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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유럽회복기금 합의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7-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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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U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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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EU 27개국이 17~18일로 예정돼 있던 정상회의 일정을 이틀 연장한 끝에 현지시간 21일 새벽 2021~2027년 중기예산 및 유럽회복기금(EU Recovery Fund)에 합의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시작된 EU 정상회의가 4일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7,500억 유로 규모의 경제회복기금 조성과 중기예산에 합의한 것이다.
경제회복기금 협상안은 오스트리아·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로 구성된 '검소한 4개국'(frugal four)의 보조금 기금 축소 주장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Frugal4가 지원규모 비율을 3,900억 유로로 줄이는 데에 합의하며 타결이 이뤄졌다. 당초 5,000억 유로로 얘기되던 보조금이 1,000억 유로 이상 삭감되면서 합일점을 찾은 것이다. 보조금은 상환할 필요가 없는 지원금이다.

상대적으로 부채 수준이 낮고 부유한 북유럽 국가들과 부채 수준이 높고 가난한 남유럽 국가들이 EU 시스템 존속을 위해 합의를 한 모양새다.

■ EU의 재정정책, 경기 추가악화 막는 발판 마련

EU 국가들의 합의안은 2021~2027년 EU 장기예산 1.074조 유로와 유럽회복기금 0.75조 유로를 공동으로 조달하는 내용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인프라 등 공공투자 지출을 위한 중기예산의 75%는 회원국 분담금, 나머지는 세금 등으로 조달할 수 있게 했다.

유럽회복기금 0.75조 유로 중 0.39조 유로는 보조금(grants), 0.36조 유로는 대출로 집행된다.

보조금의 70%는 2021~2022년, 30%는 2023년에 집행된다. 회원국 대출한도는 각국 GNI의 6.8%로 기금 재원은 EC가 채권발행을 통해 전액 시장에서 조달할 방침이다.

이 중기예산과 유럽회복기금은 회원국 의회와 유럽의회 비준을 거쳐 내년부터 가동된다.
EU 국가들이 유럽회복기금 조성에 합의함에 따라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재정적자가 GDP의 13%, 내년 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탈리아와 같은 나라들에게 숨통이 트인 것이다. 또 유로존의 경기 둔화를 막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 경기의 하방리스크를 언급하면서 재정정책 공조를 언급한 가운데 예산과 유럽회복기금 이슈가 타결된 것이다.

물론 이 정도의 규모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남아 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여전히 이 기금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관점도 유지되고 있다.

■ 재정통합을 향해 발걸음 뗀 유럽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EU회복기금 합의에 대해 '해밀턴 모먼트'(Hamiltonian moment)라고 표현했다.

EU회복기금 이슈 타결로 유럽 공동의 재정정책이나 재정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뗐다는 것이다.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독립전쟁 이후 여러 주들의 부채가 급증하자 각주의 부채를 연방국채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강력한 연방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EU회복기금 출범은 유럽이 좀 더 한 나라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된 역사적 사건이라는 평가도 있다.

유로존의 재정적 결속이 강화된다면 안전자산인 국채와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남유럽 국가들의 채권 금리 차이가 줄어들 수도 있다.

동시에 유럽의 통화, 유로화는 안정세를 이어갈 수 있다. 간밤 유로화는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유럽의 회복기금 마련 소식으로 달러인덱스는 0.61% 하락한 95.20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식시장도 제한적이긴 했지만, EU회복기금을 우호적인 재료로 받아들였다. 물론 기대감 선반영 때문에 타결 당일 이벤트 영향은 제한됐다.

■ 독일이 이끌어낸 역사적 회복기금 출범..유럽을 대표하는 채권 발행에 대한 기대도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의장은 21일 트위터를 통해 합의 사실을 알렸으며, 프랑스의 에마누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합의에 대해 '유럽의 역사적인 날'이라고 명명했다.

우리 돈 1천조원이 넘는 회복기금을 이끌어낸 데는 유럽 맹주 독일의 메리켈 총리가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르켈 총리가 기금 구성에 크게 반대했던 뤼테 네덜란드 총리의 동의를 얻어내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미래가 달려 있다. 남부 국가들이 파산하면 우리 모두 파산한다"면서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독일은 '절도있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쓰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EU가 특정 회원국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 역시 전통적인 독일 스타일은 아니었다.

메르켈은 2010년대 초 유로존 재정위기 때 유럽 남부 국가들의 부채 문제를 보조금이 아닌 대출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엄격했던 그가 최근 달라진 데엔 현재 얽히고 설켜 있는 EU 국가들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블룸버그는 메리켈 총리가 협상 타결 뒤 "나는 매우 안도하고 있다. 우리는 EU가 직면한 최대 위기에 대한 대답을 제시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탈리아는 820억 유로의 보조금과 1,270억 유로의 대출을 받게 되고, 그리스는 190억 유로의 보조금과 125억 유로의 대출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최근 회복기금 타결에 대한 기대로 크게 하락했다. 지난 13일 1.24% 수준을 보였던 이탈리아 10년 국채 금리는 21일 1.08% 수준으로 16bp 가량 하락했다. 다만 최근 합의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했던 만큼 금리는 20일 8.57bp 급락한 뒤 21일엔 1.01bp 하락하는 데 그쳤다.

EU가 회복기금 출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한 공조를 강조한 가운데 유럽 차원의 새로운 채권이 부상하게 될 것이란 관측들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황원정·김성택 연구원은 "EU 중기예산 및 회복기금 합의는 주변국 재정위기 가능성 억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장기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역내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회복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원들은 특히 유럽을 대표하는 새로운 벤치마크 채권 등장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EU회복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EC가 발행하게 될 채권은 유로존 안전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는 독일 국채의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면서 "아울러 EU회복기금은 재정통합을 촉진함과 아울러 새로운 고품질의 유로화 채권 pool의 탄생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평가도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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