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24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기업 실적 및 유동성 사정 변화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대응방안을 사전에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외감법인 2만693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업의 매출 감소, 금융시장 불안 등의 스트레스 상황을 상정해 기업의 재무건전성 변화를 살펴보고 유동성 부족 규모를 추정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재무건전성 및 자금사정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매출 및 재무적 충격이 가해지는 상황을 상정했으며 충격의 지속기간에 따라 내수 충격이 2분기까지, 해외수요 충격이 3분기까지 이어지는 기본(base) 시나리오와 충격이 연중 내내 지속되는 심각(severe)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우선 코로나19 등에 따른 매출 충격 하에서 외감기업의 재무건전성은 크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2019년 4.8%에서 올해 기본 시나리오 하에서 2.2%, 심각 시나리오 하에서 1.6%로 악화됐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2019년 3.7배에서 기본 시나리오의 경우 1.5배로, 심각 시나리오의 경우 1.1배로 하락했다.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2019년 말 88.8%에서 기본 시나리오에서 92.3%, 심각 시나리오에서 93.1%로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 비중이 크게 상승하고 부채비율 200% 초과 기업 비중도 높아졌다.
올해 유동성 부족 규모는 기본 시나리오 상황에서는 30조9000억원(전체 외감기업 대비 7.8%), 심각 시나리오 상황에서는 54조4000억원(10.8%)으로 추정됐다.
충격 전에 이미 이자보상배율 3년 연속 1 미만인 기존 한계기업의 유동성 부족 규모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9조8000억원, 심각 시나리오에서 15조6000억원으로 전체 유동성 부족 규모에서 각각 31.9% 및 28.6%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항공의 유동성 부족(기본 시나리오 11조1000억원, 심각 시나리오 12조7000억원)이 가장 심각했고 숙박음식, 여가서비스, 해운 등도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단 정책당국의 금융시장 안정화 노력으로 차환율이 상승하는 경우 유동성 부족 규모는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기업의 유동성 부족은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일시적 성격임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한 자금지원을 통해 대규모 부실화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기업의 유동성 사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가운데, CP, 회사채 시장 등의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 패턴, 글로벌 생산·교역구조 등에 큰 변화가 예상되므로 이에 대응한 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