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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태국·필리핀·브라질·호주·중국의 금리 결정과 한국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2-07 15:00 최종수정 : 2020-02-0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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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7일 2시40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7일 2시40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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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이번주 태국, 필리핀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일각에선 한국도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사태가 인접국들의 경기 상황에 타격을 입혀 통화완화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역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큰 대표적인 국가인 만큼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을 점검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채권 현·선물을 사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엔 금리 레벨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많지만, 외국인의 매수세로 인해 분위기가 넘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엿보인다.

■ 태국, 한국과 비슷한 금리결정 패턴...산업구조 다르지만 중국 영향권 국가

중국 인접국 가운데 태국은 5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00%로 25bp 인하했다.

태국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관광대국으로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진 국가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사람들이 여행을 꺼리게 되면서 이 부문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태국 입장에선 바트화 가치를 떨어뜨려 외국인들을 끌어들일 필요도 있다.

태국은 지난해 한국처럼 금리를 2차례 내렸다. 인하 시기도 8월과 11월로 한국(7월, 10월)과 비슷하다. 아시아 최대 관광객 공급처인 중국인들 사이에 전염병이 크게 확산되자 태국 산업계도 긴장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태국처럼 관광에 대한 의존도가 큰 나라는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해외 관광객이 국내에 와서 쓰고 가는 돈은 GDP의 0.8% 수준에 그친다. 관광산업에 포함되는 업종의 비중도 숙박업(0.4%), 음식업(1.9%), 운송업(1.9%), 여행사와 관련 서비스(0.1%) 등으로 제한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또 이 중 음식, 운송 분야는 관광이 아닌 부분의 비중이 훨씬 크다.
관광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의 경우 4% 정도로 추정된다. 즉 관광 관련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태국의 1/3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처다. 제조업 강국 한국은 중국산 부품도 많이 사용하고 중국에 중간재도 많이 넘긴다. 두 나라 경제가 공급 체인으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만큼 한국은 중국에 일어난 일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 중 하나다.

지난해 통관기준으로 볼 때 중국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압도적인 1위였다.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에 달했다.

최근 한국과 태국의 금리정책이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관광업이 중요한 태국과 제조업이 중요한 한국 모두 중국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운용역은 "해외 금융사 쪽에서 한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많이 거론하면서 한국 상황에 대해 물어보고 있다"면서 "그들은 기본적으로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한국이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필리핀, 추가 인하 문 열어...브라질, 예고했던 인하 뒤 인하 사이클 종료

필리핀도 6일 기준금리를 3.75%로 25bp 내렸다. 아울러 필리핀 중앙은행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지를 남겼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으로 올라왔지만, 필리핀 중앙은행은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5월과 8월, 9월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5bp씩 인하한 바 있다.

지난해 미-중 갈등 여파로 적극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뒤 올해는 중국 전염병 등으로 다시 인하 대응에 나선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2018년 금리를 인상했으나 미국 통화정책이 지난해 인하 기조로 돌아서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자 금리를 내렸다. 그 흐름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엔 브라질이 기준금리를 4.25%로 25bp 내렸다. 브라질의 금리인하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이미 '예정'돼 있었다.

브라질은 올해 2월 인하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인하 사이클을 종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라질은 작년 7월 6.5% 수준에 머물던 기준금리를 50bp 내린 것을 포함해 2019년 하반기 중 4차례에 걸쳐 200bp를 인하했다.

작년 12월 기준금리를 4.5%로 낮췄을 때 올해 2월 25bp 인하를 끝으로 인하 사이클을 종료하겠다는 시그널도 보낸 상태였다.

■ 호주, 10년간 금리 올려보지 못한 나라...열려있는 통화완화 가능성

지난 4일 호주 중앙은행(RBA)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75%에서 동결했다.

호주의 통화정책은 한국 채권, 외환시장에서도 큰 관심사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큰 나라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이런 호주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한국처럼 열려 있는 상태다.

호주 중앙은행은 2월 회의에서 산불과 중국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호주는 일단 실업률이 예상 외로 하락하는 등 고용시장이 개선된 점, 소비자물가 상승률 확대 등에 무게를 두면서 금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산불 여파와 코로나바이러스가 경기 하강 압력으로 작용하면 다시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 호주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0%가 넘는 수준이다.

호주는 2011년 이후 금리를 인상한 적이 없는 나라다. 2011년 4.75% 수준이던 금리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려 현재 기준금리가 1%도 되지 않는다. 작년에는 6월과 7월, 10월에 금리를 내렸다.

골드만삭스 같은 곳은 호주의 실업률이 꾸준히 오르지 않는다면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나 중국 바이러스나 산불이 상당부분 경기 모멘텀을 삼킬 것으로 보는 쪽에선 인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최근 태국이나 필리핀이 금리를 내렸지만, 역시 한국 시장의 관심은 호주"라며 "호주 중앙은행의 변화를 통해 한은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호주 중앙은행 RBA는 통화정책 결정문에 "완전고용 및 인프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해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문구를 남겨 놓은 상태다.

■ 중국, 신종 코로나 사태 진원지...열어 놓은 통화정책 완화의 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원지 중국에서 통화정책적 대응이 나올 것이란 기대도 크다.

중국 내 바이러스 확산 속도와 사망자 수가 '사스 사태'를 능가한 가운데 전염병 확산이 제어되는 시기가 관건이다.

중국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투입하면서 위험자산 방어에 나서기도 한 가운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경기대응 조치들이 나올 수 있다. 특히 통화정책 대응이 사스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란 분석도 보인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사스 당시 통화정책 대응은 부재했다. 경기위축이 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이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당시 국제수지 흑자 누증으로 협의·광의통화 팽창이 가속화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라며 "통화팽창에 뒤이어 나타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인민은행은 적극적 통화정책을 쓰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SARS가 최악을 지난 직후인 2003년 9월 지준율 인상이 이루어진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현재는 통화팽창도 명목 GDP 성장률 내외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식료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도 1%로 낮은 수준이기에 적극적 통화정책이 가능한 구간"이라며 "지준율 인하를 비롯해 최우량금리(LPR)/MLF 금리인하, 각종 유동성 공급, 단기금리(7일물 Repo) 조정 등 다양한 통화정책 수단이 확보돼 있어 신축적 대응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정부는 3월 전인대 이전 경기부양을 위한 강도 높은 압축 대응을 시작하고 연간 0.5%p의 성장률을 완충하려 할 것"이라며 "시작은 통화정책과 유동성 공급이 될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2월 20일(~4월 20일) LPR대출금리 인하, 3~4월 긴급 지급준비율 인하와 유동성(PSL/MLF) 공급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3월 전인대에서는 재정적자 규모를 2.8%/GDP에서 3.0%로 상향하고, 상반기 특별기금(0.3조위안) 조성과 특수채 조기발행 확대 등을 예상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신종코로나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금융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들을 내놓을 것이란 의지를 밝힌 상태다. 경기 대응 조치를 강화하고 꾸준한 경제발전을 촉진하겠다는 입장이다.

■ 한국, 주변국 금리인하 속 외국인 압박 지속...그러나 '금융안정' 부담 큰 나라

최근 태국, 필리핀, 브라질 등이 금리를 내린 가운데 중국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고 외국인도 한국 채권을 계속 사자 한은의 2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진단이 늘어났다.

이런 분위기 조성에 앞장선 매매 주체는 외국인이다. 전일을 기준으로 최근 10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3년 선물을 6만 6천계약 넘게 순매수했다.

10년 선물은 2만 5천계약 이상 순매수한 상태다. 외국인은 한 주 마감을 앞둔 이날도 3년 선물을 7천개, 10년 선물을 2천개 넘게 순매수 중이다.

국내의 많은 투자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외국인의 금리인하 베팅으로 이해하고 있다.

중국 전염병 여파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권의 통화정책 완화를 한 묶음으로 접근하는 모습도 있다.

최근까지 2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다가도 외국인이 계속 밀어 붙이다보니 분위기가 넘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오늘도 어김없이 외국인이 선물을 매수하는 데다 주가지수 낙폭이 커지자 금리가 빠지고 있다"며 "중국 전염병이 피크를 치면 매도가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지만 지금은 매도가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통안 금리를 보면 금리인하가 프라이싱되고 있다. 오버스럽긴 한데, 어쩔 수 있나 싶기도 하다"면서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금리인하 외에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국고3년 금리는 이날 1.27% 수준까지 내려가고 있다.

기준금리와 스프레드가 2bp 수준으로 좁혀진 것이다. 외국인의 힘과 주변의 분위기가 금리인하를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금통위가 '금융안정'이란 목표를 쉽게 내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서, 지금의 분위기는 외국인이 만든 과도한 흐름이란 진단들도 적지 않다.

다른 증권사 딜러는 "일각에선 우한폐렴으로 경기우려가 커졌으니 한은이 금리인하의 찬스를 잡았다고 하고 정부도 그것을 원한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내가 볼 때 2월 금리인하는 부동산 정책을 엉망으로 편 정부와 함께 한은도 돌팔매질을 각오해야 할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몇 나라에서 금리를 내렸지만, 한국의 조속한 금리인하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 금리 인하가 4월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한 재료가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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