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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모범채용’ 신호탄 기대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18-09-03 00:00 최종수정 : 2018-09-03 00:11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독자입니다, 죄송하지만….”

2년 전쯤, 기자에게 이렇게 시작하는 제목의 이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이메일을 받는 일이란 보통이라면 즐거운 일이겠지만, “독자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이란 기자에게 괜한 긴장감을 줬다.

“뭐 잘못 썼나…” 하는 생각부터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열어본 이메일.

이메일의 주인공은 한 은행 구직자였다.

요컨대 기자가 그때 즈음 여러 은행들 채용공고 기사를 썼는데, 혹시 기사 내용 말고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해서 이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평소에 기사를 잘 읽고 있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등 구직자가 보낸 이메일은 그야말로 간절함이 묻어났다.

‘알찬’ 답변을 원했을 텐데 사실 원론적인 얘기만 담아 회신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오히려 기자가 그 구직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올해도 은행 채용 시즌이 돌아왔다.

또 다른 이메일 주인공들이 은행 입행을 손꼽고 있을 시기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올해 하반기 총 2000명 안팎의 신입 행원을 공개 채용할 예정이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채용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일자리 창출이 시대정신이 되면서 은행권도 ‘통큰 채용’으로 동참하는 셈이다.

물론 신규 채용을 앞둔 은행권 내부 사정이 그렇게 간단치 만은 않다.

비대면 은행 거래가 건수 기준으로 90%를 웃돌면서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점포는 줄어들고 뱅커들은 이제 모바일로 이동하는 고객들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사람들이 많이 들락날락 하는 플랫폼에 지점을 내서 사이버 영토를 확장하는 일이 은행들에게 중요해졌다”며 “아침마다 영업점 문 열고 고객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 365일 24시간 웹사이트에서 쉼 없이 트랜잭션이 발생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 구축 확대도 은행권의 새로운 변화로 꼽힌다. 심사·평가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던 기업 여신 업무가 수월해지고 있다. 단순·반복적인 서류 입력은 이제 자동화된 프로세스에 맡기면 되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전통적 의미의 뱅커는 효용가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를 해소하는 일이 은행권의 과제로 떠올랐다. 신규 채용 여력을 확보하려면 사실상 퇴직도 함께 늘려야 하는 상황이니 여러 면에서 쉽지 않은 난제다.

물론 단순·반복 업무를 줄인 은행들이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글로벌 영업 등 보다 고도화된 업무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일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은 구직자들이 참고할 만하다.

어쨌든,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채용비리 의혹으로 상반기를 보낸 은행권은 이번 하반기 채용에서 이전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은행권은 올 6월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만들었고, 이 모범규준을 하반기 채용 기준으로 삼겠다고 한다.

은행 별로 이른바 ‘은행고시’가 부활해 필기시험을 도입하고, 외부 전문가의 면접 참여도 늘리는 등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물론 은행도 인재상이 있고 경영적 자율성이 있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고 ‘객관성’만 높이려고 하다보면 또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볼멘소리’보다 그동안 ‘관행’으로 이름붙인 것들을 되돌아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이번 기회에 은행들이 ‘죄송한’ 구직자들에게 모범 채용 답안을 회신해주길 기대해 본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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