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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두 명의 강력한 비둘기파와 현상 유지론자들..그리고 트럼프 변수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5-0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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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7일 공개된 4월 금통위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경기와 물가 둔화를 적지 않게 우려했다.

하지만 금통위원들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접근은 적지 않게 차이가 났다.

비둘기파 위원들은 저물가 위험성을 거론하면서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여전히 금통위 내의 다수는 금융안정 문제 등도 고려하면서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날은 취임 당시부터 비둘기파의 '얼굴'로 활약해온 조동철 위원의 강연도 예정돼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 확실한 2명의 비둘기파..계속되는 물가우려

조동철·신인석 위원으로 대표되는 금통위의 비둘기파들은 계속해서 저물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의사록을 보면 A 금통위원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장기간 1%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현상은 우리나라 물가흐름에 있어 2018년 이후의 새로운 사건"이라며 "이 같은 물가상승률의 부진 또는 점진적 하락이 올해 중 해소되기보다는 지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음은 2% 물가안정목표제 아래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하는 정책담당자로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요인에 의한 물가흐름과는 별도로 국내 요인에 의한 물가흐름은 적극적인 정책대응에 의해 관리할 수 있고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장기간의 낮은 물가상승률 지속은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현 시점 실제 물가상승률 수준인 1%선으로 하락할 경우 현재 기준금리는 중립금리에 비해 낮지 않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즉 기대인플레이션의 변동은 기준금리가 불변이어도 통화정책의 완화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점에도 주의를 환기하고자 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목소리는 지난해 금통위원의 언론 대상 강연 당시 물가의 중요성을 거론하면서 한은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던 신인석 위원의 목소리와 닮아 있다.

B 위원은 현재의 거시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경기 및 물가의 둔화흐름이 뚜렷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는 거시경제의 하방위험 완충에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근원물가 상승률도 1% 내외까지 하락해 2016년 이후 목표수준인 2% 부근에서 하락해 온 기조적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기조적 물가상승률의 둔화는 동일한 명목금리의 실질적 부담을 상승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기회복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의 경기 및 물가 둔화추세가 가시적으로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두 비둘기파 위원은 금융안정 문제에 대해선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 현재 금통위원 다수는 적극적 인하 의지 없어..동결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

하지만 다수 금통위원들은 조동철·신인석 위원처럼 저물가를 아주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다수의 위원들은 경기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이나 물가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됐음에도 금융안정 문제를 여전히 중시하고 있다.

C 위원은 "주요국 정책과 금융상황의 최근 전개 추이를 감안할 때 2분기 이후 국내외 경기가 추가로 둔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적으로는 금융불균형 정도가 여전히 높다"면서 "대내외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의 흐름을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하반기 이후에는 물가 오름세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작년 말 이후 상당 폭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민감 물가지수 상승률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 등은 큰 변동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안정에 대해선 "가계대출 및 부동산관련대출 증가세 둔화가 지속됐다"면서도 "금융불균형 정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고 통상적인 계절성, 금년도에 계획된 수도권 아파트 입주와 분양물량 등을 고려할 때 계속적인 경계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부 위원은 저물가는 글로벌 현상이며, 비관리 물가를 억지로 높이려는 시도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D 위원은 "관리물가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비관리물가를 높이려는 시도는 시장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고, 글로벌 영향에 따른 교역상품가격 하락에 대응해 비교역상품 가격 인상을 도모할 경우 자칫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교착상태에 빠진 선진국 상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과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 등을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음에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에서 금리를 내려 물가를 높이려는 시도의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역효과를 낼 수 있음을 거론한 것이다. 이 위원은 재정정책에 보다 무게를 뒀다.

그는 "하향 굴절된 수익률곡선을 고려할 때 확장적 재정정책을 위한 국채발행 확대가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정정책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주도하는 수요진작은 경상수지 흑자폭을 축소시켜 원화절상 압력을 완화함으로써 국내기업의 경쟁력 유지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4월 전망에서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하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현재의 금융상황이 '완화적'이라는 데 무게를 두기도 한다.

E 위원은 "조사국이 금년 성장과 물가 전망을 하향 조정했지만 금융시장에서의 금리, 주가, 환율 등 주요 가격변수와 신용 및 유동성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금융상황이 완화적으로 평가된다"면서 "금융안정의 주된 리스크 요인인 가계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한편 특정한 정책 판단보다는 향후 상황을 주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위원도 있었다.

F 위원은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향후에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상황을 지켜볼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향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의 반등 여부, 국내 경기 및 고용의 흐름, 가계부채 및 부동산시장 추이 등에 대해 시간을 갖고 점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집비둘기 계보 이은 조동철 위원의 강연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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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이날은 조동철 금통위원이 강연을 한다.

조 위원은 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금통위원 취임 전부터 '강성 비둘기'로 평가받아 온 인물이다.

그는 KDI 재직 시절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으며, 2016년 4월 금통위원에 임명된 뒤엔 '뚱뚱해서 날지 못하는 비둘기'라는 농담을 던지면서, 자신을 비둘기라는 카테고리 속에 넣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추천 인사들은 금통위 내에서 비둘기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았으며, 조 위원에 대한 평가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일각에선 '집비둘기'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동결과 인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던 강명헌 전 금통위원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강 전 위원은 과거 이성태 총재 시절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의 의견보다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면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던 인물이다.

아무튼 조 위원은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 금리 인상 당시 모두 소수의견을 남기면서 금리인상에 반대한 바 있다.

한은 총재의 성향도 과거와 달라졌다. 지금의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총재는 금통위원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캐릭터다.

동일한 의미로 이 총재는 과거 총재들에 비해 금통위를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번 조 위원의 강연을 통해 비둘기파들의 소수의견 시점에 대한 힌트를 얻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늘 한결같은 비둘기파 조동철 위원이 어떤 발언을 할지 궁금하다"면서 "경기와 물가 상황을 우려하는 조 위원이 다음 금통위에서 인하 소수의견 가능성을 비칠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전체 금통위 구도가 현상 유지 쪽에 맞춰져 있어서 조 위원의 발언을 너무 평가해선 곤란하다는 입장도 있다.

다른 증권사 딜러는 "금통위 내에 확실한 두 명의 비둘기파 위원이 있지만, 나머지 위원들의 금리인하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조 위원의 발언을 금리 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트럼프의 입, 금통위원들의 태도에도 영향 줄 수 있어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 전개 양상에 따라 금통위원들의 태도도 바뀔 수 있어 이를 주시하는 모습도 적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언급한 상황이어서 향후 국내 경기 역시 이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G2간 무역분쟁이 전개되는 방향에 따라서 국내 성장률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통화정책의 변화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금년 경제성장률과 주식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명운도 미중 무역 협상, 그리고 반도체 경기 등에 직결된다"면서 "상반기 내내 미중 무역 갈등과 반도체 업황 부진에 시달린 만큼 금년 경제성장률은 기껏해야 2%를 조금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5월 10일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협상이 어긋날 경우 경제성 장률은 2% 밑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2.5%로 제시하고 있지만, 민간 쪽에서 2.3% 내외 정도로 보면서 하방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성장률 수치가 더 하향 조정될 여지가 커지면 금통위 내 비둘기파들의 목소리에 보다 힘이 실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지금은 '트럼프의 개인기'가 워낙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여서 예단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많다.

한 채권 딜러는 "지금 이자율 플레이어들은 다들 조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틀어지는 듯하지만, 협상이 깨진다는 보장도 없어 다들 조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고채 3년 금리가 1.7%를 약간 넘는다. 금리가 70 아래로 떨어지기 위해선 트럼프가 자신의 말대로 대중국 관세율을 높여야 한다"면서 "하지만 트럼프가 유예로만 나오더라도 금리가 급등할 수 있는 국면이어서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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