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신세계 ‘운명의 날’…인천공항 T1 최종 승부 낸다

[한국금융신문 신미진 기자] 신라와 신세계의 운명의 날이 밝았다. 관세청은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의 새 주인을 발표한다. 두 업체가 격돌한 가운데 최종 승리자는 1위 롯데면세점을 꺾고 국내 최대 공항면세 사업자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번 대결에서는 사촌지간인 이부진닫기이부진기사 모아보기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닫기정유경기사 모아보기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맞붙는다. 두 사람의 앞선 전력은 이 사장의 ‘4전3승’. 이미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신세계가 운영력을 내세운 신라의 강점을 꺾고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인천공항 T1 DF1(화장품·향수·탑승동)과 DF5(패션·피혁)의 최종 사업자 선정을 위한 특허심사위원회를 연다. 심사는 각 업체별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T)과 질의‧응답으로 구역별 25분간 진행된다.
발표는 각 면세점 수장인 한인규 신라면세점 대표와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가 맡는다. 오후 1시30분부터 2시25분까지는 DF1, 2시30분부터 3시25분까지는 DF5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발표는 모두 신라면세점이 먼저 진행한다. 관세청은 이날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 2‧3위의 반란…지각변동 예고

매물로 나온 인천공항 T1 면세점 사업권은 총 2개다. 전 품목을 판매할 수 있는 DF1은 약 6091㎡(1842평)으로 인천공항 T1 면세구역 중 가장 큰 규모다. 패션·피혁 품목을 할당받은 DF5는 약 1814㎡(548)로 입찰을 진행한다.

신라와 신세계의 대결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입찰 성공 여부에 따라 면세점업계 판도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당 입찰 구역은 롯데면세점이 인천공사와의 임대료 갈등으로 올해 초 특허권을 반납한 곳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면세점 점유율은 1위 롯데면세점(42.4%)에 이어 신라면세점(29.5%), 신세계면세점(12.2%) 순이다. 입찰에 들어간 전체 T1 면세구역의 지난해 매출은 8700억원으로 전체 면세시장 규모(14조5000억원)의 약 6%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오픈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로 인한 매출 감소율 27.97%를 감안하면 5624억원, 점유율은 약 4%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앞서 1차 경쟁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 점유율은 38.4%로 낮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신라면세점이 두 구역 입찰에 모두 성공할 시 점유율은 33.5%로 높아져 1위 롯데와 동등한 30%대에 등극할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이 승기를 잡을 시 점유율 약 16%로, 올해 상반기 오픈 예정인 강남점까지 포함하면 2위 신라와 격차를 좁힐 수 있다.



◇ 신라 ‘운영력’ vs 신세계 ‘자본력’
2015년 신세계디에프가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후 본격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 사장과 정 총괄사장의 현재까지 스코어는 4전3승으로 호텔신라가 앞서고 있다.

시내면세점 1차 선정 당시 신세계디에프는 HDC신라에 특허권을 내주며 탈락의 고배를 먼저 마셨다. 같은해 3차 선정에서는 신세계디에프가 HDC신라를 꺾고 강남 센트럴 시티에 면세점을 내며 스코어가 동등해졌다. HDC신라는 호텔신라와 HDC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이다.

이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DF1(향수·화장품) 입찰과 지난해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입찰 경쟁에서 호텔신라가 모두 신세계디에프를 꺾으며 3대1의 스코어가 됐다.

자존심 회복에 나선 신세계는 신라보다 가격 경쟁에서 승부수를 뒀다. 신세계는 DF1과 DF5 임대료로 신라보다 각각 560억원, 118억원을 더 높게 써냈다. 관세청이 평가할 총 1000점 중 가격부문은 400점을 차지한다. 나머지 600점은 운영 능력과 사회공헌활동 평가 등이다.

이에 맞서 신라는 국내 최대 글로벌 면세사업자로서의 역량을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싱가포르 창이공항·홍콩 첵랍콕 공항 등아시아 3대 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라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6000억원으로 이는 국내 면세사업자 중 1위 규모다.

일각에선 관세청이 DF1과 DF5 두 구역을 한 사업자에 몰아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DF1은 신라의 강점인 향수‧화장품 품목이 주를 이루고, DF5는 신세계가 이미 운영하고 있는 패션‧피혁부문인 만큼 차별점이 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두 구역 모두 한 사업자에게 돌아간다면 독과점과 특혜 등의 시비가 붙을 수 있어 관세청도 이를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며 “각 사업자의 특화된 사업에 맞게 선정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예측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