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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ssay] 떠나고 싶은 날, 슬기로운 드라이브 여행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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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6-0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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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국 김민정 기자]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 움직임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예년처럼 축제나 피크닉 같은 활기 넘치는 활동은 아직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태라,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인 위생을 지키며 떠나는 드라이브 여행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차창 밖으로 완연한 초여름 풍경을 마주하고, 청신한 바람에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드라이브 코스를 소개한다.

[Travel Essay] 떠나고 싶은 날, 슬기로운 드라이브 여행
동해안으로 떠나는 환상의 드라이브, 강릉 헌화로

동해는 언제나 푸르고 청량하다. 차창 밖으로 옅은 옥빛부터 짙은 쪽빛 물결이 끝없이 넘실댄다. 속도를 줄이고 창을 내리면 경쾌한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이 톡 쏘는 탄산처럼 쉼 없이 밀려든다.

그저 해안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묵은 체증이 내려가고 숨통이 트인다. 동해안을 찾는 여행객 사이에서 강릉은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언뜻 생각나는 것만 열거해도 정동진이며 경포대, 오죽헌, 주문진항, 안목해변, 초당순두부, 닭강정 등 열 손가락이 벅차다. 그 중에서도 동해안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길은 바로 ‘헌화로’다.

헌화로는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로 유명하다. 옥계면에 자리한 금진해변에서 심곡항을 거쳐 정동진항까지 약 8km에 이른다. 차로 15분 남짓 걸리는 짧은 거리지만 풍경만큼은 미려하기 이를 데 없다.

헌화로 시작점인 금진해변은 조용하고 아늑하다. 인파로 북적이는 정동진이나 안목해변과 달리 한갓지고 고요한 여유를 누리기 좋다. 금진해변에서 차를 몰아 금진항을 지나 심곡항으로 향하는 구간이 바로 헌화로의 하이라이트다.

2km 남짓한 길 왼쪽에는 웅장한 해안 절벽이, 오른쪽에는 쪽빛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도로변에 설치된 난간 높이도 낮아 차 안에서도 막힘없이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좀 더 가까이 보고 싶다면 심곡항에 차를 세우고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국내에서 가장 긴 해안단구 탐방로인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이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까지 해안 절벽을 따라 잘 조성돼 있다.

현재는 안전시설 확충 공사로 임시 휴장한 상태이며, 강릉시 홈페이지를 통해 개장 여부를 확인하고 방문하면 된다.

[Travel Essay] 떠나고 싶은 날, 슬기로운 드라이브 여행
자유로를 따라 자연과 예술을 만끽하는 파주

당일치기 여행의 조건은 ‘거리’와 ‘볼거리’다. 단순히 거리가 가깝다고 해도 즐길 거리가 없으면 애써 찾을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파주는 두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한다.

그 중 마장호수는 이른 오전에는 물안개가 피어올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늦은 오후에는 은은한 석양이 깔리며 한층 고즈넉해지는 곳이다. 220m에 달하는 출렁다리를 체험하거나 둘레길을 따라 호젓한 호수 산책을 즐겨도 좋다.

파주 드라이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다. 자유로의 가장 끝에 자리하고 있어 파주 여행에서 한 번은 들르게 된다.

분단의 상흔과 평화가 공존하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전망대며 기념관, 놀이공원, 캠핑장 등 다채로운 시설이 너른 잔디밭과 함께 펼쳐진다. 바람개비 3,000여개가 힘차게 돌아가는 ‘바람의 언덕’은 이곳의 하이라이트이자 파란 하늘과 색색의 바람개비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 스폿이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빠져 나오면 이제 본격적으로 자유로 드라이브를 즐길 차례. 귀가 차량이 몰리기 전에 서둘러 쭉 뻗은 자유로를 내달려 헤이리 예술마을로 향한다.

박물관이나 갤러리 전시가 부담스럽다면, 각양각색의 건축물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두 눈이 즐겁다. 10분 거리에 위치한 파주출판도시도 빼놓을 수 없다.

책에 관한 모든 것을 차분히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단지로, 벽면 가득 초대형 책꽂이가 시선을 사로잡는 ‘지혜의 숲’과 순백의 건물 자체가 예술 작품인 ‘미메시스아트 뮤지엄’은 힐링의 시간을 선물한다.

[Travel Essay] 떠나고 싶은 날, 슬기로운 드라이브 여행
싱그러운 햇살 가득한 섬진강길, 17번 국도

날이 따뜻해지면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은 곳, 섬진강이다. 바람에 댓잎이 사그락사그락 부딪치는 소리에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고, 넉넉한 인심처럼 흐르는 찬연한 물빛에 두 눈이 맑아지는 듯하기 때문이다.

섬진강 물길 따라 흐르는 17번 국도는 본래 경기도 용인부터 전남 여수를 남북으로 길게 잇는 길이다. 그 중 곡성부터 구례를 지나는 구간의 풍광이 백미로 손꼽힌다.

자동차가 다니는 17번 도로와 자전거 도로, 증기기관차가 지나는 철로, 섬진강 둘레길까지 저마다의 매력을 품은 여러 길이 어우러져 꿈결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곡성 읍내로 진입하기 전, 하늘로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이 나온다. 영화 <곡성>에서 주인공 종구가 딸 효진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환하게 웃으며 달리던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 유명세를 탄 길이다.

읍내를 지나면 증기기관차와 레일 바이크를 체험할 수 있는 섬진강 기차마을이 나온다.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약 5km 거리를 레일바이크를 타고 섬진강변을 달리거나, 가정역까지 느릿하게 운행하는 증기기관차로 여유롭게 둘러봐도 좋다.

섬진강 기차마을을 빠져나오면 옛 전라선 철길과 나란히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17번 도로가 이어진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강물 따라 17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어느새 구례에 닿는다.

구례 읍내까지 이어진 강변도로를 달린 후 냉천교차로에서 18번 국도로 접어들면 지리산을 대표하는 사찰 화엄사가 멀지 않다. 탐방로를 따라 이어지는 숲길을 호젓하게 걷다 보면, 섬진강과는 또 다른 첩첩산중이 주는 고요함이 마음을 차분하게 다독인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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