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DGB금융 회장/ 사진제공=DGB금융지주
DGB금융지주에 따르면 29일 오후 박 회장은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하고 지주 회장 자리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주주 및 고객, 임직원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사퇴 의사는 지난 23일에 연이은 갑작스러운 발표다. 대구은행 행장과 지주 회장을 겸임하던 그는 지난주 이사회를 열고 대구은행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지주 회장직은 유지한 상태로 '단계적으로' 후임을 결정해 상반기 중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소 몇 개월 더 지주 회장직을 유지할 계획이었으나 악화된 여론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대구은행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이후로 대구은행 노조와 대구지역 시민단체는 회장직도 내려놓아야 된다고 압박했다. 대구은행 노조는 "DGB금융 지배구조상 (박 회장이) 행장직만 관두면 직・간접적으로 은행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아직 미결로 남아있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함께 입건된 간부 16명과 법인카드로 32억7000만원 상당 상품권을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를 제하고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 깡' 방법으로 비자금 30억여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지검은 이 가운데 1억여원을 박 회장이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검찰은 최근 대구은행 채용비리 수사를 조직 상층부로 확대하고 있다. 대구지검은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이 이첩한 2016년 대구은행 특혜채용 혐의 외에도 2015년과 2017년에 걸쳐 추가 30여건의 의혹 사례를 포착했다. 또한 전날 대구은행 전 인사부장으로부터 채용비리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박 회장의 사의는 채용비리 윗선 개입 정황 포착 직후에 있었다. 마찬가지로 대구은행장직 사의는 검찰의 채용비리 리스트 추가 입수 직후에 이뤄졌다. 수사망이 좁혀지는 것에 상당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DGB금융지주와 DGB대구은행은 내달 2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DGB금융은 이 자리에서 회장・행장 대행체제를 어떻게 구성할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정원 대구은행 노조위원장은 "박 회장 사퇴는 조직의 정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비리에 가담한 임원이 회장・행장 자리에 앉지 않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1979년 입사해 서울영업부장, 전략금융본부장, 영업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3월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