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16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80원 내린 1,207.20원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만에 하락이다.
이날 달러/원은 개장과 동시에 갭다운 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회사채 지원 소식과 함께 미 정부가 자국 기업들과 중국 화웨이가 5G 표준 설정 협력을 승인함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긴장도 일부 완화되면서 시장 전반에 리스크온 분위기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연준은 유통시장 기업신용기구(SMCCF)를 통해 16일(현지시간)부터 개별 회사채 매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5년 이내 만기 도래 회사채가 매입 대상이다.
연준 효과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준비 소식 등도 달러/원 하락을 자극했다.
이에 베이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로 반등을 모색하던 달러/위안마저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처럼 달러/원 주변 재료가 달러/원 하락을 지지하는 재료들로 넘쳐나자, 역내외 롱처분 물량이 쏟아졌고, 일부 고점 매도 성격의 업체 물량도 더해지며 달러/원은 장 막판까지 하락 압력이 이어졌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7.0674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17% 내린 96.54를 기록했다.
■ 외인 주식 순매수 전환도 달러 매도 심리 자극
외국인 국내 주식투자자들은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978억 원과 4천306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함께 매도로 일관하던 주식시장에 4거래일 만에 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 재개는 코스피지수 급등뿐 아니라 이날 달러/원 하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로 서울환시 수급이 일방적 수요 우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연준의 회사채 매입 기대와 미 추가 부양에 미 주가지수 선물이 강세 흐름을 유지한 데다, 어제 급락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저가성 매수세까지 몰리며 코스피지수가 급등했다"며 "최근 달러/원은 글로벌 달러 흐름보단 주식시장에 연동하는 특성을 반복해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 17일 전망…연준 효과와 경기 부양
오는 17일 달러/원 환율은 1,200원선 하향 이탈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회사채 매입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과 미 행정부의 추가 부양책 재료에 힘입어 미 주식시장이 밤사이 강한 상승 흐름을 나타낸다면 시장 전반에 리스크온 분위기가 아시아 금융시장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 정부가 중국 화웨이와 미국 내 자국 기업 협력을 승인한 이상 미중 갈등 재료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달러/위안의 하락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만일 미 주식시장 상승과 달러/위안 하락이 맞물리고,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수가 이어진다면 달러/원은 1,100원대로 갭다운 할 수도 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