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지금 대단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31번 확진자가 예배를 본 교회에서만 14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어디까지 확산하였을지 가늠이 안 될 정도입니다.
오늘 저녁에 정세균 총리가 급히 대구에 내려와 상황을 살펴보고 갔습니다. 권영진 시장이 행정, 재정적 지원을 비롯해 구체적인 필요 사항을 꼼꼼히 요청했습니다. 그에 더해 몇 가지 사항을 제가 추가로 전달했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1. 지역사회 감염 확산으로 음식점 등 자영업자의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지역 경제의 충격을 완화하고 지원하기 위해 추경 편성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
2. 3월로 예정된 각급 학교의 개학과 각종 국가자격시험을 연기해달라.
3. 수도권과는 달리 음압 병상, 역학조사관, 검체 검사기관이 부족한 지역 현실을 고려하여 다른 지자체와의 협력 지원 방안을 마련해 달라. 아울러 지역 대형 병원 응급실이 연이어 폐쇄된 상태인 만큼 일반 환자를 위한 응급의료체계를 확보해 달라.
4. 31번 환자의 경우에서 보듯, 의료기관의 처방과 권고를 환자가 따르지 않을 경우 피해는 전체가 입어야 하는 만큼 의료기관과 방역 당국에 준명령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찾아달라.
5. 긴급재난안전 문자를 통해 확진자의 동선과 감염 경로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지역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달라.
이 내용은 청와대에도 그대로 올렸습니다. 지금 대구 상황은 종전에 볼 수 없던 양상입니다. 31번 확진자가 실제로 어디서 옮아왔든, 대구라는 지역사회는 이미 ‘코로나 19’에 훤히 노출된 셈입니다. 지금까지 어느 지방도 이런 대규모 감염이 없었습니다. 그런 만큼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대구에서 잘 제어하면, 다른 지방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져도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진 모든 힘과 노력을 다해 정부의 신속하고, 총체적인 지원을 끌어내겠습니다. 엄중히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동시에 대구 시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가 행정안전부에서 일하는 동안 크고 작은 재난과 사고를 치르면서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소중함입니다. 어떤 재난이나 사고가 커지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속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야무져야 합니다. 조심하되 불안해하지 않고, 긴장하되 공포심에 빠지지 않으면 재난은 반드시 언젠가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막연한 공포심이 실제 사고보다 훨씬 더 무서운 법입니다.
우리 방역당국과 의료진이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고 합니다. 믿음을 가지고 함께 힘을 모으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습니다. 대구 시민의 뚝심을 저는 믿습니다. 여러분과 제가 함께 하면 됩니다. 모두 힘을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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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