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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ECB의 조건부 완화 가능성과 트럼프로 통하는 길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6-0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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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ECB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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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 회의에서 예상보다 덜 도비시한 움직임을 보였다.

ECB의 정책관련 주요한 변화는 현 수준의 기준금리 유지 기한을 올해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로 늦춘 점과 3차 TLTRO 적용 금리를 기준금리인 재융자금리 평균치보다 10bp 높은 수준으로 결정한 대목이다.

시장 일각에선 유로존이 더 도비시한 모습으로 변모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으나 ECB는 일단 상황을 지켜볼 필요성에 무게를 뒀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전날 국내시장에선 휴일을 앞두고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강화 속에 유로존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무역분쟁 등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ECB가 공식적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론하지 않자 유로/달러는 강해졌다. 다만 회의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가 성장을 둘러싼 위험은 여전히 하락 쪽을 가리킨다며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발언을 하자 유로는 상승폭을 줄였다. 유로/달러는 간밤 1.1276달러로 0.5% 상승했다.

독일 금리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독일 금리는 전날보다 더 빠졌다. 독일 금리는 ECB의 인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없자 상승하다가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나온 뒤 전일 수준 이상으로 강해졌다. 독일 10년물 금리는 간밤 1.22bp 하락한 -0.2405%로 내려갔다.

■ ECB, 연준보다 스탠스 전환 조심스러워..회의결과 발표보다 도비시한 드라기

ECB는 6월 회의에서 정책금리인 재융자(refinancing) 운영금리와 예금금리, 한계대출금리를 각각 0.00%, -0.40%, 0.25%로 동결했다. 정책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통화정책 관련 주요 변화는 금리유지 기한의 연장이다. 이 기한은 지난 3월 회의에서 3개월 연기(9월→연말)된 후 4월에 동일하게 유지되다가 이번 회의에서 다시 6개월 연기된 것이다.

ECB는 또 ‘금리인상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자산매입프로그램의 만기도래 원금 재투자 유지’ 문구도 유지했다.

ECB의 올해 경기에 대한 전망은 약간 좋아졌다. ECB는 2019년 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1.1→1.2%, 1.2→1.3%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2020년 전망치는 각각 1.6→1.4%, 1.5→1.4%로 내렸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은 정책결정이나 경기 전망과는 다소 온도차를 나타냈다.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포워드가이던스가 금리 인상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충분한 정도의 통화 완화가 여전히 필요하며 포워드가이던스 연장은 무역 분쟁 등 길어지는 불확실성을 고려한 것"이라며 "성장을 둘러싼 위험은 여전히 하락 쪽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그는 또 "헤드라인 물가는 몇 달간 하락할 것 같고, 기저 물가도 여전히 잠잠하다"고 평가했다.

ECB의 발표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밍밍한 결과를 나타냈지만, 드라기 총재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시장 기대에 화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 드라기, '조건부' 정책완화 의사

최근 연준 관계자들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키우는 발언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유럽 쪽에서도 좀 더 큰 변화를 기대하는 시각들이 있었다.

하지만 ECB는 필요 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대신 시장 일각의 실망감은 드라기 총재의 입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결국 유럽의 입장도 미중 무역협상 추이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G20 회의 시점이 중요해진 것이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CB의 동결 기간 연장 이후에도 금리인상은 사실상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금리인하 및 QE 재개의 가능성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감안하면 독일 금리는 당분간 낮아진 수준에서 박스권 흐름을 보일 듯하다. 유로화는 미 연준에 비해 소극적인 ECB의 스탠스로 소폭의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ECB 역시 비둘기파적인 스탠스임을 감안하면 박스권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로존 시장의 방향성도 내부의 경기적인 요인보다는 대외 불확실성의 전개 여부에 달려있다. 드라기 총재도 이를 염두에 두고 ‘조건부’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로존 통화정책 완화가 일각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완화적인 스탠스는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로존의 1분기 성장률은 0.4%로 예상보다 양호했다. 소비를 비롯한 내수는 점진적 개선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 달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분쟁이 보다 격화되면서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다.

미중의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무역분쟁이 크게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유럽 경기 상황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바탕으로 지지될 것이란 관측도 보인다.

박성우 DB금투 연구원은 "현재 선도금리가 반영하고 있는 ECB 정책금리 예상 경로는 2020년말까지 최소 10bp 인하 확률 54%, 동결 33%, 10bp 인상 7%"라면서 "대외 수요 측면의 불확실성이 높아졌으나 무역분쟁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다는 기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기 개선 경로는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준 금리 동결 기조 지속 및 9월 TLTROⅢ도입에 따른 완화적 금융 여건 조성은 경기 하단을 지지해 줄 것"이라며 "ECB 서베이에서도 1분기 대출 수요는 반등했다. 연말까지 유로/달러 환율 및 독일 국채금리의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다른 나라 통화정책 흔드는 트럼프..주가도 다시 띄울까

최근 연준에선 파월 의장, 클라리다 부의장, 윌리엄스 FOMC 부의장 등 연준 내 굵직한 포스트를 차지하는 인사들이 모두 '금리를 조정해야 할 수 있다'는 식의 언급을 하면서 인하 가능성을 부쩍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예상보다 강하게 붙으면서 연준의 스탠스는 한 단계 더 누그러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적지 않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연준의 스탠스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보여준 유가 하락 견인, 그리고 무역분쟁 수위 조절 등을 통해 연준을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도 보인다.

미국 내 애널리스트들도 금리 인하와 관련한 전망 강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인다.

BOA메릴린치 글로벌 경제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은 가만히 앉아서 경제상황이 약화되는 것을 지켜보기 어렵다"면서 "연준은 9월, 12월 연내 두 차례 인하에 이어 내년 초엔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미국 제조업 부분 위축과 경기 심리 악화, 코어 인플레의 타겟 하회와 기대 인플레 약화 등으로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국 인민은행도 보다 완화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으며,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더 완화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통한 주가 부양에 대한 얘기도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 연준이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해서 주식시장 상승 흐름을 막았다"면서 "만약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췄다면 다우존스가 1만포인트 이상 상승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쪽에서 무역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며 "분명히 말하건데, 나는 중국과 무역협상 타결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위험선호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고조됐다. 지난 4일 연준의 도비시한 발언 이후 뉴욕 주요 주가지수는 2% 이상 급등한 뒤 추가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 급등에 놀라서 하락했던 미국채 가격은 이후 약간 상승했다.

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미국의 금리인하, 이에 뒤이은 한국의 금리인하는 국내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다만 국내 주식이 미국 상승폭엔 못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상장기업들이 펀더멘털적으로 맥을 못추고 있다. 경제지표의 턴어라운드 소식을 찾기도 어렵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하가 유동성을 외부로 부추기며 국내 주식시장 반등 요인이 되긴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트럼프가 계속해서 언론전을 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말대로 미중 합의가 타결되면 금리 인하 기대는 누그러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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