업자 증가수'를 기준으로 고용의 좋고 나쁨을 따진다면 길게 보면 금리 인상만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점도 보인다.

한은의 역할 확대시 수단이 더 다양화돼야 한다는 말도 많이 나온다. 한은의 금리결정 공식에서 고용이 과거보다 높은 가중치를 받게 되는 만큼 한은에 권한도 더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고용을 중시하게 되면 한은의 회사채 인수나 위험자산 직접 매수, 기업 특융 등을 통한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한은의 자료제출 요구권이나 감독 권한 강화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 감독기관들의 이해관계 상충 문제도 있으며, 공청회와 토론을 거쳐 이슈화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보인다.

한은의 A 직원은 "한은 역할 확대와 함께 권한 확대는 금융위 등과 이해가 충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재량과 준칙의 문제...고용안정이 목표로 들어오면 향후 금리인상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

통화정책은 '재량과 준칙'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재량이 강조되는 시기도 있고, 준칙이 강조되는 시기도 있다. 경기 호시절엔 상대적으로 준칙에 무게가 실리고, 위기시엔 재량에 좀더 방점이 찍힌다. 또 재량에 무게를 두면 정책이 방만해지고, 준칙에 무게를 두면 정책 대응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시장에선 한은 맨데이트에 고용이 추가될 경우 '완화적' 통화정책에 보다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일각에선 다양해진 목표가 정책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정책 편향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은 맨데이트에 고용안정이 추가되면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간다고 볼 수 있다"면서 "금리 결정시 고용까지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용인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의 비중을 높게 고려하게 되면 저금리나 완화적 정책기조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보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한은이 고용을 중시하게 되면 현재 수단 중 금융중개지원대출로 고용 창출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올해 코로나 사태로 금중대를 역대 최대규모로 대폭 늘렸는데, 통화정책이 고용을 중시하게 되면 완화적 통화정책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금리 조절 문제에 있어서 고용상황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은 통화정책을 완화 편향적인 방향으로 왜곡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고용이 들어오더라도 결국 통화정책의 중심은 '물가'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보였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고용이 한은 목표로 설정되면 고용이라고 쓰고 물가라고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면서 "물가가 안 올라가면 미국처럼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우리 통화정책이라는 게 연준 정책의 종속변수"라며 "미국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차원에서 고용이 맨데이트에 들어오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치권이 한은 역할 강화를 주문하는 게 반드시 좋은 게 아니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고용비중을 높이면 정책이 더 정교해지고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은 무지의 소산일 뿐이라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 중 한은이 많은 걸 할 수 있다고 착각하거나, 한은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키면 좋은 것인양 잘못 아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 구조상 금리 결정에서 고용 비중을 높이면 정책과 현실, 그리고 정책 목표간 괴리만 커질 뿐이며 한국경제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