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17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80원 급락한 1,217.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달러/원 급락은 지난밤 사이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잇따라 호재성 재료가 나오면서 자산시장 내 리스크온 분위기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바이오기업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치료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상에서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경제 재개 방침을 밝힌 것도 달러/원 하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감세를 유지하며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0시보다 22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닷새째 20명대를 유지했다.
이처럼 서울환시 주변 재료가 달러/원 하락을 지지한 가운데 코스피 지수마저 급등하고 외국인이 주식 순매수까지 확인되자 달러/원은 더욱 가파른 속도로 떨어졌다.
그러나 오후 들어 중국의 성장률 쇼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달러/원의 급락세도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8%로 전분기의 6.0%보다 12%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이에 따라 달러/위안 환율의 낙폭은 제한됐지만, 달러/원의 하락 추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 막판까지 이어졌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7.0808위안을 나타냈다.
■ 외인 주식 순매수가 역외 롱스탑 촉발
이날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3천226억원어치를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전환은 지난달 4일 이후 거래일수로 31일만이다.
외국인들이 코스피시장 연속 순매도를 시작한 3월 5일부터 4월 16일까지 순매도한 규모는 14조 7천649억원에 달한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오늘 외국인 주식 순매수 전환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매패턴 변화의 신호탄이라면 그간 서울환시에서 계속됐던 달러 수요 우위 장세도 빠르게 진정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역내외 시장참가자들도 이를 염두에 두고 외국인 주식 순매수에 따라 롱스탑 물량을 쏟아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20일 전망…코로나19 우려 완화에 미 주식시장 급등 주목
오는 20일 달러/원 환율은 미 주식시장 흐름에 따라 방향성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미 경제 지표 악화로 약화된 투자심리까지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만일 미 주식시장이 주말 사이 강한 상승 흐름을 전개한다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수가 또다시 전개될 수 있고, 이는 서울환시에 달러 공급으로 이어지며 달러/원의 추가 하락을 이끌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미 주가지수 선물이 코로나19 완화 기대로 급등하는 만큼 미 주식시장도 이를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 경제 재개로 실물 경제가 살아나고, 실업 지표 등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가정할 때 다음 주 초 달러/원은 1,210원대 안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