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SK증권을 신용등급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새로운 SK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J&W파트너스의 지원 여력이 SK그룹에 비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SK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한 SK증권 보통주 3201만1720주(지분율 10%)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W파트너스에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대금은 총 515억3900만원이다. 기존 케이프컨소시엄과 체결한 계약 금액(608억원)보다 15% 하향 조정됐다. SK와 케이프컨소시엄의 기존 매각 계약은 해지됐다.
SK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에 따라 작년 6월부터 SK증권 지분 전량에 대해 공개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약 2개월 만에 케이프투자증권과 케이프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케이프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이 케이프컨소시엄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는 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승인이 지연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케이프컨소시엄이 SK증권 지분 인수 후보로 낙점된 직후인 작년 7월 말 SK증권 무보증 후순위사채 장기신용등급(A)∙단기신용등급(A2+)을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으로 등재했다. SK증권이 케이프컨소시엄에 매각되면 SK그룹과 계열사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게 이유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변경됐지만 SK증권이 외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작아진 사실은 변함 없다고 파악했다. 이혁준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1실장은 “유사시 SK계열로부터 비경상 지원을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 최종신용등급을 1노치 상향했었다”며 “그러나 J&W파트너스는 기존 대주주 SK 대비 사업적∙재무적 지원능력이 열위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일제히 수시평가를 실시해 SK증권을 신용등급 하향검토(부정적검토) 대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 평가사 역시 작년 7월 말 SK증권을 하향검토 대상으로 등재하고 관리해왔다.
한국신용평가는 PEF인 J&W파트너스의 SK증권 지원 의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확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SK그룹에서 분리되면 SK계열사와의 거래 물량이 줄면서 사업 안정성도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훈 애널리스트는 “적극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PEF의 보편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지원여부에 대한 결정은 경제적·전략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금융위 주식취득 승인이 확정되면 최대주주 변동을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SK증권의 사업안정성에는 그룹 회사채 인수, 단말기 할부채권 유동화 주관 등 SK그룹과의 영업 거래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그러나 주주 변경시 계열물량 축소로 사업안정성에 변동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주주변경 이후 경영 및 사업전략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평가는 J&W파트너스의 사업목적이 수익성 극대화에 있는 만큼 SK증권이 유사 상황에 처했을 때 지원할 가능성을 낮게 판단했다. 이용훈 선임연구원은 “J&W파트너스의 목적은 경영권 참여, 구조조정 등 방법으로 투자회사의 가치를 높여 수익을 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유사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대주주 변경이 이뤄지면 SK그룹 지원 가능성이 없어진 점을 감안해 SK증권 신용등급을 재평가할 예정이다. 이 연구원은 “대주주 변경 이후 최종신용등급에 상향조정 요소로 반영돼 있는 계열지원가능성 요인이 제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K증권 관계자는 “J&W파트너스가 SK그룹보다 규모가 작고 지원 가능성이 제한적인 건 어쩔 수 없다”며 “회사에서 SK그룹 계열사 프리미엄을 대체할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J&W파트너스는 곧 금융위원회에 SK증권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과 매매대금 납입이 완료되면 매각절차가 종결된다.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