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증설경쟁, 무역전쟁에 이은 코로나 사태에 연이은 악재로 이들 기업의 올 1분기 영업익 급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도 일반적인 유가하락에 따른 호재 요인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는 1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긴급이슈 리포트를 냈다.
지난 9일 국제유가가 일일기준 20~25% 급락했다. 1991년 걸프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유가하락은 석유화학기업 단기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유를 수입해 들여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국내공장 기준 1~2개월 가량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유가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 효과로 실제 거둬들이는 마진이 낮아지는 '역래깅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품 수급처에서 실제 가격하락까지 구매를 꺼리는 현상도 더해진다.
한신평은 2014년 3분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95원에서 56달러로 하락했을 때, 국내 석화 8개사 합산 영업익이 9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감소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한신평은 "현재 석화업황은 중국 대규모 설비증설,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공장가동률 하락 등 크게 위축됐다"면서 "최근 유가 변동 추이와 수급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1분기 주요 석화기업 영업실적은 상당히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가하락이 원유 기반 원재료(나프타) 가격 하락에 일부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이 경우 값싼 셰일가스(에탄)에 기반한 미국 ECC 업체들과 가격 경쟁 격차가 줄어드는 효과를 본다. 원유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이들 ECC업체들이 설비 증설을 늦출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단 한신평은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에 따른 글로벌 수요 침체 전망이 중장기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다"면서 글로벌 경쟁사 동향 보다는 전체 경기 추이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