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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매파와 비둘기파가 물가와 금융불균형을 보는 차이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3-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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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매파와 비둘기파가 물가와 금융불균형을 보는 차이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로 뚝 떨어진 가운데 현재 금리인하 생각이 없는 한국은행 스탠스에 향후 변화가 올지 주목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은 금통위 내부의 비둘기파들이 저물가를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대출 규제 이후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꺾이면서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생길 수 있을지 주목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0%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8%를 기록해 1년만에 0%를 나타냈으며, 2월 상승률은 이보다 낮은 0.5%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0.2% 하락해 지난 2016년 10월(-0.1%) 이후 28개월만에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금통위 내부에선 물가를 둘러싼 시각차가 적지 않다.

지난해 신인석 금통위원과 같은 비둘기파 위원은 언론간담회에서 한은이 정책결정의 기본인 물가 상승률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금통위 비둘기파의 대표로 군림해온 조동철 위원 뒤를 받치고 있다.

하지만 오랜기간 매파 역할을 맡아온 이일형 위원, 그리고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와 한은 실무진의 의중을 대변하는 윤면식 위원(부총재)은 이들과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이다.

최근까지 경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밑돌고 주택가격 하락조짐이 나타난 것은 비둘기파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한은은 두뇌인 금통위를 통해 지금의 금리가 충분히 완화적이란 입장을 취해왔다. 매와 비둘기의 균열과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 매파들, 낮은 물가상승률 방어논리 펴면서 금융불균형 강조

전일 공표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 둔화와 대출 증가 속도 둔화 등에 대해 적지않은 관점 차이를 드러냈다.

매파 성향의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이 낮지만 관리 물가 영향 등이 헤드라인 수치를 실질보다 낮게 보도록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울러 대출 둔화에도 불구하고 금융불균형 문제를 여전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

A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는 오름세가 크게 둔화됐고 당분간 1%를 상당폭 하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도 "이는 석유류제품가격과 관리물가 하락에 주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의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 유류세 인하 종료와 공공요금 인상 계획 등을 고려할 경우 이와 같은 공급 측 요인에 인한 하방압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의 최근 움직임과는 달리 경기민감 물가지수의 상승세, 관리물가 제외 근원 인플레이션, 기대인플레이션 등이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헤드라인 물가가 뚝 떨어지면서 일각에서 한은이 스탠스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지만, 헤드라인 쪽보다 다른 부분을 보면 낮은 물가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매파들은 또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본다.

이 위원은 "높은 개인사업자대출과 집단 및 전세자금 대출은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 확대 등으로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 중"이라며 "이런 흐름이 기조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미시규제 강화와 한은의 금리인상 등으로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이 다소 완화되긴 했으나 고삐를 늦출 때가 아니라는 진단이다.

B 금통위원은 "물가는 당분간 1%를 밑도는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이 같이 낮은 물가상승률은 물가안정목표제 통화정책체계 하에서 정책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최근 전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이러한 어려움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가운데, 저물가의 상당부분은 구조적 또는 공급 측 요인이나 정부의 민생안정정책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일차적 관심인 경기적, 즉 수요 측 요인과는 어느 정도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공공요금 인상, 유류세 인하 종료 등으로 하반기 들어서는 1%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물가가 월별로는 기저효과 등으로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보여 일반의 물가인식, 나아가 기대인플레이션 형성에 혼란을 줄 소지도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매파들은 저물가를 헤드라인 수치 그 자체로만 보지말 것을 당부하면서 부동산(가계부채) 상황 등을 계속 살필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추이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B 위원은 "금년 및 내년 중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집단대출 및 전세자금 수요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 위원은 관리물가 때문에 물가가 낮다는 점을 거론하면서도 전반적인 저물가 상황에 대해선 고민이 깊어졌음을 알렸다.

그는 "관리물가를 제외한 경직적 물가는 2%대 중반을 나타내고 있고 기업이 투자와 상품가격 결정 시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간주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최근에 다소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2%를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어느 정도 안착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전체 소비자물가의 60%를 설명하는 관리물가 제외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대 중반을 횡보하고 있다"면서 "이 지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월세와 공업제품의 기여도가 지난 수 개월간 0% 수준에 머물면서 오름세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관리물가를 제외하더라도 당분간 1%대 중반 수준에서 횡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자금쏠림으로 나타난 금융불균형의 누증속도는 둔화되고 있지만 그 정도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경제의 레버리지는 대출뿐 아니라 보증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실물경제에서는 주택 미분양 증가와 상업용부동산의 공실률 상승 및 이에 따른 임대사업자들의 수익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연결돼 있다"면서 "과도한 레버리지 확대에 따른 비효율적 투자와 부채 증가는 중기적 성장 및 물가에 대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중기적 물가목표의 달성도 위협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금통위에선 정부정책 등에 의한 낮은 물가를 과대평가한다는 의견과 부동산 레버리지 투자를 위한 가계빚 증가 문제를 여전히 주의해야 한다는 관점이 상존한다.

■ 비둘기파들, 낮은 물가 우려하며 정책 불만도

비둘기파들은 동일 사안을 보더라도 관점을 달리한다.

매파들이 낮은 물가상승률에 대한 우려에 대항하기 위해 내세우는 논리인 관리물가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점이 다르다.

D 금통위원은 "근원물가 상승률은 이미 작년에 1%대 초반으로 하락한 상태이며, 여기에서 관리물가를 제외한 지수의 상승률도 1%대 중반을 상회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기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의미있게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총수요압력이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성향의 위원들은 총 수요압력이 미미한 만큼 향후에도 민간부문의 경기가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비둘기파들은 낮은 물가상승률 자체를 매파들보다 크게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 둔화를 부동산 안정세 확보 차원에서 보면서 정책변화 필요성 여지를 고민하는 듯하다.

D 위원은 "9.13대책과 DSR규제 등 강도 높은 거시건전성정책의 영향 등으로 가계부채 및 부동산시장의 조정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E 위원은 "현재의 대내외적인 실물경기 환경을 감안하면 올해의 물가상승압력이 작년에 비해 높아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유가와 원화환율의 추이도 물가상승 요인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조사국은 1월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모두 1.4%로 하향 조정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의 물가 진행 상황은 수정 전망치의 하방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E 위원은 특히 저물가에 대해 상당히 많은 발언을 하면서 대응방안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장기간 1%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현상은 2018년 이후의 새로운 사건"이라며 "이 현상이 올해 중에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은 2% 물가상승률 목표제 아래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하는 정책담당자로서 우려된다"고 했다.

기조적 물가흐름이 목표 수준을 장기간 하회할 때 통화정책의 궁극적 목표인 기대인플레이션의 하락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는 점도 거론했다.

그는 또 "국민의 생활안정 지원을 위한 관리물가 억제정책이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이라는 다른 효과를 수반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올해의 물가환경은 누적된 관리물가 상승압력을 어느 정도 해소해 전체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에 좀 더 가깝게 상향시키는 것이 거시경제의 안정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금은 결국 상황을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관점도 엿보인다.

F 위원은 상황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물가 흐름,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국제유가 움직임, 그리고 공공요금 등 관리물가의 흐름에 대해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향후에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유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불균형 문제에 대해선 "가계부채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시장 및 가계부채대책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금년에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금융불균형 문제가 확실히 해소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가격 및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당분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한은 직원, 금융시장은 금통위원 시각차를 어떻게 볼까

금통위원들이 물가와 가계부채 문제를 보는 시선의 차이에 대해 불편해 하는 한은 간부도 있다.

이주열 총재나 한은 실무진이 금리인하에 대해 불편해 하고 있는 만큼 물가만(?) 보고 향후 금리를 내리자는 주장을 펼 듯한 위원에 대한 편치 않는 속내도 보인다.

한국은행의 한 베테랑 직원은 "일부 금통위원에겐 물가가 필요 이상으로 중요한 듯하다"면서 "금통위는 여러가지를 다 점검해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안정도 한은의 맨데이트인데, 일부 위원은 이 문제를 좀 소홀히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성장률이 2% 근처로 뚝 떨어지지 않는 한 금리인하 기대는 과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현재의 경기 여건이 한은의 변화를 이끌 수 있지만, 한은은 입장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최근 경기 상황이나 글로벌 중앙은행 스탠스를 보면 금리인하 기대감이 생길 법하다"면서 "하지만 한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의사록을 보면 여전히 매파적 입장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록에서도 지켜보자는 쪽 냄새가 많이 났다. 주변 환경이 이렇다보니 금통위원들의 매파성이 다소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큰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딜러는 "현재 경기와 물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통위 의사록도 조금은 도비시한 쪽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엔 매파 금통위원으로 인식돼 있는 이일형 위원이 기자들을 대상으로 오찬 강연을 한다. 그 결과는 3시에 발표될 예정이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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