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국내 주력 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4월엔 외국인이 배당금을 대거 가져가기 때문에 이같은 걱정이 나왔던 것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국제수지를 보면 경상수지는 36.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연초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제한적인 측면이 있지만, 미래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 상품수지 흑자규모 4년 7개월만에 최소
경상수지 가운데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54.8억달러로 2014년 7월(54.2억달러) 이후 가장 작았다.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4년 7개월만에 가장 작은 데서 최근 국내 수출 부진을 상기하게 된다.
2월 수출은 401.3억달러로 전년 동월에 비해 10.8% 줄어들어 감소폭이 2016년 4월의 18.5% 감소 이후 가장 두드러졌다.
수입은 346.5억달러로 12.1% 감소해 2016년 7월의 13.3% 이후 가장 눈에 띄었다.
최근 수출과 수입 모두 두드러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상품 수지 흑자가 줄어들면서 향후 경상수지 적자 전환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상수지는 2012년 5월 이후 82개월, 즉 7년 가까이 쉬지 않고 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최근 수출 둔화와 맞물려 우려가 커졌다.
상품수지는 경상수지 흑자에서 압도적인 포션을 차지한다.
■ 4월은 외국인 배당효과 극대화되는 달
경상수지 항목은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4월엔 특히 본원소득수지 마이너스 폭이 커진다. 외국인에 대한 배당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본원소득수지는 56.2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배당 쪽에서 63.6억달러의 마이너스가 나면서 본원소득수지 적자가 극대화된 것이다.
다만 이 달을 제외하면 본원소득 수지가 마이너스를 보이는 달은 흔치 않다. 지난해엔 3월 12.9억달러 마이너스 등 2달 동안 적자였다.
2017년에도 4월 본원소득수지 적자는 두드러졌다. 당시 46.7억달러의 본원소득 적자가 발생했다. 배당 쪽에서 51.2억달러가 빠지면서 역시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인 것이다.
이 해에도 3월(4억달러 적자)에 이어 4월 대규모의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연간으로 보면 본원소득수지는 흑자를 보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2017년과 2018년 본원소득수지는 각각 53.4억달러, 27.8억달러 흑자였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40~50억달러의 흑자를 보이다가 20억달러로 흑자규모가 크게 축소된 측면은 있다.
따라서 지금의 상품수지 흑자 규모 축소 흐름과 4월 외국인에 대한 대규모 배당을 감안하면 향후 7년만의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 4월 경상수지 적자 보여도..일단 흑자기조 깨지는 건 아니다
지난해 4월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3.6억달러였다. 이는 연중 최소 흑자규모였다.
지난 2017년에도 4월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31.8억달러로 연중 가장 작았다.
한은 역시 '4월'이라는 특수한 달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아울러 그 달에 적자가 난다고 확신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이날 2월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오는 4월 경상수지 흑자행진이 끝나는 것 아닌가라는 시장 우려가 나오지만, 최근 서비스수지가 개선되는 가운데 상품수지 등은 대외 여건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흑자규모는 13.6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배당금 수입 지급이라는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4월을 특정월로 지정해 큰 의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통상 4월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전달에 비해 크게 감소하곤 한다. 하지만 이후 반등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 4월 경상수지 흑자는 3월(51억달러)보다 약 38억달러 감소했다. 하지만 5월엔 84.3억달러 흑자로 4월보다 70억달러 넘게 급증했다.
지난 2017년엔 4월 흑자규모가 3월에 비해 20억달러 가량 감소한 바 있다. 하지만 5월 흑자규모는 4월에 비해 10억달러 남짓 커졌으며, 이후엔 더욱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4월이 '특수한' 달이라고 본다면 당장 경상수지가 적자기조로 돌아선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 줄어드는 경상수지 흑자규모..당장은 큰 문제 아닌데...
다만 주식 배당 요인에 따라 4월을 특수한 시즌이라고 부르더라도 현재 한국의 수출은 부진한 상황이며,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연간 국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015년 1051.2억달러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뒤 계속 축소되고 있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2016년 979.2억달러, 2017년 752.3억달러, 2018년 764.1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600억달러대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GDP의 4.2% 수준인 690억달러를 올해 예상 흑자로 제시해 놓고 있다.
한국 수출에 대해 보다 비관적인 쪽에선 600억달러 흑자 달성도 힘들 것이란 예상을 하기도 한다.
최근 수년간의 흐름을 보면 흑자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는 맞지만, 당장 흑자기조가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
국내 수출을 견인하던 반도체 수출이 작년 4분기 이후 급감하고 있는 데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반등해 원유 수입이 증가세로 전환됨에 따라 상품수지 흑자폭이 축소되고 있지만, 아직 기조 전환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 경상수지 적자 시 외환시장과 금리

자료=한국은행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시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경우 외환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의 황문우 연구원은 "경상수지 적자 우려는 반도체 가격 하락, 무역분쟁 지속 등 한시적 요인에서 비롯되나 이는 각국 정책당국의 대응과 노력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투자심리가 개선조짐을 보이고 글로벌 외화자금 유입이 재개됐다. 외국인 증권자금도 주식자금을 중심으로 순유입을 보이고 있으며 연초 대규모 유출됐던 외국인 채권자금도 3월 들어 유입으로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말을 기점으로 최초로 국내 민간부문의 외환수급 자립이 가능해졌다"면서 "따라서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당국의 시장 개입 없이도 국내 외환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경상수지 적자가 일시적이거나 외국인 자금유입이 이어질 경우엔 단순히 적자 전환을 큰 문제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예컨대 2011년 상반기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지만 원화는 강세를 나타냈으며, 외화조달비용도 안정되고 준비자산도 증가했다. 이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국내 성장에 대한 기대 등으로 외국인 증권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국내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경상수지 적자와 저성장이 고착화될 경우엔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적자와 글로벌 경기 침체, 적자와 국내 경기급락 등이 맞물릴 때는 문제가 커질 소지도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1~8월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에 비거주자 증권자금 유출이 겹치면서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준비자산, 즉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
이후 그해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외화차입금 만기연장이 곤란해졌으며, 외채 상환수요로 환율과 외화조달비용이 급등한 바 있다. 물론 준비자산도 급감했다.
7년 가까이 '너무나 당연한' 매달 경상수지 흑자 흐름에 흠집이 생긴다면 심리적인 동요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거센 상황에서 외환보유액과 함께 거시건전성을 담보해 주던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되면 위기 의식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수출 부진 속에 경상수지 적자가 나타나게 되면 경기 심리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아직 자본유출이 일어날 정도는 아닌 만큼 한은의 금리 인하를 앞당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향후 경상수지 적자가 자본유출 우려로 연결된다면 한은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가능해 보이는데, 이 부분이 한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한국도 올해는 아니더라도 향후 적자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수출 둔화는 한은의 금리인하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은 자본 유출 압박으로 이어져 한은의 금리 동결 스탠스를 강화할 소지가 있다"고 풀이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